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uld you like some tea or coffee?
Oct. 2015.
[영국워킹홀리데이: 런던]
근무_
채리티샵 근무, 한 달째
* 주의사항 : 이 글은 '돈'을 받고 일하는 근무가 아닌,
비영리단체에서 운영하는 매장에서 봉사를 하는 근무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채리티샵 근무도 이제 한 달째를 맞이했다.
한 달이라고는 해도 일주일에 한번 근무를 하다 보니, 이제 네 번 근무를 한 정도지만.
나의 근무는 매주 토요일 9시부터 1시까지 이다. 그런데.. 매주 금요일에 저녁 늦게까지 한식 레스토랑 근무를 하다 보니 9시에 맞춰서 출근을 간 적이 없다. 지난 토요일에는 아침에 눈을 떠보니 9시였다. 젠장..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옷만 갈아입고 치약 칫솔을 들고 출근을 했다. 입 안 벌리고 인사한 다음에 화장실로 직행해서 이 닦고 나왔다. 핫핫핫.. 내가 근무하는 채리티샵 메니져인 메리암은.. '아, 쟤는 9시 반출근이구나.'라고 그냥 생각하고 있을 듯.
내가 근무시간 동안 주로 하는 일은 매장 뒤편에 있는 백 룸에서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기부하고 간 물품 분류 sorting, 택 달기 tagging, 사이즈별로 걸기 hanging 정도이다. 그 외에는 매니저가 주는 물품들은 디코드 DECODE처리를 해서 분류해서 모아놓는 일이다.
기부한 물품에는 택을 붙이는데, 그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기프트 에이드 아이템 gift aid item 택과 논 기프트 에이드 아이템 택.
기프트 에이드로 등록된 사람이 물품을 기증하면, 그 물품의 택에는 기증한 사람의 아이디까지 적어야 한다. (기부자가 본인의 아이디를 모르는 경우는, 기부자의 주소를 받아놓으면 메니져가 아이디를 검색해서 알려준다.) 이 택을 달고 있는 상품이 판매되면, 판매금액의 25%를 해당 기부자의 세금 감면 혜택으로 돌려준다고 한다.
논 기프트 에이드는 말 그대로 기부자로 등록돼있지 않은 사람이 두고 간 물건들에 붙이는 택이다. 여기에는 해당 물품의 사이즈만 확인해서 적으면 된다.
이렇게 태킹이 끝나면 물품을 한번 검사한 후, 우리 매장에 가장 필요한 종류의 물건부터 걸기 시작한다.
기부받은 모든 물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고, 잠옷이나 속옷 등은 우리 매장이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분류해서 모아놓는다. 또한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의 물품들도 바로 폐기 처분한다. 작은 얼룩이나 구멍 혹은 변색 등, 상품으로써의 가치가 떨어지게 하는 제품들은 판매 불가 물품들이다. 특히나 우리 매장은 책정 가격대가 아주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그에 걸맞게 퀄리티가 중요하다.
이러한 점 외에도, 다양한 물품을 골고루 매장에 배치하기 위해서 비율을 정해서 남성 하의, 남성 상의, 여성 상의, 여성 하의를 골고루 골라서 준비해 놓는다. 매장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뒤에 준비하는 장소도 작고... 그래서 매장에 바로 나갈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이렇게 행거에 걸어놓으면 매니저가 가격을 책정해서 매장으로 빼간다.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매장에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물품들이 계속해서 들어와야 사람들이 방문할 테니, 2주가 지난 물품들은 오래된 물품으로 분류되어 다시 매장에서 빼내 온다. 2주가 지나도 상품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50% 할인 가격으로 진열해 놓기도 한다. 그러나 최대 4주 이상 지난 물품은 진열되지 않고 다시 분류 처리를 한다. 그것을 디코드 DECODE라고 한다.
남성 셔츠, 남성 하의, 남성 니트, 여성 티셔츠, 여성 바지, 여성 스커트, 여성 원피스 등으로 나눠서 분류한다.
분류된 함에는 DECODE라는 택을 붙이고 안쪽 창고에 모아 놓는다.
그러면 지정된 날이 다른 지점에서 이것을 가지러 온다고 한다.
토요일 근무 때 거의 고정적으로 부딪히는 멤버들.
샵 메니져 메리암, 베트남 아줌마 타이, 영국 아줌마 레이.
그리고.. 가끔 커버 메니져로 오는 성격 급한 닉과 나이는 나보다 어릴 것 같은데.. 무뚝뚝한 여학생 재스민.
처음 시작할 당시에, 밑도 끝도 없이 어리바리했고,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빠른 영어 스피드에 주눅 들어 한마디도 못하고 일만 했지만, 이제는 같이 근무하는 멤버들의 성격도 파악해가고 있고, 나도 조금씩 할 말을 내뱉고 있다. '근무'인 것은 맞지만, 한 시간에 한 번꼴로 'Would you like some tea or coffee?'를 물어보는 백 룸의 분위기에 시작하기를 참 잘했구나 생각한다.
2015년 10월 런던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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