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작가로 살아가는 법

두 개의 자아가 서로를 미워하지 않도록 중재하는 법

by 바이올렛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책을 두 권 출간했다. 그때부터 4년간 나의 자아는 '직장인 작가'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왔다. 가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과 선망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의 관심을 받을 때면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지만, 실은 더 많은 시간 우울하고 외로운 기색을 감추느라 노력해왔다. 유일무이하게 성공한 유명 직장인 작가가 있는가하면, 나처럼 조용히 두 개의 자아를 말없이 꼭 끌어안고 작게 어깨를 움썩거리며 앞으로는 어느 쪽 길로 걸어가야 하는지 가만히 살피는 사람도 있다. 바로 그 후자의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가끔 사내 메신저로 "책 출간하셨다면서요?"라는 메시지를 받을 때가 있다. 모두가 정년 퇴직이 꿈이라고 말하는 안정된 직장에서 왜 굳이 가시밭길을 찾아 들어갔냐고 묻는 것 같아 겸연적은 마음이 든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 라고 대답하고 싶은걸 꿀꺽 삼키는 대신 원래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했었다는 평범한 대답을 해본다. 그럼에도 아주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 분도 계신다. 도대체 어떻게, 출판사에 노크하고, 출간 계약을 성사시킨 후, 상업 출판으로까지 이어갔냐고 소상하게 묻는 동료 앞에서 방법을 알려드리겠다고, 모든 것을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곤 생각에 빠졌다. 나는 왜 이토록 계속 쓰고 싶어하는 걸까? 이미 두 권을 출간해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과 책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일이 얼마나 멀고도 까마득한 지 체감해봤으면서, 책이 잘 팔리지 않으면 얼마나 출판사 볼 낯이 없는지, 집필부터 출간 후 홍보까지 그토록 애를 쓰고도 허무함이 많이 남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또 꾸역꾸역 글을 써서 책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걸까? 그건 바로 써야만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충직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느덧 근속 20년이 된 나의 직장.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웃음과 눈물이 함께 했었던가? '비상연락망 유지'라는 말이 뇌리에 박혀 주말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뼛속까지 필요 이상의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직장인 자아. 그리고 그런 자아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슬아슬하게 직장밖에서의 새로운 나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던 작가로서의 애씀. 그 둘을 동시에 끌어안고 살아왔던 지난 시간이 때로는 너무 벅찼었다. 왜 그 둘 다를 포기하지 못했을까? 월급과 사회적 지위 때문이라는 말이 충분한 답이 될 수 있을까?



혹시 너무 낭만적인 미래상을 그리고 있는 건 아닐까? 나에게 유리한 베스트 시나리오만 쓰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망조가 들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최악의 미래만 그려야 한단 법도 없지 않은가? 내 상황이 최상이든, 최악이든, 직장은 너무 체계적이고, 작가라는 나의 꿈은 금방이라도 날아가버릴 듯 허술하고 가벼웠다. 그 둘을 동시에 붙잡고 사는 것은 매일 아슬아슬한 외줄타기하듯 불안하고 외로웠다. 그래서 써보려고 한다. 지난 20년, 직장생활이라는 시간을 통과해왔던 그 과정을. 그리고 앞으로 20년은 어떻게 직장인 작가로 살아가야 할 지 써보려고 한다. 쓰는 대로만 이루어진다면, 그녀는 직장인 작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라고 쓰고 싶은데.



사내 규정을 준수하고, 직장인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며, 업무 수행 중 취득한 보안사항은 유출하지 않으며, 나는 과연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대부분 직장이라는 한 공간에서 나의 두 눈과 두 귀로 보고 들은 내용을 나의 시각으로 관찰하고 해석한 글이지 않을까? 그렇게 차츰 나의 시선에 자신감을 가지며, 미래를 그려보는 마음에도 힘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줄이 터져서 제각기 흩어져버린 목걸이의 구슬들처럼, 과거는 기억속 사방으로 흩어진 상태이다. 어떻게 다시 소환해서 어떤 조합으로 다시 꿰어야할 지 이제부터 생각해보아야지. 때로는 꿰매는 대로 기억은 뭉쳐지기도, 아픈 곳은 조금 나아지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작업에 돌입해봐야겠다. 나의 지나간 시간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