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촉 즉 발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상견례가 결혼을 상의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의 관계가 얽혀 있고 생각도 제각각이다 보니 고작 한 끼 식사를 통해 서로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상견례는 말 그대로 상견례일 뿐 결혼은 당사자 두 사람이 중심이 되어 양쪽 집안의 의견을 취합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닌가 싶다. 결혼을 위해 하는 상견례지만 결혼 이야기는 최선을 다해 피하자.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다들 어디서 들은 얘기가 있는지 결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술을 배부르게 먹고 나니 스르르 긴장도 풀렸다. 마지막 요리가 나오고 나서 아빠가 똘이 부모님을 향해 말씀하셨다.
"결혼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두고 저희는 지켜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다 큰 애들이고 알아서 잘하겠죠."
오는 길에 내가 한 부탁과 별개로 아빠, 엄마는 나를 그렇게 키우셨다. 학교를 정할 때도, 방송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도 가타부타 말씀이 없었다. 결혼은 다를까 싶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너희들 일이니 너희가 알아서" 한 마디만 던지고 전혀 관여하지 않으셨다. 이전까지 이야기에 우리 부모님이 등장하지 않았던 건 그래서였다.
똘이 부모님은 대답 없이 웃기만 하셨다. 아마 아빠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려우셨던 것 같다. 한참 뒤에 아버님이 입을 여셨다.
"이렇게 곱게 키운 딸 보내시려니까 많이 섭섭하시겠어요."
이번에는 우리 아빠, 엄마가 대답이 없었는데 단 한 번도 나를 '보낸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백 년 넘게 사신 어른 네 분이 이렇게 다르다. 상견례가 어렵고 불편한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똘이와 나는 급격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오디오가 길게 비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불안한 일이었다.
"아버님, 여기 음식 진짜 맛있네요. 하하하하하."
"어머님, 많이 드셨어요?"
신속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식당을 나서면서 이에게만 들리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어."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우리에게는 2차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