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잘 살아온 인생 다 무슨 소용인가
Oct. 2015.
[영국워킹홀리데이: 런던]
일상_
사람들과 부딪히며 산다는 건
한국이나 영국이나 산다는 건 결국 '혼자'서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을 나서면서부터, 하우스메이트 들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눌 수도 있고, 출근길에 아는 이를 만나 인사를 나눌 수도 있고. 출근을 해서는 동료들과 안부를 나누고 일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가끔은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또 가끔은 술 한잔 기울이며 속시원히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시간이 날 때는 한국의 친구들과도 메시지를 주고받고 전화통화를 하고 서로의 근황을 묻고, 그러면서 괜스레 보고 싶다고 울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웃기도 하고..
그리 오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이었다면 인생이었다.
그리고.. 다른 부분에 대한 지적들은 많을지 모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은 나였다고 생각한다.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이 안 맞을 수도 있고 가끔은 그로 인해 언쟁이 벌어질 때도 있었으나, 그래도 누군가를 나의 적으로 만들었던 기억은 없다. 좋게 좋게 끝내고자 하는 내 성격. 지금은 서로 다르지만 알고 보면 상대방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믿음.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내 입장도 이해해줄 거라는 노력.
하나 하나를 생각하고 행동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다. 나는 그렇게 나의 인관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고, 그렇기에 한번 맺은 인연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오래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인맥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나에게 지금 당장 '영양가'없는 인맥일 수도 있다. 그런데..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닌걸. 내가 그들을 쓸데없는 인맥이라고 여기고 그렇게 대하는 순간, 상대방도 나에게 그렇게 대할지 모른다. 가식적으로 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은 최소한 가까워지려고 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한다.
내가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했던 말이 있다.
'이 사람은 일 적으로는 나랑 안 맞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아.'
일을 하다 보면, 나의 의지로 만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상대방이 나보다 나이가 많고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 지적하게 되면 그 충돌은 커진다. 나이가 많다고 내 의견을 쉽게 굽히지는 않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듣는다.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인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누군가가 보면, 둘이 정말 사이가 안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면 그냥 그냥 잘 지낸다.
어느 날, 그 상대방에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 일 적으로는 그 사람과 안 맞지만, 사적으로는 얘기도 잘 하고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나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나의 인간관계에 대한.. 설명이 이 정도면 되려나..?
요즘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뒷담화가 판치는 세상. 자기가 잘못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나만 나쁜 년을 만들었고..
내가 배려해 준 부분에 대해서는 털끝만큼도 고려하지 않았음을 느끼고..
여러 가지 오해가 섞인 이야기들을 팩트 Fact라고 이야기하며,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ㅆㅂ 나는 저놈에 팩트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도대체 팩트가 뭐냐??
사람에게는 누구나 오류가 있다. '주관적'인 이야기를 팩트라고 하는 새끼들 다 정신 차려야 한다.
ㅆㅂ놈의 팩트. 진짜 갈기갈기 찢어서 불태워 버리고 싶다.)
내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 가보다.
나의 다가가려던 노력들은.. 내 진심들은.. 이렇게 짓밟혔다.
자존심, 자존감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 '인간관계'에 있어 자신 있던 내 인생 전부가 송투리째 으스러져 내렸다.
─
오늘도 집에 들어오면, 아무도 없는 집에 인사를 한다.
- 다녀왔습니다.
여전히 꿈속에 사는 듯한 이 아이의 표정에 언제나 부러움을 느끼며..
그렇게 인사를 하고.. 또 한참을 울었다.
2015년 10월 런던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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