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_ 진정
[J 이야기] Chapter. 3_ 진정
스타벅스 죽순이
반지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에든버러의 첫 단추를 끼게 되자 모든 것에 대해 불안해져 버렸다. 영국에 온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피부는 다 뒤집어져버렸다. 그래서 에든버러에서 여행기분을 즐기려고 했던 계획은 다 지워버리고 정착단계로 바로 들어가기로 했다.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은 역시 집 구하기였다. 눈을 뜨자마자 스타벅스로 이동해서 집 구하는 사이트를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무려 아침 8시부터였다.
한참을 집중하다가 시간을 보니 오후 두시였다. 어느새 나는 세 달 전에 올라온 글들까지 읽어보고 있었다. 집 구하기에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몰아서 보다 보니 대충 전체적인 가격이나 흐름, 집 구할 때 생각해야 할 점들을 알게 되었다. 이런 건 한국에서 미리 해올걸 그랬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더 불안했으리라.
최근 3달 동안의 글들을 읽다 보니, 지역마다의 평균 가격도 그려지고 그에 따라서 내가 얻고자 하는 방의 맥시멈 금액도 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계산하기 머리 아픈 bill(가스, 수도, 전기, 인터넷 및 Council tax) 부분이 포함되면 좋겠다는 옵션도 따로 표시해 놓았다.
그런데 지금은 7월.
8월 한 달 동안에 에든버러에서 큰 축제가 있다. 내가 방을 구하고자 하는 시기가 축제기간과 딱 맞물려 버린 것이다. 최근에 올라온 글들은 대부분 축제기간에만 빌려주는 단 기방들이 많았다. 게다가 '단기숙소'의 개념이다 보니 금액들이 너무 높았다. 아니면 아예 축제기간이 지나고 9월부터 available이라고 나와있는 방들이었다. 하루빨리 호스텔을 벗어나고 싶은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뼈저리게 느꼈고,
정해진 일정이 없으니 이렇게 훌쩍 다른 도시로 이동해버리는 건 어떨까 생각도 해보고,
나는 과연 영국에서의 정착생활에서 무엇을 얻고자 했나 하는 질문도 던져보았다.
스타벅스에 펼쳐놓았던 짐들을 정리하고 칼튼 힐 Calton Hill 에 올라가서, 천천히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조급함이 사라졌다.
계획의 기간과 무계획의 기간을 설정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일정 기간까지는 방 구하기에 집중하지만 해결이 안되었을 때는 NO PLAN으로 생활해보자는 것이다. 이 생각은 지금 묵고 있는 호스텔의 스텝에게 '지금은 축제 때문에 에든버러에서 방 구하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여기서 몇 년째 거주 중이라는 그녀는, 축제기간이라 지금은 방값이 비싸다며 축제 이후에 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덤으로 평화로운 도시 몇 군데도 추천받았다.
방을 구하는 일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글들은 금방 금방 올라왔지만 이 전에 올라왔던 글이 반복돼서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새로운 방에 대한 글은 많지 않았다. 또 여기 사람들은 문자에 대한 대답을 빨리빨리 보내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답장이 없는 것이 매우 초조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나도 곧 답이 오겠지 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었다.
어제 하루 종일 스타벅스에서 세 달치의 글들을 훑어본 효과가 있었다. 조급함 대신 느긋함이 들어선 느낌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여기저기 방을 알아보기는 했지만 새로운 정보는 거의 없었고, 집에 대한 질문들을 문자로 보내도 답장은 너무도 늦게 왔다. 어제는 노트북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집중력으로 폭풍 검색을 했지만 오늘은 스타벅스 테이블에 늘어져서는 하품만 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기니, 며칠 근교로 짧게 여행이나 하고 오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두 세개씩 올라오는 새로운 방들에 대한 정보는 휴대폰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하니, 여행 후에 뷰잉을 몰아서 하자는 마음도 있었다.
내가 고른 도시는 에든버러 보다 위쪽에 있는 스탈링 Stirling과 인버네스 Inverness이다. 조금 서두르는 감이 있었지만 바로 며칠 뒤에 떠나는 기차표와 숙소를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