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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J Sep 29. 2015

잡담_ 일자리 이야기

Sep. 2015.

[영국워킹홀리데이: 런던]

잡담_ 

일자리 이야기


_ 내 이야기 
작년에 나는 런던에서 한식 레스토랑과 유니클로, 두개의 파트타임을 뛰었다. 처음부터 투잡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3개월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정이다 보니 풀타임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한국이나 영국이나 장기근무자를 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한식 레스토랑에서 먼저 일을 시작하고 이어서 유니클로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현재. 또 다시 투잡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쉬엄쉬엄 일할고 싶은 마음에 일주일에 2번만 나가면 되는 사무보조 일을 시작했었다. 내 집과 거리는 좀 멀지만, 맨날 집에만 처박혀 있다가 의무적으로 나가야 되는 일정이 생기니 썩 나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잡다하고 간단한 사무보조 업무들. 한국에서도 사무보조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낯설고, 괜히 눈치 보이고 했는데. 사무실 분들이 워낙 편하게 하라고 해주셔서 그냥저냥 잘 지낸 것 같다. 가끔 일찍 가서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그런데.. 돈이 이제 탈탈탈탈탈탈. 한국에 있는 친구가 말했다. "런던에서 백수생활이라니, 로또 맞았냐?" 
아니다, 이년아! 로또 안 맞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작년에 일했던 한식 레스토랑에 다시 입성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작년에 같이 일했던 친구들 중에 여전히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사좡님도 좋게 받아주셨다.


영국 워킹홀리데이에 관한 질문을 받거나,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친구들과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이 '무조건 한국에 관련된 것은 피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이다. 공감은 가지만 매우 우려스럽다.

나 또한 처음 시작할 때는 한국에 관련된 것을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영국 스럽고', 매우 '그럴 듯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때문에 많은 워홀러들이 한국에 관련된 것을 피하려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만 앞서기 보다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영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서비스업종이다. 그리고 그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영국인은 많지 않다. 특히 런던에서는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유럽권 아이들이 대다수이다. 

런던에서 '영국 스러움'을 느낀 다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 런던은 그냥 런던스러움을 가진 도시기 때문이다. 도대체 '영국 스러운'것이 무엇이냔 말이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친구, 창고 정리 업무를 하는 친구 등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일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동료가 '영국인'인 경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런던에서 일하면서 러시아어가 늘겠다는 친구는 있다. 핫핫핫.


자신이 어느 정도 외국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해도, 일상 대화를 영어로 하는 것과 영어로 업무에 관련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한국인 하나 없는 스코틀랜드에서 호스텔 리셉션 업무까지 하며 영어로만 생활했던 나도 유니클로에서의 일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매우 간단한 단어들이지만, 업무와 연결 지어서 말하니까 도대체 이 매니저가 나한테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집어내기 힘들었다. 나중에는 그냥 눈치로 알아들었지만, 정확히 '듣고 이해하는'수준은 아니었다. 

본인의 영어 수준이 일상 대화 자체도 힘든 경우라면 '하면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가는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영어가 특히 부족한 경우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일을 시작하고 싶다면.

한국에 관련된 것을 무조건 피한다는 생각은 잠시 접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라.


가장 쉽게 일자리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영국사랑 홈페이지 내의 구인구직 게시판.

http://04uk.com/


나 또한 한식 레스토랑에 관련된 구인구직 정보를 여기서 얻었다.


나의 경우는 런던의 중심인 '피카딜리'역에서 2분 거리에 있다는 그 설명에 묘하게 끌렸던 것 같다. 한국인들이 아닌 외국인들이 많이 찾을 것 같았고, '한국인'이라는 것이 가장 어필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했다. 한식당이기에 한국인 손님이 어느 정도 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절대 다수로 외국인 손님이 훨씬 많다. 

식당 근처의 사무실에서 식사를 하러 오는 외국인도 있고, 런던으로 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피카딜리 근처를 왔다가 들리기도 한다. K-POP의 열풍을 따라서 한식에 관심을 갖고 오는 외국인도 있고, 한국어를 매우 유창하게 쓰며 한국문화에 푹 빠진 외국인들도 있다. 어제 잠시 인사하러 들렀던 윤매도 레스토랑을 둘러보고는  신기해했다. ' 한식당이라고 해서 한국사람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손님이 전부 외국인이네~'


내가 한식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더 말을 걸어 주고, 나 또한 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단순히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하고 내 나라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방의 나라 이야기를 하고. 손님과  직원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친근한 느낌으로 먼저 말을 걸면, 상대방도 나에게 한마디 더 던져준다. 그리고 그것이 일하는 원동력이 된다.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본인 하기 나름이다. 


'한국적인 것을 무조건 피한다.'라고 하기 전에 '그럴듯한 일'을 하겠다는 '한국적인 마인드'부터 버려라.

여기서는 그딴 거 쓰잘데기 하나 없다. 나를 나 자체로 봐주는 나라에 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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