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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J Sep 13. 2015

문화_ 노브레인, K-Music 페스티벌

런던에서 노브레인의 열정에 반하다

Sep. 2015.

[영국워킹홀리데이: 런던]

문화_ 

노브레인, K-Music 페스티벌 

영국에서 한국을 알리는 데에 앞장서서 노력하는 단체들이 있다면,  그중에 으뜸은 한국문화원 일 것이다. 그 곳에 고용되어 '직원'으로써 일을 하기에는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무보수 초과 근무시간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암암리에 알려져 있지만.. 그 직원분들의 노고 덕분인지 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하는 행사들은 꽤나 열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트라팔가 스퀘어에서 진행됐던 코리안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 방문한 행사는 K-Music 페스티벌이었다. 사실 이 페스티벌은 런던의 여러 공연장에서 한국의 여러 장르의 음악공연이 열리는 9월 한 달 동안의 기간을 통틀어서 말하는 행사이다. 그 전부를 참가한 것은 아니었고, 킹스크로스 역 근처의 바에서 열리는 노브레인 콘서트에 간 것이다! 룰루랄라!



내가 예약한 사람인데.. 내가 일행 중에 제일 늦게 도착함 ㅋㅋㅋㅋㅋㅋㅋ 

미안 미안... 대신 초콜릿 나눠줬으니까 미워하지 아잉~


노브레인의 노래는 유명한 몇 곡만 알 뿐이라서, 오늘 공연에서 부른다는 노래 목록을 찾아서는  한 번씩 들어보는 공부(?)의 시간도 가졌다. 내가 왕왕 팬이었던 그룹 신화의 콘서트 외에, 누군가의 단독 공연에 가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한 번씩 찾아보고 가는 것이 예의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같이 간 신군 일행 들도 모두 다 음악을 찾아보고 들어보고 왔다더군.. 크크..


7시 반에 시작하는 공연이었는데, 오프닝으로는 어떤 외국인 밴드가 공연을 했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노래는 꽤나 괜찮았다.



그리고, 잠시 무대 세팅 시간을 갖은 후..

다짜고짜 노브레인이 무대 위로 뛰어들어옴 ㅋㅋㅋㅋㅋㅋ 그리고는 연속으로 노래를 세곡 정도 좌좌좍 이어나갔다. 그 열기와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우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노래를  한 번씩 듣고 간 것이 굉장히 큰 도움이었다. 노래 가사를 제대로 따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앞 부분을 듣고 나면 얼마든지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었다. 노브레인의 현란한 지휘도 한 몫했다. 가사를 잘 몰라도 얼마든지 노래에 참여해서 목청껏 소리를 지를 수 있었으니.

한손에 맥주를 든 채 껄렁껄렁 대충 즐기려던 외국인들은 처음에는 이러한 열기에 당황하는  듯했지만, 어느새 알지도 못하는 한국어 가사에 맞춰 머리를 뱅뱅 돌리며 손을 좌우로 흔들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있었다. 외국 가수들이 한번 내한공연을 하고 나면, 한국의 열정적인 공연문화를 잊지 못하고 다시  찾는다던데, 그 정열적이고 몰입도 최강의 모습이 바로 이 자리에 있었다. 


그런 껄렁껄렁한 자세로 한국 밴드의 공연을 즐기지 말란 말이다! 

몸을 이미 흔들고 있지만 좀 더 정열적으로 흔들으란 말이다!!


이렇게 말이다@!!!!! 

이 열기를 사진으로 담고 싶어서 하늘을 찌를 듯 방방 뛰면서 연사를 눌렀다 ㅋㅋㅋ 정말 다들 최면에 걸린 듯 노브레인의 행동에 맞춰 박수를 치고 손을 좌우로 흔들고 소리를 지르고 제자리 점프를 했다.


뮤트하고 보면.. 사이비 종교 신도들인 줄..

공연 중반쯤, 밴드 내에 유일한 유부남이라는 드러머가 한곡 해보겠다며 앞으로 나왔다. 쑥스럽게 앞으로 나오더니 갑자기 소주 한 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준비한 대사를 이어나가려고 하는데...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 외쳤다.


" 원샷! 원샷! 원샷! 원샷 "


대학교 축제 때, 김장훈이나 싸이가 갑자기 소주 한 병 원샷하고 공연했던 것이 생각나면서.. 

나도 좀비처럼 이 말을 외치고 있었다. " 원샷! "


드러머는.. 당황해서 버벅버벅 말하다가..

에라이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병나발을 ㅋㅋㅋㅋ

이게 진짜 소주였는지 물이었는지는 알 길은 없었지만, 모두 미친 듯 환호하며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


이어서 부른 노래의 제목은 "소주 한잔" 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중간에도 소주잔에 소주를 한잔씩 부어 마시고는.. 머리 위에 잔을 터는 행위예술을 보여줌으로써 ㅋㅋㅋㅋㅋ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정말... 미친 것 같았다 ㅋㅋㅋㅋㅋ

이걸 보는 외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떼창의 진수를 보여주는 "비와 당신"은 영상 투척!

영화 '라디오 스타'에 출현해서 불렀던 노래 '비와 당신'. 노브레인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영화의 인기로 여기 저기서 자주 흘러나오던 바로 그 노래니까 말이다.

그러니.. 나 조차도 따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에~ 에~~~

바보~~ 같은 나~~ 눈물이 날까 ~~~"


한국인의 떼창은 죽음이당! 크아 아아아 아-


노브레인은,


소주 한잔

비와 당신

넌 내게 반했어

미친 듯 놀자

마산 스트리트

내를 델따주오

한밤의 뮤직

아리랑 목동

바다 사나이  

.

.

.


등등 앙코르곡 2곡을 포함해서 15곡 정도를 했다.

노브레인이 공연한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삼분정도만 지난 듯..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찌나 아쉽던지..


입장료는 10파운드였는데, 아깝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더 내야 할 듯한 공연이었다. 노브레인의 위력도 실감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흐름을 이끌고 열기를 지속시키는 이 힘. 그 누가 따라 할 수 있겠는가.. 정말 대단했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외국인들을 위해 중간중간 영어로도 곡 설명과 인사말을 덧붙이는 모습도 굉장히 정이 갔다.

어떻게.. 관객들의 호응을 이렇게 이끌어내지?

진짜 몰입도 최고였다.


런던 중심에서 한국의 인디밴드를 대표하는 노브레인과 이런 광란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공연이 끝나고 불이 다 켜지고 청소가  시작됐음에도,

그 여운으로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자꾸 뒤 돌아보게 됨 ㅠ.


아.. 노브레인 또 공연하러 왔으면 좋겠당~














2015년 9월 런던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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