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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J Sep 15. 2015

취업_ 채리티샵 트라이얼

트라이얼인지 모르고 가서 어리벙벙했던 하루

Sep. 2015.

[영국워킹홀리데이: 런던]

취업_ 

채리티샵 Charity Shop 트라이얼



* 주의사항 : 이 글은 '돈'을 받고 일하는 취업이 아닌,
                   비영리단체에서 운영하는 매장에서 '돈'을 받지 않고 봉사를 하는 취업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지원서를 받은지 5일이 지나고.. 작성을 완료한 지원서를 들고 쫄래쫄래 채리티샵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나에게 솰라솰라 영국식 영어를 아주 빠르게 구사했던 매니저 메리암이 나를 알아보고 웃으며 맞이해 줬다. 

메리암은 내가 지원서의 채울 곳을 다 채워 넣는지 슬쩍 확인을 하고는, 오늘 트라이얼을 하겠다고 했다. 


사실.. 트라이얼 하는지 몰랐다. 그냥 면접 보는 줄... 얘기나 하는 줄...


아직.... 마음의 준비가... 허걱...



시간 널널한 날 갔기에 망정이지, 일하러 가기 직전에 갔으면 큰일 날 뻔..



메리암은 아주 속사포로 매장의 구석구석에 대해 설명해줬다.

들어오는 입구부터, 어느 곳에 어떠한 물건에 진열되어있는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계산대 뒤에 있는 사무실에서는 어떠한 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설명. 들어오는 기부물품들에 대한 분류, 정리 방법 등등.


내가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나 보다. 메리암이 "이걸 오늘 하루 만에 외우라고 하는 거 절대로 아니고, 반복해서 설명해 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 하하하하하하. 



대충의 설명을 끝내고, 내가 한 일은 기부 물품들에 상태 확인 및 태깅 Tagging 이었다. 내가 구매자의 입장에서 물품들을 보고, 나라면 사지 않겠다 싶은 상태가 좋지 않은 물품들은 따로 분리해야 했다. 상태가 괜찮은 물품들은 하나하나 택 Tag을 달아야 했다. 

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었다 기프트 에이드 Gift Aid 택이 있었고, 일반 택이 있었다. 기프트 에이드는 기부자 아이디와 기부한 물품의 사이즈를 기록해야 했고, 일반 택에는 사이즈만 기록하면 되는 것이었다. 옷이 아닌 경우는 스티커로 되어있는 작은 택을 부착하면 된다.

기프트 에이드는, 기부자로 등록된 사람이 기증한 물건을 판매 완료하게 되면 판매금액의 일정 부분을 해당 기부자의 세금 감면 혜택으로 돌려주는 것이었다. 물품을 기증받을 때는 반드시 그 사람이 기프트 에이드 등록을 한 사람인지 물어보고 기부자 아이디를 받아놔야 했다.


내가 엄청난 집중 모드로 하고 있으니까, 메리암이 와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줬다.


이 곳은 기부된 물품들 중에 최상급의 물품들만 취급하는 지점이라고 했다. 어쩐지 가격들이 중고물품 이라기에는 저렴한 느낌이 아니었다. 물론 같은 질의 물건을 산다고 했을 때는 저렴한 편이지만, 중고물품이라고 해서 1~2파운드 정도만을 생각했다면 살게 없는 곳이었다. 

따라서, 사람들이 기부한 물품들의 선별이 매우 중요했다. 조금이라도 얼룩이 있거나, 보풀이 있거나 한 옷들은 판매 불가 물품이었다. 생활용품들의 경우에도 조금이라도 상태가 좋지 않으면 바로 판매 불가처리였다. 그만큼 물품들의 상태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이겠지.


물품 선별과정에서 탈락된 것들 중에는, 아주 약간의 불량품들은 다른 지점으로 보내진 다고 했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있는 지점으로 탈락된 물품들을 보내고, 그 곳에서는 1~2파운드의 금액으로 중고물품들을 판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불량품들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얼룩, 약간의 보풀 등 원래의 기능에는 이상이 없고 매우 미세한 불량이 있는 경우만 해당된다. 

티가 나게 문제가 있는 제품들은 중고물품을 무게 단위로 사가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고 했다. 


Sue Ryder. 생각보다 매우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채리티샵이었다. 


이 채리티샵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 Sue Ryder


트라이얼이다 보니 긴장도 많이 하고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속사포 영어로 설명을 듣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다 모르게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메리암은 오늘 트라이얼은 끝났다고 하면서, 내가 제출한 지원서를 다시 가져왔다.

내가 지원서에 썼던 내용들에 대해서 이것저것 조금 더 물어보고 나서, 내가 계속 여기서 일을 할지 말지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나의 선택이라면서 부담 갖지 말라고. 그리고 계속 자기들과 일을 하고 싶으면 지원서 맨 뒷장에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하고 싶다고 하면서 당당하게 사인을 했다.


메리암은 오늘 도와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하고, 다음주에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했다.


트라이얼을 받았던 Rue Ryder 채리티샵 모습


생각보다 사람들이랑 말도 많이 못하고, 계산대 뒤에 있는 사무실에 처박혀서 3시간 동안 태킹을 한 게 전부였지만.. 신선한 하루였다. 첫 날이라서 그랬지, 일 자체는 유니클로에서 일 하던 것의 1/10 정도의 노동이었다.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되고.. 빨리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다아아아앙~













2015년 9월 런던에서 . . .

네이버 블로그와 함께 작성됩니다. . . . . . (C) 2006 twinkling_j [http://blog.naver.com/twinkling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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