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이야기] 내일의 해가 뜬다

Chapter. 3_ 진정

by 오늘은 J

[J 이야기] Chapter. 3_ 진정

내일의 해가 뜬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인터넷에 새로 나온 집에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몇 군데에 연락을 넣어놓고 오늘을 위한 계획을 짰다.


오늘 선택한 곳은 포토벨로 Portobello 바닷가이다.

혼자 가는 것은 아니고 여행카페를 통해서 알게 된 형복이와 함께였다. 어제는 날이 좀 흐렸는데 오늘은 화창하니 바닷가 산책을 하기에 딱인 듯했다. 에든버러 중심가에서 걸어 가기에는 멀고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버스표는 편도에 £1.50인데 데이 티켓이 £3.50이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곳들은 한 번에 몰아서 가려고 버스를 타야 되는 거리로는 가보질 않았다. 드디어 오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날인 것이다! 랄랄라-


바닷가에서 먹을 샌드위치를 사들고 버스를 타러 갔는데, 오늘 행사가 있어서 많은 도로들이 통제된 상태였다. 버스들도 우회 중인 경우가 많았고. 에든버러에서 처음 버스를 이용해 보는 나는, 바뀐 버스정류장이 어딘지 찾느라 진땀을 뺏다.

도로 통제 중인 경찰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버스정류장을 찾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버스로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라고 알고 있는데, 바다가 나올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어느샌가.. 아까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느낌적인 느낌?! 머릿속에 음악이 하나 흐릅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

반대로 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부터 해변까지 한 시간이 걸린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안 물어보고 그냥 탄 거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시 반쯤에 출발했던 우리는 무려 세시반이 넘어서야 해변에 도착했다. 너무 배고파서 점심으로 사간 샌드위치도 버스 안에서 해치워 버렸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오니 바로 바닷가가 보였다. 탁 트인 곳에 오니 마음이 한껏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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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온지 이제 고작 일주일인데, 느낌은 한 달은 더 된 듯하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너무 달려온 것이다. 그래서 있을까.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자서 봇물 터진 듯 형복이에게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서로 모르던 사이였지만 타지에서 만나 한국어를 마음 껏 쓸 수 있는 상대다 보니 별별 얘기를 다 하게 되었다. 내가 괜히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나 라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했지만, 워낙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너무나 고마웠다.


어느 정도 내 속풀이 이야기가 끝나고는 한참 해변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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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희소식이 하나 있었다. 오전에 연락했던 집에서 답장이 왔고, 내일 당장 뷰잉 Viewing을 하기로 했다. 두근두근.. 뭔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일의 태양은 더 밝기를 기원한다.




체크아웃 날이다.


며칠 전 급하게 저지른 여행이 시작되는 날이기에 저녁에는 스탈링 Stirling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그렇지만 그 전에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뷰잉 Viewing!!

열 시가 체크아웃이기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하고는 나왔다. 계속 긴장이 된다. 뷰잉이라니. 뷰잉 시간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기에 스타벅스에 자리했다. 영국에서 스타벅스란. 충전도 할 수 있고 무료 와이파이도 쓸 수 있으며, 내가 오래 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는 매우 좋은 곳이었다.

이 느낌 뭐지. 오늘 뷰잉 할 집이랑 잘될 것 같은 (잘 돼야만 하는) 예감이 들었다. 긴장을 좀 풀고 안정을 취하려고 하니 하나씩 풀리는 건가,라는 앞선 생각도 들면서. 뷰잉 전 정보를 더 얻기 위해서 그 방 정보를 다시 한번 정독했다. 8월 1일부터 가능한 집이었다.


뷰잉 시간에 맞춰서 집을 찾아갔다. 중심가에서 걸어서 30분 거리다. 번화가를 벗어나서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파란대문. 햇살도 밝고, 기분도 좋고, 주변 거리도 너무 좋아 보였다.

대문 앞에서 전화를 해서 위로 안내를 받고 집을 둘러봤다. 나를 안내해 준 사람은 집 주인은 아니고, 내가 들어가면 쓸 방을 현재 사용 중인 사람이었다. 집은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밝고.. 작았다. 그렇지만 매우 맘에 들었다. 물론 가격이 제일 마음에 들었고, 커다란 창문이 침대 옆에 있어서 밝은 내부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나는 상대방이 당황할 정도로 당장 계약하고 싶다는 말을 계속 말했고, 주말에 집 주인이랑 약속을 잡아주겠다고 했다. 내가 지내게 되면 함께 어울릴 집 메이트들도 너무 좋아 보였다. 다들 만나서 반갑다고 악수도 하고. 티는 안 냈지만 속으로는 들썩들썩 좋아 좋아. 아직 뭐 된 것도 아닌데, 사진도 백만 장 정도 찍고 한국에 가족들한테도 메시지로 자랑했다.


그래도 생각했던 거는 빼놓지 않고 다 물어봤다.

추가 비용이 있는지.

보증금은 환불 가능한 보증금인지.

특별한 규칙이 있는지.

단기계약 후 연장하는 식으로 해도 되는지.


스탈링으로 이동하는 길이 즐거웠다.

마음도 한결 가볍고, 드디어 해가 뜨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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