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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pr 24. 2022

재택근무가 끝나서 좋은 점

그런 게 있다고?

 작년 11월 코로나에 걸리면서 시작된 재택근무가 겨울을 지나 봄까지 이어졌다. 왕복 3시간 넘는 출퇴근이 없다는 건 엄청난 복지였다. 다만 집에서 해도 일은 일이므로 재택근무가 무조건 짱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런 소리를 했다가 주변에 출퇴근하는 일꾼들에게 배부른 소리한다는 면박을 몇 번 들었다.


 거리 두기 종료와 동시에 나의 재택근무도 자발적으로 끝내기로 했다. 회사가 워낙 멀고 최근에 또 코로나에 걸렸기 때문에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였다. 그렇게 내 발로 출근한 지 일주일이 됐다. 반년 만에 회사에 가니 좋은 점을 몇 가지 적어본다.


-움직인다

 재택근무 할 때는 집(잠자는 방)에서 일하는 곳(컴퓨터 있는 방)까지 거리가 약 4초 정도였다. 출퇴근 합쳐도 10초가 안 되는 거리를 오가다가 회사에 가려고 하니... 멀긴 어마어마하게 멀다. 너무 머니까 엄청나게 움직인다. 이사를 하면서 역과의 거리가 애매해져 뭘 타는 대신 걷기로 했는데 대충 따져보니 출퇴근 합쳐서 2시간 가까이 걷는다. 남편과의 애플 워치 겨루기에서 지려야 질 수가 없다.


-옆에 사람이 있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자꾸 실수를 하고 술술까지는 아니어도 슬슬은 쓰던 원고가 끙끙거려도 안 써져서 답답했다. 더 힘들었던 건 결과물이 구리다는 거였다. 내가 썼지만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라 실눈으로 모니터를 노려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한 달 가까이 출구를 못 찾고 헤맸다.

 우리 팀에서는 업무 특성상 나만 재택근무가 가능했다. 동료들은 내가 집에서 일해도 큰 무리가 없다며 긴 시간 양해를 해주었지만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키보드 위에서 손이 움직이지 않을 때 내가 왜 이런 건지, 뭐가 문제인 건지 의논할 동료가 옆에 없다는 건 외로운 일이었다. 나는 사무실에서 말이 많지 않은 편인데도 그랬다. 다시 출근을 하니 내 앞에도 옆에도 동료들이 있다. 매일 엄청난 대화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그건 내가 그만큼 좋은 사람들과 일한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다.


-책을 읽는다

 출퇴근하는 기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몇 가지 없는데 나는 주로 책을 읽었다. 그러면 적어도 하루에 1시간은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기차를 안 타니까 책도 안 읽게 돼버렸다. 게다가 준비하던 시험이 가까워져 오면서 3개월 정도 책은 손도 대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원고 멍청이' 슬럼프도 책을 읽지 않아서,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도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 아니었나 싶다. 다시 부지런히 책을 읽기 시작했고 요즘 나는 아무도 칭찬하지 않지만 '와씨, 나 진짜 잘 쓰네'라며 이틀에 한 번꼴로 감탄하고 있다.


-주말이 돌아왔다

 다시 출근을 하기 시작하고 첫 주말을 앞둔 금요일, 나는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설렘에 날뛰었다. 아니다. 목요일부터 날뛰었다.

 "여보, 주말에 뭐하지? 뭐 먹지?"

 "주말만 보고 산다는 사람이 돌아왔네."

 그렇다. 나는 원래 주말만 보고 사는 사람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에도 주말은 있었지만  감흥은 없었다. 중간에 일을 해도 평일주말처럼 잠옷 입고 이리 빈둥 저리 빈둥대며 보낼  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월화수목금 토일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런데 출근을 하게 되니 평일과 주말 사이에 선명한 금이 생긴 기분이다. 이런 나의 감상을 남편은 이렇게 정리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이번이  번째 재택근무였다. 작년에 3개월 정도 집에서 일하다가 '다음 주부터 출근하라' 연락을 받았을 때는 약간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매일 맥주를 꽐꽐 마시며 '어떡해 어떡해'(?) 했는데 이번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준비가  건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 하는 출근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재택근무가 끝나서 좋은 점이 모쪼록 오래 가길 바란다. 물론  좋은 점도 있긴 하다. , 내일 월요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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