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줌바 교실 도전기
올해 여름이 시작할 때 나의 화두는 다이어트였다. 행복한 결혼 생활로(...) 불어버린 몸을 어떻게 좀 해야 할 것 같았다. 허리 디스크 시술을 핑계로 미루고 미뤘던 운동을 더는 피할 수 없었다.
"우리 아파트에 줌바 교실이 있대. 엄청 신날 것 같아. 해볼까?"
"...괜찮겠어?"
남편은 작년에 요가를 시작하기 전 몇 날 며칠을 끙끙거렸던 내향인 아내를 굉장히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요가도 그렇게 고민을 해놓고... 모르는 사람들이랑 춤출 수 있겠어?"
"(개다리춤을 추며) 아, 무슨 소리야~ 나 완전 댄싱 머신인데!"
그렇게 줌바 교실을 등록했다. 그리고 등록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까먹었다.
며칠 전 7월 관리비 고지서를 받았는데 평소보다 5만 원이 더 나왔다. 남편이 밤낮으로 에어컨을 틀어 재꼈기 때문에 전기세가 많이 나왔나보다 했다. 꼼꼼한 살림꾼인 나는 고지서를 대애충 훑어보고 파쇄기로 갈아버리는 습관이 있다. 고지서를 북북 찢어 파쇄기에 넣으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전기세는 전달보다 3만 원 더 나온 것이었다. 심지어 요금이 줄어든 항목이 몇 개 있었다. 그러니까 전기세 때문에 관리비가 많이 나온 것이 아니었다. 5만 원은 바로 줌바 교실 등록비였다.
"나... 줌바 교실에 등록했었다...?"
"그랬나? 아, 그랬던 것 같아!"
줌바 교실에 한 번 가지도 않고 5만 원을 날렸다. 더 절망적인 것은 7월에 취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8월에도 자동 결제가 됐다는 것이었다. 총 10만 원을 날렸다는 사실을 8월 마지막 주에 알게 됐다. 나는 망연자실했다.
"회사 짤리고 노는 것도 킹받는데 10만 원이나 날리다니..."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지금이라도 알았으니까 다행이잖아. 내일 아침에 자동 결제 취소해."
"아니, 지금이라도 갈 거야. 줌바 교실."
"뭐?"
"10만 원짜리 줌바 수업 듣고 올 거라고!"
다음날 줌바 수업 1시간 전, 나는 인사이드 아웃2 불안이처럼 미쳐 날뛰었다.
"여보... 나 도저히 못 가겠어."
"가지 마, 괜찮아. 안 가도 돼. 얼른 씻고 일찍 자."
"아니, 갈 거야. (개다리춤을 추며) 가서 10만 원어치 흔들고 올 거야!!!!!!!!!!!!!"
"허리 다쳐. 하지 마, 진짜."
"하, 역시 못 가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회원님들의 결석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월말에, 등록만 해놓고 두 달 만에 등장한 신규 회원으로 줌바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내향인답게 극도로 낯을 가리며 교실 제일 구석에서 줌바 선배님들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휘적대며 1시간을 보냈다. 선생님과 선배님들의 따뜻한 환영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루 만에 줌바 교실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한 번이라도 가봤으니 10만 원을 날렸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사진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583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