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변화에 맞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모든 의사들의 윤리에 대한 선서문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문에는 “모든 환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을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그 어느 것도 멀리할 것이다. (중략)… 누가 나에게 요청을 하더라도 나는 극약을 처방하지 않을 것이다. (중략)… 병자의 이익을 위해 그들에게 갈 것이며 어떠한 해악이나 부패스러운 행위를 멀리할 것이며, 남성 혹은 여성, 시민 혹은 노예의 유혹을 멀리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요약하자면 의술을 정의롭고 올바르게 활용함으로 사람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IT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이 IT전문가로서 윤리의 기반 하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선서를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최근 거버넌스(Governance)란 단어가 여러 영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거버넌스란 일반적으로 회사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체계로 조직의 전략과 목표를 유지하고 사용/통제하는 업무 프로세스나 조직구조의 운영체계로 정의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검색 인용) 최근에는 기업이 사업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비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에 대한 통제와 억제까지도 거버넌스의 범주에 포함하여 그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클라우드 슈밥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그의 두 번째 저서인 “The Next”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제는 실천의 단계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실천의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제공되거나 기술에 대하 올바른 이해와 이를 접하고 사용하는 새로운 사고의 정립이 필요함을 언급하며, 이에 대해 기술과 사회에 대한 거버넌스 체계의 재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모든 기술은 사람이 보다 윤택하고 편리한 삶을 살아가기 위함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이러한 본연의 기능으로 사용되지 못했을 경우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우리는 인류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고 있는 많은 기술들은 이제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아 가고 있다. 우리가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기술들의 노예가 되고 있는 징조가 이미 산업과 사회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점진적으로 경험에 기반을 두게 됨에 따라 사람들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디지털 서비스 경험의 중독성에 빠지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사회와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으며, 오히려 이를 장려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어떠한 사회적, 산업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몇 가지만 생각해 보기로 한다.
작 년 여름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이 있었다. 핸드폰 카메라로 주변을 보면 TV에서 한참 유행했던 포켓몬스터라는 캐릭터가 나타나서 이를 잡으면 이에 따른 보상을 주는 게임으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길거리에서 핸드폰을 보며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은 청소년들이나 20대의 젊은 계층들이었으나 중, 장년층도 포켓몬 고 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가상의 캐릭터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이에 대해 흥분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 우리의 다음 세대인 창소년을 비롯한 젊은 층을 보면서 기성세대들은 과연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가?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기술로 구현된 게임이다.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상 속에서 실상인 아닌 허상을 통해 만족감을 추구하는 것, 게임이라는 상업적인 관점에서는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으나 과연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독려할 수 있는가? 최근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 원”이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아예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 속에서 영웅이 되어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어렵고 암담한 현실세계를 벗어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영웅이 되어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행할 수 있는 가상현실이 있다면 누가 현실 속에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겠는가? 이렇듯 현실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면서 현실을 회피하게 끔 만들게 하는 데 사용되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술에 대해 우리는 열광해야 하는 것인가? 물론 이러한 기술들은 산업 및 사회 전반의 발전과 기여를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사람들의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현실의 어려움을 도피하기 위한 피난처의 역할로 그 본질이 변화되어가고 있으며, 이에 대해 특히 우리 젊은 세대들은 열광하며, 이에 몰입되어 가고 있는 것이 이미 닥쳐온 현실이다. 최근에 필자가 들은 이야기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에 기반한 범죄 상황을 가상현실 속에서 체험하게 만들어서 현실 속에서 범죄의 발생률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올바르고 정당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가?
