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하기를 참 못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산지가 오래였다.
지금도 딱히 말을 잘 하는 편은 못 되지만.
TOEFL에서는 딴 건 잘 나왔는데 늘 Speaking이 바닥을 찍었고,
첫 회사를 다닐 땐 회의 때 하도 말을 버벅여서 동료가 '대변인' 역할을 해줬었다.
오픽도 그렇게 등급이 안나와서 컴플렉스처럼 안고 살았던게 몇 년.
특목고에 영문과를 나왔으면 오픽도 그냥 바로 AL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란 생각을 늘 하고 살았다.
한 달 정도 다녔던 영어학원에서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선민씨는 말을 못하는게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말을 가로막는 것 같다고.
동료들과 몇 번 주고받았던 상호평가에서도 선민님은 말을 듣는 건 너무 잘해주시는데,
자기 의견을 좀 더 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서른살이 된 기념으로 그동안 컴플렉스(or 트라우마)를 갖고 살았던 것에서 벗어나보기로 하면서
제일 처음으로 오픽을 다시금 준비해봤다.
처음에는 그냥 올림픽 정신으로 봤고 그 다음부터 정신차리고 뭔갈 시작했는데
많은 준비는 하지 않았고 그냥 매일 한 문제에 하나씩 해당되는 스크립트만 썼다.
공부를 싫어하는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이었고 머릿속에 엉킨 생각을 조금씩 정리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험장에 가서는 그냥 되든 안 되든 계속 말이 되는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동안은 너무 말하다가도 말같지 않아서 멈춰버리거나 먹어버렸던 말들인데,
이번엔 내적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머지는 채점관 몫으로 넘겼다.
또 어쩌다가 영어 인터뷰를 할 일이 생겨서 다시 전화영어를 시작했다.
그 전에는 영어 인터뷰 질문들을 하나씩 보면서 세상에 이런걸 내가 어떻게 답하지? 하고 피했던 것들인데
막상 닥치니까 어떻게든 다 답하고 있던 나를 발견.
선생님은 좋은 분이니까~ 하면서 문법이고 뭐고 신경 안 쓰고
그냥 내가 무슨 생각 하며 사는지를 답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내 말하기의 폭이 늘어나는 것을 조금씩 느꼈다. 와 내가 이런 말도 할줄 아네, 이러면서.
생각이 많은 내가 이 말은 해도 될까? 저 말은 해도 될까? 란 질문들 속에 말을 고여두게 되면서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땐 항상 고여서 다 분해되어 버린 말의 조각들만 내어놓게 되었던 것 같다.
신선한 상태의 내 생각을 - 그것이 실례되거나 나쁜 말만 아니라면 - 그대로 말하고
또 그것이 그리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해서 깨닫고 좀 더 앞으로 나아가고.
이제서야 말하기를 정말로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오픽은 허무하리만큼 금방 AL이 나왔고,
영어 인터뷰는 ... 처음은 실패했지만, 그 다음엔 조금이나마 더 나은 결과를 받아들길 바라면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질러버리는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내 의견을 말하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보통 영어 이력서에서 언어 수준을 평가할 때 Fluent 다음으로 Native 라는 걸 표시한다.
유창한 걸 넘어서서 소위 '네이티브' 처럼 잘한다는 것.
나의 말하기도 영어이든 한국어이든, 뭐 나아가서 이제 안 쓴지 오래된 러시아어든 (언젠간 쓰겠지...)
내 말들을 유창하게 옮기는 것을 넘어서서 내 본연의 말들을 온전히 꺼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