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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흔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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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winssoon Sep 07. 2021

마흔에게 육아란

조금 늦은 육아를 통해 발견한 이야기들.

 마흔의 문턱에서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이를 돌보는 일이 이렇게 힘들다니!'였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잡지 기자로 살면서 숱한 야근과(밤 12시는 기본, 새벽 2~3시를 넘기기 일쑤), 주말 반납을 반복하던 시절을 돌이켜보더라도 육아의 육체적, 정신적 강도는 결코 덜하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다. 육아 잡지 일을 하는 동안 수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났고, 나보다 먼저 아이를 낳아 키운 친구들 집을 그렇게 들락거리면서도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 스스로 놀라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출산 후 나는 선배들의 안부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아니 이렇게 힘들다고 왜 미리 말을 안 했어요?", "마감하는 게 더 힘들어요? 아님 신생아 보는 게 더 힘들어요?", "저 차라리 마감하고 싶은데 이거 정상이에요?", "혹시 저 너무 늙어서(?) 이래요?" 라며 따져 물었다. 쌍둥이라서, 게다라 이른둥이라서, 그리고 더 이상 야근을 밥 먹듯 해도 다음날 벌떡벌떡 일어나던 체력은 아니라서 나는 그 시절을 버티기 위해 모든 가능한 자원을 끌어 모아야 했다. (이 과도한 돌려막기의 여파는 이후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고, 앞으로 이 매거진을 채울 다양한 글감이 되었다.)    


 엄청난 체력전으로 기억에 남은 신생아 육아기를 지나 어느덧 육아 5년 차. '정신 차려보면 5년이 지나있을 것이다'라는 한 선배의 조언대로 시간은 세상 가장 빠른 날개라도 단 듯 날아갔고, 나는 인식도 저항도 할 겨를 없이 성큼 40대에 들어섰다. "100세 시대인데, 적어도 50세까진 건강하게 출산, 육아하도록 인간의 몸이 진화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헛소리를 기합처럼 외치던 육아 초창기는 어느덧 아련한 기억이 되었고, 이젠 살인적인 돌봄 노동에 대한 충격 대신 '세상에 이렇게 예쁜 존재가 있다니!' 혹은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니!'에 거듭 놀라는 것이 일상이다.


 얼마 전 올해 마흔이 된 한 후배가 둘째 임신 소식을 전했다. 실제로 둘째, 혹은 셋째 아이를 마흔 즈음에 낳는 것은 요즘 흔한 일이다. 결혼도 늦게 하고, 첫 아이도 예전보단 늦게 낳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마흔에 첫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 역시 적지 않게 들린다. 하지만 마흔의 출산이 뉴스가 되는 건 여전히 흔치 않고 대단한(대견한) 일이기 때문일 거다. (그런 의미에서 마흔의 엄마들을 무조건 축하하고 응원한다.)


 어릴 때 난 남들보다 늦지 않으려고 언제나 뛰었고 뒤처지는 건 질색했던 아이였다. 사회생활에 임하는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통해 이전엔 몰랐던 속도의 공식을 새로 쓰는 기분이다. 특히 이 마흔 육아엔 의외로 신기하고 재밌는 점이 많다. 사회적으론 다시 제로베이스로 돌아갔고, 남편에겐 더 이상 상냥한 아내가 될 수 없으며, 사랑하는 엄마에겐 몇 번이고 나쁜 딸이 되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해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그중 가장 신기한 일이다.


 앞으로 이 매거진에 담을 이야기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일 수도, 어쩌면 치열하게 육아 중인 또 다른 마흔의 그녀들과 꼭 닮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공교롭게도 부모 역할의 은퇴에 대한 마지막 글을 쓰고 마치 은퇴한 것처럼 (딱히 데뷔한 적도 없지만) 1년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밤에 다섯 번도 넘게 깨는 돌쟁이 아이를 돌보면서도 아이가 깰 때마다 다시 재우고 나와 글쓰기를 이어가곤 했는데, 지난 1년은 머릿속에서 맴도는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40대 진입의 여파였을 수도 혹은 나도 모르는 슬럼프였을 수도 있지만, 다시 써보기로 했다. 이번엔 좀 더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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