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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올렛 Jul 08. 2022

내 몸이 단 한 번이라도 건강했던 적이 있었던가?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20일

고2 겨울방학 때 갑자기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하던 친구가 있었다. 고3때 가열차게 공부하려면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고 자고 싶었던지라 그런가보다 하고 무심히 넘겼다. 첫째를 출산하기 전에 아이를 먼저 낳아본 선배 한 분이 아이를 낳는 출산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이후에 키우는 과정과 엄마 몸 추스르는 과정이 더 힘들고도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때도 제대로 새겨듣지 못했다. 출산 이틀전까지도 회사에 다녔으니 크게 아프거나 불편한 것이 없었으니 절실함을 기대할 수 없었다.



첫째를 낳고 몸조리도 채 안된 상황에서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며 점점 몸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연년생으로 둘째를 낳고 본격적으로 허리가 신호를 보내왔다. 밤에 젖을 물리고 같이 잠들던 습관, 한 명은 아기띠를 뒤로 해서 업고, 한 명은 가슴에 안던 것이 내 척추를 아프게 하는지 그때는 몰랐다. 둘을 키우다가 어느날부터인가 허리 통증, 목 통증이 찾아왔다.



추간판탈출증, 디스크라고 했다. 처음엔 허리에서 시작해서 이어서 목통증이 시작되었다. 허벅지 뒷쪽이 저리고, 손끝까지 저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병원에 가보니 디스크는 맞지만 지금 손 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아직 수술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 운동을 하면서 통증이 줄어들도록 관리하면서 살아야 된다고 했다.



그후로 여러 운동방법을 전전했다. 요가도 배웠다가, 헬스장에서 개인트레이닝도 받았다가, 홈트도 시도해봤다. 늘 오래하지 못했다. 조금 하다가 그만두길 반복했고, 아프던 증상이 사라지면 바로 그만뒀다. 한마디로 살만하면 운동 생각이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은 아픈 몸이 되어갔다. 특히 요 몇달을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긴장된 몸으로 손가락만 움직였더니 목부터 손끝까지 이어지는 통증이 상당했다. 이 몸으로 책상 앞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무직 직장인이 될 수 없기에 복직을 앞두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엔 필라테스다.



'필라테스'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개발한 운동법. 처음 네 번은 허리와 목이 더 아파지는 느낌에 괜히 시작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센터의 사정으로 새로운 강사님과 어제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엔 최대한 찰떡같이 알아듣고 몸을 움직여보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운동으로 인해 느끼던 통증도 사라지고 시원함이 찾아왔다. 새로운 강사님과는 겨우 두 번 수업을 했지만 확실히 나아짐을 느낀다.



이번엔 건강해지고 싶다. 잠시 통증이 멎었다고 툭하면 그만두던 것과도 이별하고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꽤 많은 일 중에서 건강이 안 따라줘서 못하는 것들도 상당하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은 만큼, 매트 위에서 배운 것을 복습하며 목에 아름다운 커브를 만들 날을 기대한다.



건강한 몸으로 잘 살아보고 싶다. 이번 생엔 이 몸과 쭉 함께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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