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옥춘당> 사탕의 맛,  슬픔이 묻어나는 맛!

<옥춘당> 고정순 글,그림/ 길벗어린이

일주일 중 평일 5일간 온라인 줌(Zoom)으로 5명이 만나 아침 글쓰기를 한다.

이번 주 아침 글쓰기 글 제재는 ‘처음’이다.

처음, 첫사랑, 첫인상, 첫날, 새로운 경험 등 다양하게 접근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

처음 먹어 봤던 옥춘당이 생각났다.

아마도 지난주에 읽었던 고정순 작가의 만화책 <옥춘당> 때문일 것이다.      


<> 고정순 글·그림 / 길벗어린이


좋아하는 작가의 첫 만화책이다.

기다렸던 만화책이다. 만화책? 그림책에 더 가깝다.

'사랑'을 주제로 작가님의 할머니 이야기를 그렸다. 


두 손을 맞잡고 어딘가를 가는 표지 그림이 따뜻하다.

동글동글 동그라미 형태로 그려진 인물들.

돌고 도는 인생. 순환. 정겨움. 따뜻함을 떠올리게 한다.     

동글동글한 노부부 모습은 귀엽다.

사랑스럽다. 그런데 슬프다. 아프다.

우리네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립게 한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부끄러워진다.

그러다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된다.      



*********************************


나에게 옥춘당 사탕은…….

어린 시절을 그립게 하는 추억과 아픔이 있다.

이른 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제사상이 차려졌다.

그런데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던 사탕.

잔치 집에서 많이 봤던 사탕이 올려졌다.

알록달록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 사탕.

밝고 환한 색깔의 사탕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도 모르게 사탕을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단물을 삼켰다.

실망했다.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다.

사탕을 입에 물고 울었다. 오래오래 울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울었는지

어머니와 언니가 울어서 울었는지


조문객들이 마당에 멍석 깔고, 술상을 차려놓고

잔칫집처럼 왁자지껄했던 모습 때문에 울었는지.


“저 어린것들 불쌍해서 으차스까잉.”

혀를 끌끌 차며 걱정해주던 동네 어른들의 시선이 서러워 울었는지.   

  

장례식이 끝나고 1년 동안 아버지 상방에 과일과 함께 옥춘당이 올려져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년이 되던 날.

첫제사가 있던 날.

작은아버지가 가져오신 옥춘당은 달랐다.

다양한 색깔의 옥춘당 과자 세트였다. 모양도 맛도 다양했다.

무지개색 알록달록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 모양까지.    

 

제사를 지내고 난 후 작은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음복 하그라.”     

쭈볏쭈볏 서 있는 내게 오빠가 거들었다.

“입술에 술잔을 갖다 대고 술이 입술에 닿으면 내려놔.”     

“인자, 우리 원화가 좋아하는 거, 묵고 싶은 거, 묵으면 된다잉.”

슬픔 섞인 어머니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내 손은 옥춘당으로 향했다.     

제일 맛있어 보이는 무지개 색 옥춘당 하나를 골랐다. 입에 쏙 넣었다.

깨물어 먹었던가, 빨아먹었던가. 설탕으로 만든 사탕.

달달한 침이 고이고 꿀꺽 삼켰다.


1년 전 그날 맛이었다.

그냥 달달하지만 허무한 맛, 허전한 맛, 아픈 맛.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것 같은 허전하고 슬픈 맛.


나는 1년 전처럼 또 울었다.

그리고 다시는 제사상에 오르는 옥춘당을 먹지 않았다.          


***************************

- 만화책을 읽고 마음이 머물렀던 그림이나 문장은 어디였나요?

  (왜 마음이 거기에 머물렀을까요?)


- 읽고 나서 한 단어, 한 문장으로 감상을 표현한다면 무엇이라 말하고 싶나요?


- 여러분은 옥춘당 사탕에 어떤 추억이 있나요?


- 어릴 때 먹었던 옥춘당, 지금 먹으면 어떤 맛일까요?


- 고자동 씨, 김순임 씨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 여러분에게 부부란, 사랑이란 어떤 의미가 있나요?


- 그림책에 나오는 '새'는 어떤 의미일까요?


- 도형 중 동그라미는 어떤 느낌이 드나요?


- 옥춘당은  ________________ 이다.


고정순 작가의 <옥춘당>은 한국만화 영상진흥원 다양성 만화 제작 지원 사업 선정 작품이다.

길벗어린이에서는 사탕의 맛, 다섯 가지 사랑의 맛 시리즈를 출간 중이다. 첫 번째로 청소년들의 연둣빛 사랑 <연두 맛 사탕>이 나왔고, 이번에 두 번째 <옥춘당>이 나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우니?> 울고 싶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