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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Nov 18. 2020

내 친구 동네 여행

니니를 찾아서

 얼마 전 남편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자발적 집순이지만 가끔 남편을 따라 비자발적으로 외출하는 건 싫지 않다. 특히 이번에 "나도 갈래!" 적극적이었던 건 내 친구 니니의 동네였기 때문.


 니니와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처음 본 사람은 무조건 싫어했던 ‘낯가림 왕’ 니니는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발표만 시키면 나대는 내가 매우 못마땅했다고 한다. (지금도 억울하다.) 그런 니니가 나한테 처음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 쉬는 시간 책상과 책상, 아마도 1분단과 2분단 사이에 서 있던 나에게

 "비켜"

 짧고 굵은 두 글자를 던졌더랬다. (이 얘기를 거의 20년째 우려먹고 있다.)


 A시는 니니가 대학교에 다니고 직장까지 잡아 10년 가까이 사는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운전을 못 하는 나는 각종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러 번 니니를 만나러 갔었다. 하지만 남편 차를 타고 가는 건 또 처음이라 가슴이 두근두근.

 전날 어디를 갈지 니니와 상의도 했다.   

 -귀여운 거 파는 데 가고 싶어. 두 군데 정도. ○○동이랑 △△대로는 멀어?

 -글쎄? 엄청 멀지는 않을 거 같은데. 주차가 좀 힘들 수 있어.

 -맛있는 거는 뭐 있어? 뭐가 유명해?

 -뼈 찜! 볶음밥을 꼭 먹어야 해.


 정작 당일에 니니는 다른 일이 있어서 만날 수 없었지만 나는 A시 초입부터 니니를 찾아댔다.

 "이 근처 오피스텔에 니니가 살았었어."

 "그래?"

 "그 집 뷰가 참 좋았지."

 귀여운 소품 샵 가는 길에도 니니가 생각났다.

 "니니가 깐풍기 맛집 얘기한 적 있는데 저기 같아."

 나의 니니 타령은 멈출 줄을 모르고...

 "나 여기 알아(?)! 와본 적은 없는데(!) 이름은 엄청 많이 들어봤어. 니니가 여기로 벚꽃놀이하러 왔었어."

 "모르는 게 없네?"

 "그럼, 그럼."


 언젠가 친구는 사회적, 정서적 안전망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에게는 니니가 그렇다. 세상 어떤 복지도 니니에 비교할 수 없다. 바람 잘 날 없는 이놈의 방송국에서 10년 넘게 일할 수 있었던 건 3할이 니니 덕이다. 

정서적 안전망의 복지란.jpg

 

 내일은 니니를 만나러 다시 니니 동네에 간다. 니니가 보는 데서 신나게 니니 타령을 해볼까나. 곧 만나, 친구야.


네가 오면 나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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