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F. 워싱턴 / 갈매나무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조직 내 사람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생활하는 유기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비록 조직 내 사람의 역할이 기계로 대체되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조직이 목표를 가지고 존재하는 이상 조직은 사람이 주도가 되는 유기체적 역할이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이라는 유기체가 생존을 넘어 성장하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최근 조직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유기체가 지속적으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며 이는 문화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나칠 정도의 경쟁 중심의 환경 속에서 조직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편견과 이기주의적 사고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들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과 이기주의는 불공정과 배척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으며 조직문화로 고착되어가고 있다. 이제 모든 환경은 “No-Boundary”시대이다. 이것은 모든 것들과 접촉하고 융화되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시대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와 시장은 이미 경계가 무너져 있는데 우리 조직은 아직도 경계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으며 벗어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이제는 수용과 존중 그리고 인정하는 태도를 조직이 받아들이고 이를 조직 문화에 내재화 해야 한다. 그것이 NO-Boundary 환경 속에서 조직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다.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는 조직 심리학자인 엘라F. 워싱턴이 DEI(Diversity(다양성), Equlity(형평성), Inculsion(포용성))에 대해 저술한 책이다. 앞서 언급한 수용과 존중 그리고 인정하는 태도를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관점에서 여러 사례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전략적 차원과 조직문화적 차원에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책이다.
DEI의 개념 이해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lity), 포용성(Inculsion)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단어이다. DEI의 시작은 1960년 대 미국에서 진행된 시민 권리 운동 즉 인종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케네디 정부가 발휘한 “적극적 우대조치”라는 행정명령이었다.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반대한다는 정책적인 결정이 DEI의 시발점이다. “적극적 우대조치”는 연방정부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에서도 이를 수용하고 기업 운영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적극 우대조치를 수용한다는 것은 결국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많은 기업들이 다양성 관리에 대한 노력을 통해 인종의 다양화, 여성 직원들의 비중 확대 및 여성 관리자, 여성 경영자를 확대하고, 장애인 및 성소수자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미국에서 흑인인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것은 미국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수용 정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양성 관리는 아직도 인구학적 다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졌고 다양한 환경과 사고를 수용하는 문화적 요소에는 이에 미치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구조적 다양성은 상당 부분 통합이 되었지만 문화와 비즈니스 밸류 차원에서 다양성의 통합은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이러한 관점 하에서 다양성을 통합하기위해서는 형평성과 포용성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형평성이라는 개념은 모두에게 공정한 환경을 제공하여 성공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며, 포용성이란 누구나 존중받고 환대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공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다양성(Diversity) 사람 간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실재로 존재하거나 인식된 차이로 인구학, 인종적 뿐 아니라 신체적, 사고적 측면을 모두 포함하여 이를 수용함을 의미함
형평성(Equlity)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동등한 지점에서 평등하게 출발하지 못함을 인정하고 모두에게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을 의미함
포용성(Inculsion) 모든 사람들은 어떤 환경 하에 있던 존중받고 환대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함
DEI 성숙모델
DEI의 성숙화 단계는 인식단계, 순응단계, 전술단계, 통합단계, 지속단계의 5단계로 진행되며, 각 단계별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단계 인식단계 인식단계는 “DEI의 핵심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대부분 좋은 의도에서 DEI를 출발한다. 그러나 DEI가 단지 외형적으로 회사의 이미지의 부각을 위한 목적으로만 취부되는 것에 그치고 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DEI가 회사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바이더웨이의 경우 미국의 인구 비율에 맞추어 회사 내 인원구성 비율을 맞추어야 시장을 잘 이해하고 회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DEI를 추진하고 있다.
2단계 순응단계 순응단계는 업계와 정부에서 DEI와 관련된 요구하고 있는 제반 사항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이다. 미국의 경우 평등고용기획위원회(EEOC)에서 고용 차별과 관련된 법규를 제정하여 운용하고 있으며, 여타 국가에서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법규에 제도에 대해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순응단계에서의 핵심사안이다. 결국 기업은 순응이라는 단계를 통해 구성원들이 DEI에 대한 인지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가도록 해야 한다.
3단계 전술단계 DEI를 추진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법규나 제도에 대해 제제를 받지 않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순응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케이스가 많다. 그러나 DEI는 법적 제제를 피하거나 일시적으로 기업의 평판을 좋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영목표 달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비즈니스 밸류와 연계를 추구해야 한다. 전술단계는 그것을 수행하는 단계이다. DEI가 단지 기업의 일부 영역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헤드쿼터부터 기업의 하부조직까지 일관된 체계를 가지고 운영되도록 구조화해야 한다. 나이키는 한편으로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광고 등을 통해 시장의 호평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인도네시아 어린아이에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며 축구공에 바느질을 시키는 기사로 인해 나이키의 이미지를 한 순간에 추락되고 말았으며, 일부 매장에서의 흑인이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DEI관점에서 나이키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S나이키의 사례는 DEI에 대한 일관성의 결여가 기업에 대한 이미지와 경제적인 손실을 가져온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4단계 통합단계 이 단계에서는 기업의 영향력이 미치는 모든 범위에서 DEI를 포함시키고 이를 비즈니스의 일부분으로 인식하는 단계이다. 기업의 영향력의 범위는 크게 세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는 기업내부 직원, 두번째는 기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는 이해관계자로 주주, 공급업체, 고객 등이며, 세번째는 간접적인 관련성을 갖는 이해관계자로 지역사회, 관련 기관 등 이다. DEI는 이 세 영역의 특성에 부합되도록 각각 기업의 DEI 프레임워크 하에서 개별적인 전략과 실행방안 수립이 필요하다. DEI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 중 소덱소나 인포시스의 경우 내외부의 DEI 정착은 물론 외진 지역에 직업훈련학교를 설립해서 이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 학교를 수료한 학생들에게 일반 직원들과 동등한 입사기회를 주는 등 지역의 다양성과 형평성 및 포용성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5단계 지속단계 이 단계는 기업의 리더가 바뀌거나 기업 구성원들이 바뀌더라도 DEI의 기본 원칙과 추진 방향성이 변화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내재화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리더의 가치관과 추구하고자 하는 경영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들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아예 중단되는 사례는 비일비재 하다. DEI가 경영목표 달성과 지속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못하고 이벤트성이나 단지 법적 규제에 저촉이 되지 않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면 즉 2단계 순응단계에서 발전하지 못한다면 DEI는 기업내에서 오히려 혼란과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단초가 제공될 수 있다.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경영관점에서 비즈니스 밸류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며, 비즈니스 밸류가 환경변화에 의해 변화되듯이 DEI의 추구 방향성도 이에 준하여 변화하는 것이 지속성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총 10개 기업의 DEI사례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세가지 있다. 첫번째는 솔직함이다. 이는 리더가 얼마나 솔직하게 구성원들과 대화하고 이를 수용하는가에 대한 것이며, DEI차원에서 문제가 되었을 때 이를 대외적으로 솔직히 인정하고 위기를 개선의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시장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스스로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며, 마지막 세번째는 모든 직원은은 존중받고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것을 경영자가 경험적으로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경영자의 75%는 경영자들은 구성원들이 조직에서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구성원들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율이 회사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최고 경영자가 인지했다는 것이다. DEI는 정해진 프레임이 아니라 나라와 문화적 특성, 비즈니스 영역 등에 따라 지향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우리 기업의 DEI의 수준은 어떠한지… 우리 기업에서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DEI방향성은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