상기의 사례는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되고 보편화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에게 직면하는 현상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되는 디지털 기술의 보편화 시대에 우리가 직면하게 될 거버넌스 차원의 이슈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 지에 대해 몇 가지만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첫 번째로는 새로운 양극화의 도래이며, 이 양극화는 극단적인 유형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다 라는 점이다. 이 점은 미래학자들과 많은 전문가들이 실제로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기술의 발전 중심에 인간이 점진적으로 배제되고 있으며, 기계에 의해 인간의 자리가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개발이 인간을 윤택하고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개발되어지는 인간 중심적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의료영역을 포함한 복지 영역이나 일상생활 관점에서 인간의 삶은 보다 나아지는 많은 기술들이 보급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임에 틀림없으나,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수입을 창출하는 산업현장에서 인간은 기계에 의해 대체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극단적인 생산성은 극소수의 기업주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아울러 디지털 기술을 통해 경제, 사회, 문화 및 정치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는 계층은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부와 권력을 쥐게 될 것이고 이들의 영향권에 있는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풍요로운 인프라의 여건 속에서 극심한 곤궁의 환경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려되는 첫 번째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 내에서 뿐 만이 아니라 국가 간에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 기반의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즉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누리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에는 엄청난 격차의 부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며, 이는 국가 간의 새로운 종속관계를 만들어 내는 등의 부작용을 야기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데이터와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제국주의의 출현이다. 이 제국주의의 주체는 국가가 아닌 기업이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데이터와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국경을 초월한 플랫폼 제국인 초거대 기업의 영향권에 들어와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그리고 구글 등 디지털 산업을 주도하는 이들 기업은 이미 국경을 넘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력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더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예측이 아닌 필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데이터와 정보는 그들의 플랫폼에 차곡차곡 쌓여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국가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중국? 인도?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국가는 페이스북이란 플랫폼이다. 페이스북의 사용자는 이미 25억 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가 10억을 넘어선 국가의 경우도 모든 인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모든 가입자들이 어떤 정보를 생산하고 있는지가 파악된다. 그리고 그 정보를 통해 모든 가입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구글이 최근 음성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아는가? 사용자들의 음성 패턴을 인식하여 향후 모든 음성 기반의 플랫폼의 선도적인 위상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아마존은 어떤가… 아마존은 온라인 시장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정보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마저 싹쓸이를 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이러한 초대 플랫폼 기업들은 하나, 둘 씩 관련 경쟁기업들을 무너뜨리고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들며 데이터와 정보를 독점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모든 환경이 디지털 기반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필연적인 미래는 데이터와 정보를 소유하는 자가 모든 것을 소유하는 시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초거대 기업은 과거 제국주의와 같은 위상을 통해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을 동일한 속도로 잠식해 나가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판단되는 기술적 윤리문제이다. 이 문제는 향후 10년, 20년 후에 인류가 어떠한 모습으로 영위해 나가고 있을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반적으로 2030년 정도가 되면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이 온다고 한다. 이 시점을 싱귤레리티라고 한다. 이 시기가 되면 둘 중의 하나인 세상이 온다고 한다. 사람과 기계가 동료가 되어 공존하거나 아니면 기계에 사람들이 종속되어 살아가거나 둘 중의 하나인 세상이 온다고 한다. 이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현재 사회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4,50대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자녀들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화 메트릭스와 같은 세상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것은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윤리적인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모든 기술을 수익을 창출하는 원천으로 바라보며 돈이 된다면 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술을 상용화할 것이다. 보다 자극적이고 현실의 복잡함과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는 젊은 세대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그러한 제품과 서비스를 거리낌 없이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경영자들은 인공지능으로 장착된 기계들을 통해 사람들이 수행하던 업무들을 빠른 속도로 대체해 나갈 것이며, 그러한 기계를 관리하는 부서와 기계를 교육시키는 부서가 생겨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계를 소유하고 관리/운영하는 극소수의 인력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상상을 초월한 부를 누리게 될 것이다. 이 또한 기업가들의 윤리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사항이다. 기술이 인간의 모든 생활 속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세상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관점에서 윤리적 의식은 향후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밖에도 예상되는 거버넌스 관점의 이슈로는 과다한 정보의 무분별한 생산으로부터 야기되는 각 종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들 가령 최근 많이 대두되고 있는 가짜 뉴스와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더 심화될 것이다. 또한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가상과 현실의 오버랩으로 인한 인간 정체성 상실의 문제, 기계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의한 인간 지능과 문제 해결 등의 그동안 인간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인간 고유역량의 점진적인 퇴화 문제 등 거버넌스 차원의 수많은 이슈들이 우리에게 닥쳐올 것이다. 클라우즈 슈밥 교수는 그의 저서인 “더 넥스트”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 그 자체를 중시함으로 기업에게 그 개발의 자율권을 주게 되면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수 세기에 걸쳐 피와 땀으로 얻어낸 노동자들의 권리와 보호장치를 무기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슈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을 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 않고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다가올 미래의 장밋빛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러한 이슈와 문제들에 대해 규제와 법규를 강화하는 통제적인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운영방식이 필요하다. 통제보다는 조정의 방식이 필요할 것이며,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전문가들에게 인문적, 윤리적 소양을 함양시키는 데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부의 공정한 분배를 위한 세제의 개혁이 필요할 것이며,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는 차원에서의 노동의 가치를 부각하는 사회적 기업의 설립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부터 이미 100년 가까이된 고리타분한 교육과정보다는 아닌 인문과 윤리적 관점에서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는 교육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기술윤리위원회를 사회 전분야의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하여 기술에 대한 윤리적 차원의 검증과 이에 대한 조정의 기능을 갖게끔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술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복지 차원의 사회 안전망 구축에 정부를 비롯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제도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거버넌스 프레임의 구축과 이에 대한 조직적인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며, 이러한 거버넌스 프레임은 단지 한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닌 글로벌 차원에서 공동으로 운영되는 체계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혁명 차원이 아닌 인류의 삶의 모습과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버릴 수 있는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을 도래시킬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1,2,3, 차 산업혁명 그다음인 Next age로 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Another age, 즉 지금과는 다른 시대가 도래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시대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서 이를 운영하고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그래서 거버먼트가 아닌 거버넌스의 개념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고민과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한 우리의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