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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J Oct 01. 2015

근무일기_ 징크스

하아.. 한숨 나오는 하루였다

Sep. 2015.

[영국워킹홀리데이: 런던]

근무일기_ 

징크스


나에게는 징크스가 있다.


아침에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으면 그 날 마무리로는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생긴다. 마치 운수 좋은  날처럼.. 그래서 아침에 별일이 없는데 괜히 들떠있거나 기분이 좋으면 '아, 오늘 하루 조심해야겠구나'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는 약에 취해 약간 헤롱헤롱 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약 때문에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되어있기는 했지만.. 약 기운이 없었다면, 어쩌면 훌훌 날아갈 것 같이 좋은 기분이지 않았을까..?


나의 운수 좋은 날 시작은.. 

디너타임에 할인카드를 쓰러 온 노부부를  응대하면서부터였다.


노부부가 시킨 음식 중에는 튀김류가 있었다. 튀김류는 애피타이저 부분에 들어있는 음식이다. 모든 음식을 한 상에 차려먹는 한국에서는 에피타이져 개념이 없지만, 영국에 맞춰서 나눠 놓다 보니 애피타이저로 분류되어 있다. 

기름에 튀기는 음식은 볶는 음식에 비해 시간이 배이상 걸리기 마련이다. 노부부가 시킨 두개의 애피타이저 중에 볶는 요리의 애피타이저 한 개가 먼저 나왔다. 그리고 몇 분쯤 지나서 나를 부르더니, 튀김 애피타이저가 안 나왔다고 말했가. 나는 Deep Fry음식이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손님은, 그러면 함께 준비해줘야지 자기는 계속 기다리고 있지 않냐고 다그쳤다. 미안하다고 나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금방 다음 음식이 올라왔다. 노부부가 기다리는 애피타이저가 아니라, 메인 메뉴로 고른 볶음 우동이 나왔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일단 자리로 가져갔다. 그러자.. 정말로 나에게 화를 냈다. " What? Come  on!!!!"을 외치며 자기들은 애피타이저와 메인을 순서대로 차분히 즐기고 싶다고 했다. 왜 이런 식으로 음식을 주냐고 정말로 화를 냈다. 


정말로 당황했다. 순서대로 안 나와도 되냐고 안 물어본 내 잘못도 있고, 애피타이저라는 개념이 한국음식에는 없기에 음식의 순서가 상관없이 나오는 문제도 있고.. 그런데.. 정말 순서대로 즐기고 싶었으면 지들도 한 번쯤 말해야 했던 거 아닐까 싶은데. 뭐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고.. 미안하다고, 그러면 애피타이저가 다 끝난 뒤에 메인을 다시 준비해주겠다고 했다.

주방에 내려가서 말했다. 최대한 공손하게.. '우동 나중에 먹겠다고 하는데.. 이따가 다시 데워주시면  안 되나요~?'.. 결국 욕먹는 건 또 나다. 처음부터 그렇게 주문지에 안 적었으니 나는 또.. 거기서 죄인이었다. 어쨌든 괜스레 속상한 마음 부여잡고 올라와서 먼저 나온 우동 접시를 리프트로 내리고, 튀김이 빨리 나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스태프에게 이 상황을 말했다. 스태프의 반응은.. 

'그러니까  주문받을 때 물어봤어야지. 그리고 이런 거 있으면 주방에 가져가서 직접 말해야지 이렇게 접시만 내리면 어떻게.'

..

.

.


주방에 가서 말했는데..


그래.. 다 내 잘못이네..


손님한테  욕먹고 주방에서  욕먹고 동료한테  욕먹고.

그냥.. 에이 번거롭게 됐네. 다시 나가면 되지~

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건데..


그때부터 기분이 정말 정말 안 좋아지고 그 동료가 하는 말이 다 곱지 않게 들렸다. 내가 이미 한 거에 대해서  더블체크하는 것도 몽땅 잔소리로 들리고, 나도 다 아니까 그냥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속상하고 화나고..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노부부가 인상 쓰면서 나한테 소리치던 게 자꾸 생각나고.


그리고 대망의 사건은..

도난사건.


혼자서 껄렁껄렁 들어와서 틸을 자꾸 살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발생해 버렸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나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다. 다른 동료에게 말해놓을걸.. 이상하다고 느껴놓고.. 아무것도 안 했던 게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 다 내 탓 같아서.. 목 아픈 것도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더 싫은 건.. 내가  속상해하는 티가 너무 많이 나서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걱정했다는 거..


이게 뭐하는 거니..



오늘 하루,

오랜만에 운수 좋은 날 찍었네.

ㅆㅂ.










2015년 9월 런던에서 . . .

네이버 블로그와 함께 작성됩니다. . . . . . . (C) 2006 twinkling_j [http://blog.naver.com/twinkling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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