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속 최고의 지하철 종착역 안내방송 - 이호선 <지하철 2호선>
지하철을 타보세요 사당에서
서울 어디든지 달려가죠
인생이란 모두가 이런 거지
출발점을 떠나간다는 것
한 번 떠난 그 사람은 안 오지만
방금 떠난 전철은 다시 와요
인생살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2호선 지하철을 타봐요
약속시간 걱정할 것 없어요
교통체증 걱정할 것 없어요
승차권 하나 더 준비하면
애인이 생길지도 몰라요
4호선을 타시려면 사당에서
5호선을 타시려면 왕십리서
2호선은 어디든지 연결되죠
수원이나 인천까지라도
한 번 떠난 그 사람은 안 오지만
방금 떠난 전철은 다시 와요
인생살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2호선 지하철을 타봐요
약속시간 걱정할 것 없어요
교통체증 걱정할 것 없어요
승차권 하나만 준비해요
자 이제 출발해요 문 닫아요
한 번 떠난 그 사람은 안 오지만
방금 떠난 전철은 다시 와요
인생살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2호선 지하철을 타봐요
약속시간 걱정할 것 없어요
교통체증 걱정할 것 없어요
승차권 하나 더 준비하면
애인이 생길지도 몰라요
- 이호선 <지하철 2호선>
전 MBC 앵커 최일구 씨(그땐 기자)의 활약으로 당산철교의 부실공사 실태가 낱낱이 밝혀지고, 97년 1월 1일 5호선 개통을 기점으로 당산철교 폐쇄 및 철거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2호선 순환선이 당산과 합정 사이에서 끊기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고, 대체 교통편으로 당산역과 홍대입구역 사이를 잇는 셔틀버스가 97년부터 99년 11월 말까지 다니기 시작했다. (합정역은 중간 중간 회차선 설치와 복구 문제, 6호선 공사 문제로 폐쇄되면서 '합정행' 보단 '홍대입구행' 이 주가 되었던 것 같다.)
당산철교 폐쇄 당시 일산에 살던 3호선 키드였던 나는 2호선을 탈 일도, 당산과 홍대입구에 갈 일도 하나도 없었지만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뒤, 회사가 너무 먼 관계로 합정동에 이사를 오게 되면서 집 앞 당산철교에 얽힌 비화를 하나씩 찾아보게 된 것 같다. 지하철이 지하에서 나와 지상을 달리는 순간을 가장 좋아하는 나는 (특히나 지하철이 한강을 건널 때) 오후 시간에 당산철교를 건널 때 쏟아지는 햇빛에 행복해하다가, 밤엔 가만히 한강 야경을 바라보거나, 한강에서 산책을 할 때 2호선이 맹렬한 속도로 당산철교를 지나가는 모습을 잠시 멈춰 살펴보곤 했다. 내가 맨날 지나는, 맨날 보는 다리가 무너질 뻔 했다고?! 하면서.
당산철교 역사를 찾다 보니, 내 탐구는 '당산행', '홍대입구행', '합정행' 이라는 앞으로는 2호선에서 다시 볼 일이 없을 종착역의 역사까지 이어졌다. 그 속에서(홍대입구행은 2호선 차 끊기기 전에 가끔 다니지만 ㅠㅠ) 98년 한 때 당산행의 종착 안내방송에 흘렀던 이 음악을 우연찮게 발견하게 되었는데... 너무 좋은 거다!
'이호선' 이란 예명을 가지고 활동하던 당시 서울메트로 부역장 이원우 님의 <지하철 2호선> 인데, 정말 신난다. 일단 98년 당시 종착역 방송 버전으로 들어보자. (강경화 장관의 영어 안내는 덤ㅎㅎ)
이제는 지하철 종착역 안내 방송들이 전부 서울교통공사, 코레일 로고송으로 바뀌어 버렸지만, 가끔씩 이 음악이 정말로 지하철에서 흘렀다고 상상하면 혼자만 이 사실을 알기가 아까워진다. 그래서 언젠가 친구에게 이 음악의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진짜 좋지 않아? 라고 말했더니 '으...응' 이라고 반응해 주었다. 지하철 덕질에 즐거워하는 건 나 혼자만 하는 걸로 ^ㅡㅠ
한편, 당산행과 반대인 합정/홍대입구행엔 Raymond Lefevre의 <Midnight Blue> 가 종착역 안내방송으로 흘렀었는데 다음번엔 이 얘기를 써봐야겠다.
회사 입장에서야 선곡, 저작권 걱정 없이 로고송만큼 편한게 있으랴만은, 가끔 모두가 내릴 채비를 하는 2/3/4호선 종착역 즈음의 분주한 열차에서나, 맹렬한 속도로 너른 벌판을 지나 종착역에 다다르는 사람 없는 오후 5시의 1호선 열차 같은 곳엔 좀 더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당. (개인적으로 나는 Alan Parsons Project의 'Days are Numbers' 가 흘러나오면 정말 마음 가득 행복해질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