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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민 Aug 03. 2023

경력직 간호사의 인공신장실 도전기 2 - 메모

메모의 의미는 시뮬레이션하기 위함이다.


어렸을 때부터 노트 쓰기를 좋아했다.

책에 있는 내용을 내가 보기 편하게 만들고,

알록달록 팬을 쓰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서 좋았다.

하나에 몰입해서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마침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서

메모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알게 됐다.

마치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하고 강조한 걸

필기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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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간호사로 일을 시작하면서

선배가 가르쳐주는 걸 잘 메모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메모한 걸 업무 백과사전처럼 쓰려고 말이다.


그런데 당시에 내가 놓친 게 있었다.


대학병원 신규간호사는 매 순간 바쁘다.

바쁜 와중에 메모한 걸 보고 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실전에 너무 약했다.


메모한 걸 집에 가지고 가서 머리로 몸으로

시뮬레이션해봤어야 했는데

배운 걸 노트정리하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실무가 약했다.


실무가 약하니 손도 느리고 선배들한테 많이 혼났다.

귀와 머리가 얼얼할 정도의 고성과 폭언을 들었다.


간호사 직종의 기본적인 태움과

실무가 약해 답답한 신규를 향한 선배들의 절규가

가득했던 우울한 2015년이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서

내가 간호사로 살아갈 수 있을지 막막했다.


내 신규시절의 기억은 그렇게 하나의 트라우마로

내 인생에 각인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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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2020년 정형외과 병원 근무

2020년~2021년 요양병원 인공신장실 근무

2021년 6월 ~ 2023년 5월 2년간의 공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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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으로 2년을 쉬니 임상이 그리웠다.

집을 떠나 바깥 생활을 너무 하고 싶어졌다.

이제는 애도 둘이니 돈벌이도 더 필요했다.


그래서 임상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근무하기 좋은 신장실을 알게 됐다.


✅ 월수금 - 오후 4시 퇴근

✅ 화목토 - 오후 12시 퇴근

✅ 점심 및 휴게시간 1시간 보장

✅ 초과근무 시간 거의 없음


이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간호사로 10년을 근무하고 와도

신장실이 처음이면 신규로 친다.

그래서 신장실 서류상 2년(실무 1년) 차인

나로서는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했다.


예전 병원에서 세 아이 육아로 경력단절됐던 샘이

미드데이 근무자로 왔던 초기에 일이 너무 안 돼서

내가 따로 불러다가 얘기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 내가 그런 꼴을 당할 생각을 하니..

정신 차리고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 미리 공부하기

✅ 메모하기

✅ 두 번 설명들을 거라는 생각하지 말기

✅ 한 번 보여줄 때, 설명해 줄 때 잘 각인시키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기


한 번 설명해 줄 때 기록했다가

두 번 설명해 줄 때 놓친 부분들 채웠다.

그리고 시뮬레이션했을 때 생기는 궁금증을 질문했다.


이런 마인드 세팅과 함께

메모하고 시뮬레이션하며 일하다 보니

업무가 쑥쑥 익혀졌다.


거기에다가

✅ 신장실 간호사 선배들의 반복적인 교육

✅ 올드 멤버샘들의 환자와의 오랜 라포형성

덕분에 신장실에 적응하기가 보다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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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회초년생인 나는 메모에 치중해 실무를 그르쳤다.


그걸 발판 삼아


2023년

워킹맘&경력직 간호사의 인공신장실 도전기는

메모 + 시뮬레이션으로 내실을 다지는 중이다.


배울 때 메모의 의미는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함이다.

시뮬레이션은 실무를 뛰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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