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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랍 애미 라이프 Aug 15. 2022

해외 살이가 서러울 때

몸은 멀리 떨어져 있을 지라도 마음 만은 함께 있어요.




 지난 6월,

작은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작은 아버지는 오랜 기간 투병을 해오셨지만 가족들 앞에서는 씩씩한 모습이셨는데 최근에 병세가 악화되시면서 가족들 몰래 이별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작은 아버지는 건강하라고, 잘 지내라고,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니 좋다고 힘껏 웃어주셨습니다. 작디작은 핸드폰 안에서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지... 상황이 이런 걸... 하면서 아이들 몰래 부엌에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픔이 없으시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에서 할머니의 작고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아흔이 넘으신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지내고 계셨고 팬데믹 이후로는 요양원의 유리창 너머로만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부다비로 떠나기 전에도 유리창 너머의 할머니께 잘 다녀온다고 인사를 드렸고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습니다.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로요.


많이 슬퍼하실 아빠가 걱정이 되어 '아이들 데리고 잠깐 한국에 다녀올까?' 하니 그럴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치십니다. 어린아이들 데리고 어디 이 먼 길을 오냐고 그러다가 누구 하나 코로나라도 걸리면 어쩌냐고. 그냥 거기에서 할머니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아빠는 본인의 슬픔보다 자식 그리고 손주 걱정이 먼저셨습니다. 



90%가 이방인인 이곳에서 가족의 곁을 함께 하지 못했던 슬픈 이야기를 종종 전해 듣습니다. 팬데믹이 극에 달했을 때, 귀국 항공편이 중단되어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친구의 소식에는 모두가 한참을 슬퍼했었습니다. 


말이 안 통해서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인종차별을 당하것들을 사소하게 느껴지게 하는 서러움은 사람들이 가장 힘든 순간에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물리적 거리입니다. 


이방인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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