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공존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할 것 인가?
2010년을 기점으로 “스마트 워크”의 붐이 산업계 전반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워라밸”이라는 개념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개선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정부차원에서 공공영역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독려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워크 스마트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간략히 언급하자면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체계를 의미한다. 필자가 컨설팅 기관에서 근무를 하면서 진행한 여러 가지 조직진단이나 업무분석을 진행해 보면 대부분의 업무들 중 진정으로 기업의 정체성에 기반하여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직접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는 전체 업무량의 30% 전후에 불과하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상적인 업무(물론 기업의 운영을 위해서는 중요한 영역임.)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보고서의 첨부자료(보고자료에 대한 추가 설명을 위한)를 만드는데 나머지 70%가 사용된다고 한다. 근로자들의 야근이나 휴일근무가 발생되는 가장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현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워크란 직접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70%의 업무영역에 대해 효율적인 업무수행체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업무시간을 통해 가치에 투자하고 아울러 개인적의 삶의 실 향상을 추구함으로 일과 삶의 조화라는 “워라밸”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최근의 주요 관심사이며, 이를 위한 정부 주도의 정책이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산업계 전반에서도 여러 시도를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오고 있다. 과거에 야근과 휴일 특근 등 업무의 양적인 부분으로 직원을 평가하고, 업무의 양이 곧 성과라는 식의 관념들이 이제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경영자들이 이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러한 현상은 이제는 경영자의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의 당연한 업무 프로세스이고 시스템이며, 기업문화로 빠른 시간 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앞으로 산업계를 주도하는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Insight 6. 에서 상세히 언급함)이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존재를 조직의 존재보다 중요 시 하게 됨으로 자신의 가치와 기업의 가치가 일체 될 때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갖게 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치는 삶의 일에서 동시에 추구하는 것, 즉 삶과 일의 조화에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 주도자가 될 경우에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제도와 프로세스 그리고 시스템을 구비되어져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급격한 IT기술의 발전이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오는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일자리 대체라는 부분을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사람과 기계가 공존해야 한다고 필자가 앞서 언급하였다. 사람과 기계가 공존한다는 의미는 결국 큰 관점에서는 일하는 방식이 스마트 해 짐으로 사람들은 가치 중심의 업무에 전념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들은 기계가 수행함으로 사람들의 삶이 보다 윤택해질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금번 챕터에서는 이 부분을 중심으로 좀 더 깊게 생각해 보기로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영역에서 안정적인 설비와 시설의 운영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를 현실화하고 있다. 물론 앞선 챕터에서 스마트 팩토리가 제조업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발휘하기 위한 전제적 사항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기술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스마트 팩토리는 이미 현실 속에서 구현되고 실현되고 있다. 수 백, 수 천명이 작업을 하던 공장들은 단 몇 명의 오퍼레이터와 관리자 만이 공장 내 설비들이 문제없이 가동되고 있는 지만 모니터링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제조영역은 기술의 발전과 병행하여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일하는 방식의 현장으로 바뀌어지고 있을 때 비제조 영역, 사무관리 영역이나 연구영역은 일하는 방식은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앞으로 어떠한 산업계 전반과 개개인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최근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기사들 중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봇(bot)”이란 단어이다. 봇이란 “사람을 도와주고 지원해서 사람이 처리해야 할 사안들을 처리해 주는 기능을 하는 일련의 기계”로 정의하고 있다. 봇은 현재 제조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해서 위험하거나, 정밀도가 요구되는 영역에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많은 영역에 활용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봇의 적용 영역이 점진적으로 제조영역이 아닌 사무관리 영역과 서비스업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사람과 채팅이 가능한 “챗봇(Chat_bot)”은 이미 고객과 직접적인 대응이 주된 영역인 콜센터 영역에 상당 부분 적용되었으며, 이미 상용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아울러 챗봇은 채팅으로 진행된 고객과의 상담내용을 인공지능을 연계하여 분석함으로 향후 고객 대응력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인공지능의 자연어 인식능력이 향상된다면 챗봇은 고객과 자연어 소통을 통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상승시키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콜센터의 상담원들의 업무 부하량은 약 70% 이상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연구소를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연구소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있어 필요한 자료와 논문을 서칭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며, 정립된 내용이 과거 연구결과들과 중복이 되는 지를 검토하는 작업은 프로젝트에 있어서 약 10~20%의 자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상당 부분은 연구 보조원들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일들을 챗봇을 활용한다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아마도 상당 부분의 연구자원의 절감 효과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속도에도 큰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렇듯 챗봇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는 프레임 속에서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응영역, 상기에서는 연구 프로젝트를 사례로 제시했지만 사업이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비서 역할을 수행함으로 기존 업무들을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대응하게 해주고 있다.
