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Beauty Inside
Oct. 2015.
[영국워킹홀리데이: 런던]
일상_
나 홀로 무비 나잇 '뷰티 인사이드 (Beauty Inside)'
지난 이주 반이라는 시간은, 내 인생에서 이렇게 마음 고생을 한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단지 '마음이 안 맞는 한 사람과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근본적인 무언가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내 평생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들을 너무 많이 들었고,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는 오해들 때문에 내 주변의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날 제외한 모두가 내 뒤에서 나를 향해 삿대질하고 있는 느낌 이었다.
나의 분노를 행동으로 표현하자면, 유리로 된 재떨이를 그 사람 머리통으로 집어던지고 피가 흐르는 그 모습을 비웃으며 당당하게 한국으로 가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음의 소리일 뿐, 내가 취한 행동은 부들부들 떨리는 양 손을 꼭 잡고 시선을 피한 채 가만히 있는 것뿐이었다.
'나를 한번 눌러 보려고'했을 듯 한 그 말들 덕분에 나의 추억들 또한 더럽혀졌다. 현재만이 아니라 이미 지나버린 나의 소중한 추억들마저 짓밟힌 더러운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나는 그런 적 없는데..'였는데,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할 수없어 혼자 한없이 곱씹다 보니.. '내가 그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는 한없이 작아졌고, 나도 모르게 이제껏 해본 적 없는 매우 극단적인 생각과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나에게 너무나 고통이었고 스트레스였다. 우울증이 이렇게 오는 건가 싶기도 했다. 나의 무서운 말들로 인해 한국에서 우희도 많이 걱정했으리라..
─
나에게서 사라졌던 '긍정'을 되찾아 준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전 사무실 사람들과 같이 한 점심식사 자리.
처음에는 멍하게 시작했던 식사자리였는데, 와인을 몇 모금 마시고 나는 어느새 주절주절 거리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 보다도 말을 많이 한 듯. 그리고 한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같이 있으면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아.. 내가 한국에서 참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그런 넘치는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기분 좋은 그 에너지의 끝은 어디냐고. 이런 이야기를 참 많이도 듣고 살았고, 그래서 더 힘을 내고 밝게 살려고 했던 나였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앞 다르고 뒤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도 아니고, 뒤에서 꿍꿍이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순한 척 하지만 무서운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나는 화가 났다가도 사소한 걱정 한마디에 무너져 내리는 쿠크다스 감성의 사람이었다.
그 식사자리가 끝난 후, 정말 많은 생각이 교차했고 사라졌던 긍정의 에너지가 작게나마 생겼다.
두 번째는, 방에서 혼자 와인을 홀짝이며 본 영화 '뷰티 인사이드 Beauty Inside'.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는 남자가 한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중후반까지의 이야기는, 그냥 로맨스 영화로 진행된다. 그런데 매일 모습이 달라지는 남자 때문에 알게 모르게 조금씩 쌓이는 스트레스가 계속 축척되자, 그로 인해 점점 버티기 힘들어하는 '여자'의 모습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긴장모드로 들어선다.
'내면의 아름다움'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만으로 버티기에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남자는 어떠한 선택을 했고, 여자도 어떠한 선택을 했다.
뭐, 영화 속 그들의 선택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영화가 끝나고 그들이 했던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그들이 한 선택과 그들이 한 선택의 반대의 길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은 참 선택의 연속이구나 라는 생각.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져도..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
그 먹먹함이 나에게 긴장을 풀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풀려고 했던 나의 긴장어린 지난날들에 대해서, 그냥 편히 내려놓아도 된다는 답변이 되었달까.
오늘 포스팅은 참 두루뭉술하네.
2015년 10월 런던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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