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인스타보다 중요한 계란

계란은 왜 이렇게 맛있을까요?

 그러니까 누르지 말았어야 했다. 방송 아이템을 불같이 찾다가 아침부터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려고 그놈의 인스타를 누른 게 화근이었다. 남들은 뭐 하고 사나, 요즘 신기하고 재밌는 건 뭐가 있나 눈요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자줏빛 앱을 누르자마자 알록달록한 네모들이 펼쳐졌다. 그중에 일면식도 없는, 그런데 이미 아는 사람 같은 그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그는 인스타에서 꽤 유명한 사람 같았다. 자주 예쁜 옷을 입고 근사한 곳에 가고 맛있는 걸 먹었다. 가족, 친구들에게 얼마나 넘치는 사랑을 받는지 포스트로, 인스타 스토리로 꼼꼼하게 기록하고 공유했다. 평생 우연히 스쳐 지나갈 일도 없을 나 같은 사람까지 알 정도로.      

 보고 있자니 기가 죽었다. 나보다 열 몇 살은 어린 그가 솔직히 부러웠다. 저 사람은 내 나이가 되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이번 달 대출은 또 어떡하나 이런 걱정 안 하겠지. 늦은 밤에 바다가 보고 싶으면 내일 출근 걱정 안 하고 훌쩍 떠날 수 있겠지. 나처럼 다른 사람이 부러울 일이 없겠지. 하, 역시 보지 말았어야 했다.     

 기차에서 내리니 머리가 멍했다. 오늘 방송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뻘밭을 걷는 것처럼 다리가 무거웠다. 가기 싫다, 가기 싫다, 가기 싫다고 속으로 되뇌면서도 대출이 무서워서 뒤로 돌아 부산행 기차에 오르지 못하고 꾸역꾸역 회사를 향해 갔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네 명의 동생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가만히 들었다.

 동생1    (삶은 계란을 냠냠 먹으며) 언니들, 계란은 하루에 몇 개 먹는 게 적당한 것 같아요?

 동생2    나는 프라이할 때 보통 두세 개 먹어.

 동생1    근데 하루에 두 개 이상 먹으면 안 좋대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었대요.

 동생3    두 개는 너무 적지 않아? 나는 하루에 여섯 개도 먹을 수 있어.

 동생4    많이 먹을수록 맛있잖아.

 동생3    저는 라면 먹을 때도 꼭 계란 두 개 넣어요.

 동생1    계란은 왜 이렇게 맛있을까요?

 동생2    너 간장 계란밥에 넣는 일본간장 먹어봤어? 진짜 맛있다?

 동생1    아니요, 저도 먹어 보고 싶어요. 맛있겠다!     

 동생들은 계란 적정 섭취량을 찾는 대신 '계란은 맛있다'로 토론을 끝냈다. 그 얼굴들이 너무 귀여워서 순식간에 행복해졌다. 남의 인스타 그게 뭐 대수라고. 하루에 계란 몇 알 먹는 게 적당한지가 더 중요하지. 오늘도 동생들에게 또 하나 배웠다.     

+ 점심시간

동생2    어, 계란국이다! 동생1아, 너 또 계란 먹어야겠다.

동생1    아침에 두 개나 먹었는데!

동생3    괜찮아. 여섯 개 정도는 먹어도 돼~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 출처

https://www.southernliving.com/food/dairy/eggs/are-cracked-eggs-safe-to-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