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반성문
지난 주말 아침 메뉴는 남편이 끓인 해물 된장찌개였다.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면서 먹다가 뜬금없는 감상을 내놓았다.
"따뜻한 건 진짜 맛있네."
"이제 알았어? 너무 오랜만이야?"
"응. 회사 밥은 차가우니까."
뉴스팀에서 일하면서 하루 한 끼 도시락 생활이 시작됐다. 구내식당은 당연히 갈 수 없고 배달된 도시락을 식기 전에 먹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매일 발등에 떨어지는 불을 끄고 나면 차가워진 밥이 남는다. 미각이 거의 없다시피 해 가리는 음식 빼고는 다 잘 먹는 편이지만 가끔 현타가 온다. 몸이 힘들 땐 특히 더 그렇다.
한동안 예쁜 다리 만들기(?) 운동에 매진했는데 어느 날부터 다리 구부리기 동작을 할 수 없었다. 무릎이 엄살 부린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며칠을 쉬었지만 통증은 더 심해졌고 결국 병원을 찾았다. 결과는 좀, 예상 밖이었다.
"허리 디스크네요. 무슨 일 하세요? 오래 앉아 계세요?"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버릇은 지금 팀에 오면서 생겼던가. 아닌가, 이전 팀인가. 가물가물하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데 6시간이고 7시간이고 물도 잘 안 마신다. 뉴스팀에서 일하면 꼭 그래야 하는 것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걸 안다. 이제라도 방법을 찾아야 했다.
모니터 아래 '정각에 일어나기'라고 써 붙였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그래도 영 모자란 부분은 대낮에 일어나라고(?) 나를 깨우는(?) 남편과 내 친구 니니의 도움을 받는다.
"자, 전화 받은 김에 한 번 일어나봐."
"정각이야. 일어났어?"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일터에서 버티려면 실력만큼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몸으로 배우는 요즘,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고 입으로만 떠들 게 아니라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혹시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허리 쭉 펴시고 기지개도 한 번 켜시길 바라요.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틸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