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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슬로 Oct 13. 2022

내 잔이 넘치나이다

22.10.22

첫 회사를 퇴사한 날이 딱 만 4년전 오늘인걸 페북 켜보고 알았다. 그땐 4년 후에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 줄 알았을까. 어린 시절 우리 부모님은 유달리 내성적이고 사회성 없는 나는 일반 기업 같은덴 못 갈거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공부를 잘하게 해서 연구 방면으로 키워내야 한다며 혹독하게 키웠다.


그런데 웬걸, 나는 공부보단 돈 버는게 더 재밌는 어른으로 자라났고 그 '사회성 없는' 딸은 못 갈거라고 생각했던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친구들과도 잘 논다. 한편 불안장애를 얻 상사에게 미움 받다 첫 퇴사를 하던 내 뒷모습은 참 초라하고 쓸쓸했을 것 같다. 모두들 쟤는 이제 어떻게 하냐고 내심 걱정했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잘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돈을 많이 버는 것엔 관심 없다고, 대기업 같은 덴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사실 이건 고고함을 가장한 내 능력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그 두려움을 깨는 일들은 내 삶에서 하나씩 이어지고 있다. 일단 대기업에 오기는 왔고... 솔직히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지만, 마음 속 관념을 이겨내는 일들을 하고 나면 내 앞에 바라는 것들이 성큼 다가와 있지 않을까.


나는 태생적으로 불안이 높은 사람이고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마음을 가지고 나왔던 4년 전과 비교하자면 사실 느끼는 불안의 수준은 가끔 비슷할 수도 있다. (더 내려놓고 평안해지는 연습 중이지만) 다른게 있다면 그걸 버티는 내가 달라졌다. 불안은 불안대로 두고 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치만 이제 이 불안마저 모두 떠나보낼 수 있다면,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30대의 시간은 20대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빠르다.  지난 4년은 당장이라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의 잔이 채워지는 걸 보고 기뻐했다면, 그 다음 4년은 다윗처럼 고백하고 싶다. 내 잔이 넘친다고. 그 잔이 넘쳐 목마른 사람들에게 당도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내가 기쁨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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