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한국 문화원의 체험 행사를 경험해 보다.
외국에 사는 한국 엄마들은 저와 비슷한 마음이리라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영어를 못해서 고생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오로지 영어만 목숨 걸고 가르쳐놨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아이는 껍데기만 한국인 같은 외국인으로 변해가는 것 같은 느낌에 또 다른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아이들의 한 해는 어른과는 또 달라서 고작 몇 년 한국에서 살지 않았을 뿐인데도 많은 부분이 변했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특히 저희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팬데믹이 터지는 바람에 아부다비에 오기 전까지도 내내 집에만 있던, 비운의 팬데믹 키즈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첫 글자는 한글이 아닌 알파벳이 되었습니다.
그래, 엄마가 원어민인데 한글 정도는 엄마가 가르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이번 방학 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가 이 더운 날씨에 혈압까지 올라서 고이 접고
'아.. 어디 아이들 한국어 가르칠만한 데 없나.' 하고 찾아보다가 한국 문화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문화원의 설립 취지는 현지의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것이라, 교민들을 위한 수업과 행사가 적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 교민 아이들을 위한 원데이 썸머 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소싯적 수강신청하던 손놀림으로 잽싸게 신청을 하였는데, 운이 좋게 당첨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라 부끄러워만 하던 아이들이었는데 익숙한 언어로 액티비티가 진행되자 그 누구보다 즐겁게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 아부다비는 아이들을 위한 액티비티 비용이 꽤나 비싼 편입니다. 만약 이 정도의 액티비티를 다른 곳에서 했더라면 최소 인당 5~6만 원은 줬어야 했을 텐데, 무료로 참여해 볼 수 있어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의 가슴속에도 한국인이라는 뿌리가 단단히 자리 잡길 늘 바라는 마음입니다. 교민들을 위해서도 이런 뜻깊은 행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