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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Dec 12. 2019

너를 만나고 알게 된 세상

나의 사랑 나의 자랑

 주말 아침, 눈을 뜨자마자 희한한 게 보였다. 나는 어린이용 낮은 베개를 베고 자는데 그 작은 베개 끄트머리에 나의 개 동생이 조그만 머리를 같이 얹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야."

 조용히 불렀더니 눈을 반쯤 뜨고 뭐 어쩌라는 거냐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같이 산 지 5년, 우리 집 강아지는 더 이상 개가 아니다. 


 어느 날 (사람) 동생을 따라 들어온 작은 털 뭉치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일어나쪄? 잘 자쪄? 맘마 먹어쪄?"

 우리는 일어나면 문안 인사를 하러 간다. 강아지는 (사람) 동생과 같이 자는데 방문을 열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서 있다. 간밤에 보고 싶었다는 듯 코와 입에 침을 바르며 열정적으로 아침 인사를 퍼붓는다. 보통은 아빠한테 안겨 집을 한 바퀴 돌고 오늘은 날씨가 어떨지 창밖을 내다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개) 동생이 얼마 전 아팠다. 빈집에 혼자 있다길래 가보니 거실 곳곳에 토사물이 흩어져 있었다. 개는 자의로 토할 수 있다던데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싶었다. 엉망이 된 카펫을 정리하는 나를 강아지가 기운 없는 얼굴로 지켜봤다. 

 "아까 혼자 있어서 슬펐어? 심심했어? 지금도 속이 안 좋아?"

 일부러 자꾸 말을 걸었다. 늘 그렇듯 대답은 없다. 자려고 누웠는데 꿀렁꿀렁하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갈비뼈가 일렁이는 것을 불안하게 지켜봤다. 위에 남은 게 없는지 노란 물만 나왔다. 


 SNS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반려동물이 딱 한 마디만 할 수 있다면 '아파'라는 말을 가르치겠다고. 그 마음을 이해한다. 강아지를 만나고 나는, 우리 가족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우리 집 막내는 며칠 동안 극진한 대접을 받고 완전히 회복했다. 오늘도 가족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휴대폰이 없는 그 친구의 안부를 묻고 또 전한다. 주말에 만나,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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