사무업무 영역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이다. RPA는 일상 업무 중에서 발생되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로봇이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된다. 일부에서는 업무 자동화와 차이가 무엇이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업무 자동화(OA)는 업무수행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자동화된 Tool을 활용하는 개념이다. 반면 RPA는 Tool이 아닌 업무 자체를 수행하는 하나의 실무담당자의 역할로 이해할 수 있다. 가령 구매부서의 실무자는 오전과 오후에 한 차례 씩 전 부서의 구매요청서를 접수하고 이를 분류한 후에 실질적인 구매계획을 수립한 후 실질적인 구매절차를 진행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구매절차를 진행하는 부분보다 구매요청서를 접수하고 분류하는 반복하는 업무가 실제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구매 실무자들의 의견이다. 여기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구매 요청서의 취합과 분류에 로봇을 활용하여 업무를 진행한다면 구매 실무자는 실질적인 구매업무에 전념함으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얻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업무에는 대부분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사용하게 된다. 실제로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야근과 휴일근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로 인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업무에 전념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무 업무환경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하지만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 영역은 로봇으로 대체되고, 사람들은 가치 중심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RPA시장은 급성장을 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약 20억 달러 규모의 RPA시장은 2025년에는 약 200억 달러 이상의 시장으로 급격한 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에서도 현재 금융업을 중심으로 RPA도입이 활발하게 진행됨과 동시에 대기업에서도 RPA도입을 선언하면서 RPA시장은 제2의 ERP 붐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로봇은 이제 우리와 함께 일하는 동료로 인정해야 하는 시기가 이미 왔다. 이미 해외의 일부 기업에서는 업무에 봇을 정식으로 업무의 실무자로 인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HR(Human Resources) 부서가 아닌 Br(bot Resources) 부서가 정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bR부서에서는 챗봇 또는 RPA의 도입 전략 수립, 관리 및 학습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봇의 운영을 통해 생산되는 정보를 클라우드 플랫폼과 인공지능과 연계하여 봇 스스로 학습을 통해 좀 더 많은 영역의 업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경영층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오래지 않아 국내 기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될 것이다.
진정한 스마트 워크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는 자연히 소멸될 것이며, 기계와 인공지능에 의해 수행되는 업무들의 수행 품질은 사람이 수행한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정확도를 제공할 것이다. 아울러 기계는 휴식시간, 근로시간과 같은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업무수행을 위한 리소스만 제공하면 24시간 365일을 풀타임으로 가동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업무환경 속에서 사람의 역할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정적인 영향이 바로 이 점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정한 스마트 워크의 시대에서 과연 사람은 어떤 영역의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일까?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챗봇은 사람의 업무를 지원해 주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며, RPA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그렇다면 사람은 업무의 주체로서 업무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현상에 대한 질문을 하고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 중의 하나가 바로 질문을 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질문은 본인의 생각이나 깨달음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며, 이러한 질문들이 향 후 창조적인 사고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챗봇이나 RPA, 나아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는 업무에 속해진 모든 사람들이 모두 창조적이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영역으로 이동이 가능할까? 필자는 그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창조적이고 가치 중심의 업무수행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복적이고 시스템의 한 일원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부분에는 매우 익숙한 역량을 보이지만, 본인이 주도가 되는 창조적이고 가치생산 중심의 업무수행에는 상당한 미숙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이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많은 4차 산업혁명에 기인한 일자리의 변화에 대해 예측하고 있는 학자나 전문가들은 상당한 일자리가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지만 이에 상응하는 일자리들이 새롭게 나타날 것이며, 이는 총량의 법칙에 의해 어느 정도 일자리의 부족과 신규 일자리는 상쇄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는 인간의 창조성과 감정에 기반한 인간 자체의 존엄성과 정체성에 기반한 영역으로 생성될 것이란 예측을 하고 있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1,2,3차 산업혁명을 통해 하나의 조직 일원으로 자신의 맡은 바 업무를 충실하는 데 익숙해져 있으며, 정해진 제도와 정책에 따라 표준화된 프로세스와 일하는 방식을 준수하는 데 훈련되어 있다. 수 십 년 동안의 변화는 기존 시스템의 고도화에 초점이 되어왔으나,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시스템의 파괴를 통해 새로운 업무영역과 일하는 방식을 사람에게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로봇이 동료가 되고, 소통해야 하며, 협업을 해야 하는 시대이며,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로봇이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현실이며,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까지의 스마트 워크는 사람의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함으로 성과를 높이는 동시에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함으로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는 부분에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스마트 워크는 얼마나 업무를 기계로 대체함으로 일상적인 업무에 인간의 비중을 최소화하느냐의 개념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워라밸에 기반을 둔 업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성과로 도출할 수 있는 창조적 관점으로 업무를 수행해 가는 방법, 그리고 그 기계를 이러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지원파트로 끌어들이는 역량을 확보하는 데 모든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개선과 일과 삶의 조화를 운운할 때 우리는 일을 통한 생계유지에 대한 우려의 파도가 머지않아 우리에게 밀려들게 될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