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상호보완적 관계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특징 중의 하나라고 하면 디지털 세상의 도래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은 그동안 우리가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것들은 사이버 세상이라고 하는 새로운 무대를 통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오프라인 속의 물리적 공간에서 주어진 제한적이었던 사람들의 한정적 경험의 경계선은 온라인이라는 사이버 공간 속에서 그 한정성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에 기반한 대중들의 경험은 비즈니스의 주역인 기업들의 운영방식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업들은 좀 더 많은 대중들과 접함으로 그들의 생각과 요구를 취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 만들어 내고 이를 대중에게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비즈니스의 영역을 공고히 하며, 시장을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다. 앞선 인사이트에서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본 적이 있지만 다시 한번 간략하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서는 많은 정의들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정의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모든 경영활동(과정, 결과)이 데이터로 표현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데이터 경영의 시대이다. 모든 것은 데이터로 표현되고, 저장되며, 분석하여 활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인간의 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에 의해 진행된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 내는 전략이 바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아날로그 환경 하에서 진행되는 모든 활동을 데이터 화하고 이를 사이버 환경으로 구현함으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가장 큰 핵심은 바로 Datafication(데이터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더 깊이 생각해 볼 사항들이 있다. "사람에게 있어서 만족감은 과연 어디서 오는가?"란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원하고 내게 적합한 음식은 나의 건강과 기호는 내가 생활하는 모든 활동의 데이터화를 통해 분석되고 추천될 수 있지만 결국 음식이라고 하는 실물을 받고 이를 섭취함으로 인해 만족감을 얻게 된다. 최근에는 정서적 만족감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 사람들은 오감에서 가장 원초적인 만족감을 얻게 된다. 디지털 기술의 상당 부분은 사람들의 오감에 대한 좀 더 높은 만족감을 부여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한 결과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로 정형화된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은 만족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아날로그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를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은 필자의 견해로는 동의할 수 없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상호보완적 관계이지 절대로 대체하거나 하나의 발전이 다른 하나의 종말을 의미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디지털의 발전은 점진적으로 아날로그로의 회귀를 촉진하기도 한다. 가량 전자책이 소개되었을 때 상당 수의 사람들은 종이책의 조만간에 종말이 올 것임을 예견했다. 물론 전자책의 출시가 종이책의 상당한 위축을 가져온 것만은 틀림없다. 전자책을 통해 독서를 경험한 상당 수의 사람들이 다시 종이책으로의 회귀 현상이 최근 급격히 일어나고 있으며, 대형서점의 매출이 점진적으로 회복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온라인 서점의 상징인 아마존은 최근 오프라인 서점을 뉴욕 맨해튼에 오픈하기도 했다. 디지털 음원의 보급과 확대로 LP 레코드 시장은 극히 소수의 올드한 마니아 계층을 중심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어 왔다. 그런데 최근 LP 시장이 급속도로 다시 부상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올드한 7080 세대가 아닌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디지털 기술은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편리함을 제공해 준다. 분명 강점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즐거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점을 찾는 이유는 서점에서 책을 고르며, 여러 책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함이다. 사람들이 종이책을 찾는 이유는 책장을 넘기는 느낌과 책을 덮고 펼칠 때 오는 감각을 느끼고 즐기기 위함이다. 전자책이 책장을 넘기는 효과음을 삽입하여 종이책의 감각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고는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LP 레코드 매장에 LP 레코드를 하나하나 꺼내서 고르는 느낌을 밀레니얼 세대들이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르는 즐거움의 체험은 그들로 하여금 LP 레코드 매장으로 발검음을 옮길 수 있도록 유도했다. LP 레코드를 통해 음악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음원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이 비해 상당한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고서라도 턴테이블을 통해 LP를 재생하고 아날로그적 잡음이 포함된 음악에 대해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됨으로써 LP 레코드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전에 느게 보지 못한 오감의 즐거움을 제공해 주는 매체로서 그 가치가 부여되게 된 것이다. 이렇듯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아날로그를 대체하게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민화 창조경영연구회 이사장은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 기술과 결합될 때 가치가 발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적으로 공감되는 이야기이다. 몰스킨은 대표적인 메모장 제조업체이다.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명품 메모장으로 각광을 받아오던 몰스킨은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인해 쇄락 국면으로 접어들어 사업의 존폐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키보드를 두드리는 감각은 필기, 즉 쓰는 즐거움의 욕구를 점진적으로 불러일으키기 시작했고 몰스킨은 이를 기반으로 하여 스마트 펜과 메모장을 연계함과 동시에 에버노트와 같은 디지털 메모 앱 등과의 연계를 통해 쓰는 즐거움과 디지털 기능을 연계하는 융합된 가치를 만들어냈다. 몰스킨은 이를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된 대표적인 기업으로 메모가 아닌 기록 시스템으로의 선도적인 위치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몰스킨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야 말로 디지로그(DigiLog)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아날로그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며, 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상호 보완적 관계가 이전보다 더 돈독하게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강화될수록 사람들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에 대한 욕구는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주시하고 대응하는 기업들이야 말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