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커플여행
울릉도 여행 일정을 정하고 가장 먼저 논의한 내용은 울릉도에 어떻게 갈 것인가였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것에는 변함없지만, 강릉, 후포, 포항, 동해 등 출발하는 항구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거주자에게는 강릉이 가장 쉬운 선택지일 수 있다. 하지만 울릉도에 가는 배는 오전 일찍 출항이기 때문에, 배 시간 전에 서울에서 항구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도 해야 한다.
또, 강릉과 동해에서 출발하는 배에는 차량 선적을 할 수 없고, 후포항과 포항에서 출발하는 배에는 차량 선적이 가능하다. 자차를 가지고 울릉도에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차량선적이 가능한 배는 크루즈로 시간이 좀 오래 걸리고, 차량선적을 못하는 배는 쾌속선으로 비교적 빨리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쾌속선은 크루즈에 비해 날씨의 영행을 많이 받아 결항의 확률이 높고, 뱃멀미가 심할 수도 있다.
울릉도에 들어가는 배에 대해서 고민할 요소가 이렇게 많았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우리의 1순위는 적은 결항확률이었다. 연차를 쓰고 가는 여행인 만큼 일정이 틀어지면 배우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크루즈였고,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울진 후포항을 선택했다. 그리고 울릉도에 가서 비싸게 차를 렌트에서 이용하느니, 차량선적 가능한 배에 자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이러한 선택으로, 우리의 여행의 시작은..
퇴근 후, 여행 짐을 챙기고 밤 10에 서울에서 울진까지 차로 이동이었다.
밤새 달려간 울진 후포항의 새벽
나는 면허는 있지만 운전은 못하기 때문에, 내 편 님이 독박운전을 해야 했다. 그래서 혹시나 피곤하면 중간중간 쉬었다 가자고,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의 당부를 했다. 하지만 어차피 이동해야 하니 조금 피곤하더라도 참고 빨리 가서 몰아 쉬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었다. 10시에 출발한 차는, 주유를 할 겸 1회 휴게소에 들른 거 외에는 멈추지 않고 새벽 고속도로를 달렸다.
새벽 두 시, 우리는 후포항 여객선터미널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울릉도를 가는 썬플라워 크루즈는 이미 항구에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크루즈가 신기했지만, 새벽이 되니 눈꺼풀이 급격하게 무거워졌고 크루즈 구경은 미룬 채 주차장에서 한 시간 정도를 잤다.
잠깐 자고 일어나서 화장실을 찾으러 기웃기웃 돌아다니다가 아까 못한 크루즈 인증샷을 한 장 남겼다.
여객선 터미널 주차장 내에서는 화장실을 못 찾아서 차를 몰고 공중화장실 쪽으로 이동했다. 공중화장실 규모는 작지만 꽤나 깨끗했고, 볼일도 보고 양치도 하고 세수도 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저 언덕에서 움직이고 있는 등대 불빛이 보였다.
다시 차로 돌아가서 두 시간쯤 더 잤다. 그리고 또다시 화장실을 찾았다.
아까와 달리 하늘이 조금 밝아져 있었다. 새까맣던 화장실 너머의 바다가 바다의 모습을 보여줬다.
아.. 일출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