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_ 카오스의 시대
[J 이야기] Chapter.2 _ 카오스의 시대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런던에서의 이틀이 지나고, 아침 일찍부터 킹스크로스 역 King's Cross Station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열악한 호스텔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 준희가 씻지도 않고 내 캐리어 이동을 도와줬다. 굳이 같이 나가자고 오더니 역까지 캐리어를 끌어다 줬다.
에든버러 웨버리 Edinburgh Waverley역에 도착했다.
에든버러역에서는 가족여행으로 영국에 와 있던 대학교 친구, 준엽이가 나와줘서 힘겹게 캐리어를 끌고 호스텔까지 데려다 줬다. 남자임에도 나보다 더 가는 팔을 자랑하며 언덕을 어찌나 낑낑거리며 올라가는지, 호스텔의 높은 계단을 올라갈 때도 힘들어 보였는데. 끝까지 날 버리지 않았다. 고마워라.
그리고 나의 카오스는 시작되었다.
반지. 한국에서부터 끼고 온 반지가 없었다.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찝쩍거리는 남자애들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꾸역꾸역 끼고 온 반지였다. 무려 24K. 진짜 금이란 말이다. 워낙 반지를 잘 잃어버려서 예상은 했지만 최소 한 달은 간직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단 3일 만에. 어디에도 반지는 없었다.
병신. 병신도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다.
아침에 캐리어를 역까지 끌어다 줬던 준희에게 페이스북을 통해서 급하게 연락했다. 내가 묵었던 방이랑 침대 근처 그리고 아침에 사용한 화장실까지 한번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해당 호스텔에도 전화해서 횡설수설 막무가내로 나오는 영어를 지껄이며 반지를 좀 찾아봐 달라고 말했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주변 산책을 나왔다. 에든버러에 먼저 와 있던 준엽이가 가이드처럼 앞장서서 여기저기 나를 데리고 다녀줬다. 사진은 계속해서 찍었지만, 사실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카오스의 상태는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준희는 방과 침대 근처를 찾아봤을 뿐만 아니라 방에 투숙하는 애들에게도 물어보고 리셉션에도 다시 한번 물어봤다고 했다. 게다가 착하게도 전단지처럼 '물건을 찾습니다.'의 종이를 출력해서 호스텔 입구와 방 근처에도 붙여놨다고 했다. 그러나.. 못 찾을 것 같다고. 준희에게 너무 감사하고 미안하고.. 그러나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이튿날은 준엽이가 알려준 정보에 따라 에든버러 성 Edinburgh Castle에 입장해서 대포쏘는 것도 구경하고 성을 돌아보기로 했다. 에든버러라는 이 곳에 대한 정보과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착단계를 시작하기 전 적당한 여행기분을 내고 싶어서 세운 계획이었다.
준엽이네 가족분들과 만나 인사도 드리고, 준엽이네 어머님이 고생이 많다며 간식거리를 사주시기도 했다.
그러나 한번 집 나간 내 정신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번 시작된 부정적인 감정은 걷잡을 수 없기 커져만 갔고 영국의 정착생활에 대한 두려움으로 까지 번져 버렸다. 단 3일 만에 내 물건을 잃어버린 멍청이가 과연 집을 구하고 일을 구하고 생활을 한다는 게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끝없는 불신만이 자꾸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난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여행이나 즐길 때인가.
이렇게 즐기다가 집을 못 구하고 돈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