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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꿈을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by 바이올렛

브런치, 안녕!

난 꿈을 갖고 사는 어른, 은정이라고 해. 작은 아이가 세돌을 지날 무렵이었어. 우리 동네 도서관 어린이실에서 만난 아이 친구 엄마가 놀라운 이야기를 하는 거야.

"브런치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 글을 쓰면 책을 만들 수 있어요.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브런치에 글을 쓰면 돼요."


난 그날로 작가 신청을 했어. 꾸준히 글 한 편씩을 올렸어. 어떤 글을 올렸는지 말해줄까? 꿈을 가진 엄마가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면여행을 하는 이야기,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을 그림으로 그리는 꿈지도 이야기, 치매를 앓고 계신 시어머니 돌보는 일이 너무나 벅차서 엉엉 울면서 밤마다 잠들기 전에 쓰던 간병 이야기였어. 그때 하얀 너의 등짝에 글을 쓰면서 치유받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지 뭐야.


브런치 작가가 된 지 3년이 되던 해에 나는 두 권을 나란히 출간하게 되었어. <마법의 꿈지도>와 <달빛마저 나를 응원해>. 내 인생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이 4개월 간격으로 나란히 세상의 빛을 보았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브런치, 너. 남몰래 나를 얼마나 도운 거야?


직장은 휴직한 채 육아와 살림에만 전념하다 보니 내 자존감은 낮아질 대로 낮아져 있었어. 시야가 좁아지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지.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는 거였어. 광고가 없고,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하며, 내면의 자아를 만날 수 있는 담백하고 말끔한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


이야기가 하나 둘 쌓였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도 응모하면서 자연히 이야기를 엮어 브런치북을 만들었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글이 모일 때마다 내 인생도 하나씩 정돈되는 기분이 들었어. 브런치북으로 만들어본 이야기는 훗날 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어. 나는 너의 너른 가슴에 마음껏 글쓰기 연습을 한 거야. 그때는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어.


글을 쓰다 보면 눈앞이 뿌예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날 때가 있어. 회사에 복직해서 젊은 직원들 틈바구니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하루 종일 애쓰고 용쓰던 자신이 한없이 가엾고 동시에 장하게 느껴져서 찡한 순간이 많았어. 나는 글을 쓰고 눈물을 흘리면서 점점 씩씩해져 갔어. '그래, 실컷 울고 나서 다시 살아가면 돼. 누구나 자기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구간을 지나면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거야. 그럴 수 있어. 괜찮아.' 그렇게 나를 다독이며 하루하루 힘든 구간을 내 힘으로 벗어날 수 있었어.


내 다음 꿈을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20년째 공항에서 근무하며 느낀 점을 하나 둘 글로 쓰고 있어. 공항근무자로서 가지는 시선을 차분히 글로 적어서 좋은 책을 만들고 싶어. 공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싶고, 미래의 동료가 될 예비 직원들에게는 꼭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하루에 수만 명의 여행자를 만나면서 나는 늘 여행을 꿈꿔. 다른 나라로 떠나는 물리적 여행도 꿈꾸고,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로 순간이동하는 상상 속 시간 여행도 꿈꾸고, 내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실컷 쓰다듬어주고 나오는 내면 여행도 꿈꿔. 출발, 도착, 환영, 배웅. 각자 자기 갈 길을 찾느라 바쁜 사람들 틈 속에서 나도 내 인생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좋을까 생각해 보곤 해.


브런치야, 너를 처음 만난 후 어느덧 6년이 지났어.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가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내가 작가라는 사실,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해 줘서 고마워. 그 묵직함 덕분에 나는 글을 쓰며 무사히 마흔 살을 맞이할 수 있었어. 앞으로도 글쓰기를 나의 양 날개 삼아 훨훨 날듯 살 거야. 좋은 글을 쓰는 좋은 사람이라는 나의 꿈을 널리 펼치고 싶어. 너와 함께, 브런치 작가들과 함께. 멀리멀리 날아서 좋은 글을 더 많이 실어 나르고 싶어.


고마워, 브런치.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도 꾸준히 글 쓰는 너의 친구가 될게. 열 살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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