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된 경제... 풀린 돈의 역습에 대비하라...,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해서 많은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머지않아 새로운 공황이 닥쳐올 것이라는 주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주장 등등… 과거의 경제위기는 구조적 위기라고 한다면 현재의 경제위기는 생태 위기에서 비롯되어 글로벌 록다운으로 최단 시간 내 경제위기를 촉발하게 되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 위기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있는 반면에 다른 한쪽에서는 전혀 다른 세상 사람들이 연일 돈 파티를 벌이고 있다. 치솟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 암호 화폐와 같은 새로운 투자처는 연일 스펀지와 같이 돈을 끌어 모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협지의 영웅과 같이 나돌고 있는 세상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난은 다른 서로 다른 두 개의 세상을 만들어냈다. 연일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던 상업지역은 폐업 등으로 인한 공실률이 50%에 육박하고 있으며, 생계유지가 힘들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있는 극단적 선택까지 일삼고 있는 반면에 백화점 명품관 앞에는 수천 만원을 지갑에 넣고 전날 밤부터 명품관이 문을 열 때까지 노숙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이런 팬데믹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상식을 벗어난 기이한 현상에 대해 KBS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여 방영된 “팬데믹머니”에서 어느 정도 답을 주고 있다. 이 책은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러한 현상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의 위험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시대 속에서 경제생활을 지속해 나갈 사람이라면 한 번쯤 내용을 접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팬데믹 머니 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 미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약 4조 달러의 돈을 6년에 걸쳐 시장에 공급했다. 돈이 마른 시장에 국가가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양적완화 정책이 최초이자 공식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6년에 걸쳐 시장에 공급된 4조 달러로 경제는 위기 국면을 어느 정도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10년이 넘도록 시장에 공급된 돈은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2008년 경제 위기 시에 공급한 돈이 현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팬데믹 시대가 도래했다. 사상 초유의 록다운 현상은 글로벌 경제를 초토화시켰다. 2008년 경제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경제는 0%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0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3%대를 나타냈다.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가 도래된 것이다. 미국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다시 양적완화 정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정책은 이전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단 석 달 동안 3조 달러를 시장에 뿌려졌다. 이 수치는 전 세계 달러의 20%가 팬데믹 시대에 공급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제 돈이 시장에 차고 넘치게 되었다.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내고 이 돈을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시중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과거에는 중앙은행이 회사채를 사들이는 경우가 없었으나, 팬데믹 시대에 시장 경제를 빠른 시간 내 정상적인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중앙은행이 회사채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소위 좀비기업이라고 하는 부실기업들이 생명을 연장하게 되었고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 기업들은 소비의 불확실이란 명목 하에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한 설비 확충, R&D, 고용확대 등에 대한 투자보다는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자사주 매입, 부동산 투자 등)에 유동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실물경제는 시간이 갈수록 추락하는 반면 자산 시장은 최대 호황을 누리게 만드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로 인한 경제 구조의 건전성은 점차로 위험 수준에 접근하게 된다. 부채로 부채를 떠받치고 버블이 더 큰 버블을 키우는 세상이 도래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돈을 “팬데믹 머니”라고 한다.
빚이 돈을 버는 생존게임 …
양적 완화로 돈이 풀렸다는 의미는 낮은 금리로 대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양적 완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된 것이다. 돈을 공급하는 가장 큰 목적은 실물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 돈을 빠르게 불릴 수 있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즉 투자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회사를 겉으로 보기에 더 좋게 만들 것에 대해 머리를 쓰게 되고 자사주 매입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 주가 상승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회사의 경영성적이 아닌 빚으로 자사주를 매입함으로 주가를 올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부실기업에서 조차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일반 개인에게 까지 번져가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기업의 가치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반등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사서 차익을 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이 버블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위 전문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할 뿐이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팬데믹 머니로 인해 더 큰 부자가 되고, 그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이 현상은 결국 노동의 가치를 평가 절하함으로 생존 방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생존 위기의 시그널
너무 많이 풀린 돈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는 아무리 돈을 많이 풀어도 그 영향은 다른 국가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달러의 지나치게 높은 유동성은 달러 가치의 하락과 함께 기축통화의 지위를 흔들리게 만들게 됨으로 인해 미국은 양적완화의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2020년 말 연준은 테이퍼링을 언급했다. 테이퍼링(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돈의 양을 점차적으로 줄어들이게 만드는 통화 정책)으로 인한 영향을 ‘테이퍼 텐트럼’이라고 하는데 넘치던 유동성에 제재가 가해지면 금리가 오르게 되고 이로 인해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아는 마치 마약 환자에게 마약을 끊게 만드는 고통의 상황이 도래하게 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이러한 미국의 테이퍼링 정책은 테이퍼 텐드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만들고 있다. 현재 전 세계로 퍼져 있는 달러는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금리가 오르게 되면 특히 이머징 마켓이나 신흥국의 달러는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 감에 따라 적지 않은 국가들이 달러 부족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넘치는 달러로 인해 대가를 치르는 나라는 과거의 선례를 보면 미국이 아니라 신흥국가들이었다. 한국도 IMF를 맞이하게 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한국의 달러가 미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미국이 푼 돈으로 달러를 확보한 나라들은 미국 경제가 정상화 국면에서 금리 인상에 들어서면 예외 없이 큰 타격을 받아왔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플라자 합의를 통해 미국의 압박으로 일본은 엔화 절상으로 하게 되며 이로 인해 일본은 수출의 어려움을 내수로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낮춤으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 그러나 1980년 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자산 시장이 급격히 부풀어짐에 따라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산 가치는 하락하고 있지만 부채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은 오히려 커짐에 따라 일본의 대차대조표는 망가지고 말았다. 사실 양적 완화 정책은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이 가장 먼저 시행한 경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의 시그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유동성의 거품에 빠진 일본은 결국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세상에 풀린 돈은 언젠가는 거둬들여야 할 부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고 코로나19로 인해 풀린 팬데믹 머니는 그대로 빚으로 남아있게 된다. 이 빚이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 낸다면 그때는 무엇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미국 연준에서는 작년 말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하고 있으면 올해 상반기까지 이를 지속한 후 하반기에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부분은 국내 경제 사정도 있겠지만 미국 금리 상승에 대한 사전적 대응 차원으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팬데믹 머니가 주는 가장 큰 문제는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으며, 미래를 설계하는 긍정적이지 못한 관점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삶의 목적과 목표가 노력을 통한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 영끌을 통한 한탕주의가 되어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먼저 각성해야 할 듯하다. 부를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건전한 경제구조를 통해 노력을 통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물려주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유산이라는 사실을 유념해 볼 시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