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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시 김용택 / 그림 주리
바우솔에서 따끈따끈한 시그림책이 나왔다.
김용택 시인의 '사랑'에 주리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이 더해진 아름다운 시그림책이다.
더구나 사랑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이별의 아픔을 노래했다.
오래 전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주인공 '춘희'가 읊었던 시이기도 하다.
그때 영화를 보며 내 맘에 머물렀던 김용택 시인의 '사랑' 시를 그림책으로 만나니 이십대 시절이 그리워진다.
시인은 참으로 위대하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행동했던 것들이 그대로 시에 들어 있다.
마치 내 맘에 들어왔다 간 것처럼 내 시처럼 '사랑'이란 시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이별의 아픔을 견디는 남성의 시점에서 이별 후 맞는 봄 그림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 시를 읽으며 내 맘이 머물거나 잔상이 남는 시어나 행에 밑줄을 그어보자.
- 시에서 어떤 시어나 행에 마음이 머물렀는가?
- 마음이 머무는 그림은?
- 사랑이란?
-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은?
- 봄꽃들 중 가장 좋아하는 꽃은?
시인의 시도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도 너무너무 샘나도록 느낌이 좋다.
'사랑' 시 전문을 옮겨 본다.
사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들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픔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