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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an 28. 2020

선한 말의 힘

마음이 쿵,하는 순간

 1

 보여'주는' 일을 하다 보니 평가도 보여'진다'. 가장 빠른 피드백은 댓글. 방송이 나가고 나면 이런저런 의견이 짧은 글로 달리는데 잘 안 보는 편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아예 안 본다. 입봉하고 한동안은 사람들 생각이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는데 좋은 말 열 마디가 있어도 상처가 되는 한 줄만 마음에 남아서 피하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이런 종류의 일을 할 만한 사람인가, 의문이 든다.     


 우리의 '으쌰으쌰'가 시들해지던 어느 날, 팀 단체 대화방에 피디님이 사진 몇 장을 올렸다. 캡처한 댓글이었는데 내용은 이랬다.

 -S**** 항상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시는 것 같아요

 -김** 음악 너무 좋네요. 방송 내용도요.


 다른 팀원들은 피디님 본인이 쓴 것 아니냐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웃었다. 그날 밤, 세수하다가 문득 궁금했다. 그냥 보고 돌아서면 쉬이 잊힐 수도 있는데 저렇게 한 마디를 남기는 마음이. 겁을 내느라 누군가의 귀한 호의를 너무 흘려보낸 건 아닐까.


 2

 이사 다음 날 침대가 왔다. 엘리베이터가 작아서 옮기느라 진땀을 뺀 설치 기사님이 조립을 마치고 말했다.

 "아까 너무 힘들었는데 다 하고 나니까 참 예쁘네요.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그럼요, 그럼요."

 새 침대 사진 모으는 취미를 가지셨을 리는 없고 아마 업체에 보내야 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는데 완성된 침대보다 말 한마디에 감탄하고 말았다.      


 맞춤 제작도 아니고 브랜드마다 하나씩은 다 있을 것 같은 평범한 모양이지만 좋은 기사님이 가져다주신 덕분에 나는 '참 예쁜' 침대에서 잔다. 그리고 잠들기 전 자주 생각한다. 선한 말은 오래 남는다고. 내일 꼭 그런 한마디를 하자고.     


사진 출처

https://patients.healthquest.org/services/heart-and-vascular/the-heart-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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