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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웃지 않지만 친절한 사람

조용한 친절, 그리고 시끄러운 친절

by 김소연 트윈클

그는 처음 만났을 때도 웃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게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늘 무표정한 얼굴, 말수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그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느 날, "눈이 너무 뻑뻑하다"고 했더니
다음 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인공눈물을 내밀었다.
"이거 써봐."
별일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 작은 행동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어느 날엔
"오늘따라 바람이 차갑네."라고 했더니
그날 저녁, 말도 없이 학교 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그는 여전히 활짝 웃지 않았지만, 내 마음이 먼저 따뜻해졌다.

나는 그때 알았다.
친절이란 꼭 밝은 미소나 다정한 말투로만 표현되는 게 아니라는 걸.
때로는 말없이 건네는 작은 배려,
눈을 마주치지는 않아도 나를 살피는 마음,
그런 것들이 더 깊고 단단한 친절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렇게, 나는 그가 잘 웃지 않지만 참 친절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따뜻함은 변함없이 내 곁에 있다.

요즘 나는 가끔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우리 아이도 이런 친절을 배울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아이는 시끄럽고, 잘 웃고, 끊임없이 뛰어다닌다.
조용한 배려보다는 "엄마아~! 나 도와줬어! 나 잘했지? 짜잔!" 하면서 친절마저도 요란하게 표현하는 쪽이다.

어느 날은 친구가 넘어지면 "괜찮아? 어휴! 깜짝 놀랐지!" 하면서 등에 팡팡 손을 올려주고,
길에서 강아지를 보면 "아이구~ 귀여워라!" 하면서 쓰다듬어주고,
식당에서는 "여기 물 필요하세요?" 하고 옆 테이블에 물컵을 건네주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세상에는 조용한 친절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활기차고 밝은 친절도 소중하니까.

언젠가 아은이도 조용한 친절을 배우게 될까?
아니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금은 시끄럽지만 따뜻한 친절을 만들어갈까?

어떤 모습이든, 나는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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