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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완 Nov 24. 2018

나인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 원칙 / 조이 이토, 제프 하우 (민음사)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시대는 전환의 시대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던 경험과 이로부터 형성된 신념과 가치관에 대한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신념과 가치관의 전환이 온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운영해 왔던 상당 수의 운영체계와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다가올 전환의 원칙은 무엇인가? 미디어 융합연구소 MIT 미디어 랩 소장인 조지 이토는 그의 저서 “나인”에서 이를 9가지로 구분하여 제시해 주고 있다. 


1.       권위보다 창발

지식은 사람들의 경험에 의해 축적되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함으로 보편화되어 갔으며, 이러한 전파된 지식은 진리라는 가정을 통해 언어로 구조화되어 왔다. 이러한 지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식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 즉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과 지식을 갖지 못한 다수의 사람, 글을 읽지 못하고 쓸 줄 모르는 계층으로 구분되었으며, 지식은 지식을 가진 자들을 통해 생산되고 축적되며 발전해 왔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일부 지식인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지적 지배권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으며, 소수의 지식인들의 의사결정을 통해 전체적인 운영체계를 유지시켜 나가는 시스템을 완성시켜 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수의 지식인들의 권위의식을 높여가 주었으며, 그 권위의식은 다수의 사람들을 통해 생산되는 지식들을 무시하고 사장시키는 행위로 이어져왔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점진적으로 변화가 되어 왔지만 아직도 일부의 전문가들의 전문성에 의존하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있는 일부 리더들의 권위의식은 아직도 사회, 경제, 정치 영역에 비일비재하다. 창발이란 작은 것들이 모일 때 모임을 통해 발현되는 시너지는 개별적인 능력과는 전혀 다른 속성을 띠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시대 창발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지식이 생산되고 확대되며, 전파되는 방식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지식의 비대칭성이 해소되면서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의 위력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시대에서는 대중의 의견과 지식 그리고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패턴을 구조화할 수 있는 창발적 시스템이 매우 중요해졌다. 


2.       푸시보다 풀 전략

푸시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을 때 사용하는 전략이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푸시 전략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설비 등의 자산을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 이것이 대표적인 푸시 전략의 전형적이 예이다. 현재 대부분의 비즈니스 유형은 대체로 푸시 전략이다. 그러나 다가오는 시대는 자원을 무턱대고 소유할 수 없는 시대이다. 내게 필요한 자원을 최소한 보유하고 이를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풀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해 판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엔카르타 백과사전을 출시했다. 이러한 전략이 대표적인 푸시 전략이다. 반면 위키디피아는 어떤 백과사전의 판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이것이 풀 전략이다. 많은 것을 가진다는 것은 앞으로 더 많은 채무를 보유하는 구조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푸시 전략을 선호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이 많기 때문이다. 


3.       지도보다 나침반

최근 지도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러나 수시로 변하고 있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주지 못한다. 과거에 만들어진 지도를 지금 여행하는 데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지도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언제나 정해져 있는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해 주는 나침반이 훨씬 더 유용하다. 나침반이 세부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전달해 주지 못한다. 그리고 정보는 정확한 정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정보 또한 상당수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가 반영된 지도 또한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나침반은 항상 변하지 않는 진리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나침반은 우리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항상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물론 가는 길에 어떠한 어려움과 문제점이 발생될지 모르겠지만 방향을 잃지 않고 그 동력원을 잃지 않는다면 그 길을 향해 갈 수 있다. 하루하루 변화의 속도와 내용이 현실상에 다가올 때 실시간으로 변화의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는 세부적인 전략과 실행방법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나침반과 같은 명확한 방향성을 갖추고 유연한 실행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에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4.       안전보다 리스크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오늘의 성공경험이 내일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크고 강하다고 해서 작은 것들에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는 사회이다. 현재 내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후에도 내가 주도권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며, 몰락을 스스로 초래하는 길이다. 현재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패스트 팔로워들이 무서운 속도로 추월하는 세상이다. 오히려 복제품들이 혁신성을 바탕으로 오리지널 제품들을 몰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복제품에 혁신성을 더한 산업을 “산자이”라고 명명하고 하나의 산업으로 장려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리스크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안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기획하고 점검하고 테스트하며 성공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한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기존의 제품을 통해 시장을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내가 고민하고 있는 아이템 중 상당 부분은 이미 다른 경쟁자들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제품은 산자이를 통해 시장에서 그 자리를 잃게 된다. 앞으로의 시대는 안전함이란 존재하기 힘들다. 누가 리스크에 대해 과감하게 도전하느냐의 문제이다. 


5.       순종보다 불복종

창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이다.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의 창의성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엄격한 규율과 통제 속에서는 사고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늘날 교육 시스템은 자율적인 사고와 통찰력을 배양하기보다는 기존의 조직에 좀 더 잘 적응하고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순종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재들에게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창의성에는 반드시 자율성이 필요하다. 자율성은 기존의 규율과 시스템에 무조건 순종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사고를 지배하는 규율과 시스템에서 자유로워졌을 때 창의성은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바꾼 새로운 이론과 패러다임은 기존의 지배적 운영체계와 사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능했다. 하고 싶은 일, 자신에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을 때 창의성은 발현될 것이며, 그 결과 그 조직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경쟁적 요소가 차고 넘치게 될 것이다. 


6.       이론보다 실제

과거에는 모든 계획을 수립할 경우 “만약”이라는 변화를 변수로 놓았다. 그러나 현재의 모든 계획은 변화는 당연한 상수로 놓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변화의 간격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정도였으나, 현재 변화의 간격은 계획에 반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짧기 때문이다. 반도체 칩을 항공으로 운송하는 이유는 반도체 칩을 해상으로 운송할 경우 운송 기간 동안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반도체가 개발되어 상용화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현재 수립하고 있는 계획은 그 유용성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오히려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큰 기회손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계획들은 경영이론에 기반하여 수립한다. 이론이 통용되는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이제는 실상을 통해 실행과 대응에 대한 원칙을 설정하고 이를 신속히 피드백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 사이클이 필요하다. 실제와 맞지 않는 이론에 대해서는 과감히 이를 버려야 한다. 실제를 통해 새로운 이론을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론은 실제를 통해 변화되고 응용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7.       능력보다 다양성

현재의 시대는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이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소수의 의견들을 모아 “빅마우스”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였으며, 이는 기업의 경영뿐 아니라 정치, 문화에도 무시 못할 존재가 되었다. “크라우드 소싱”은 이러한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크라우드 소싱은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창발”의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크라우드 소싱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엘리 릴리가 설립한 이노센트라는 회사는 의뢰받은 문제를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해결했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 중 약 40%가 학위를 갖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오늘날 기업들이 겪고 있는 많은 유형의 문제들을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이는 한 두 사람의 전문성과 능력에 의존하여 문제를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성에 기반하여 문제의 해결책을 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그룹 지니어스”라는 관점에서 여러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높은 전문성을 가진 개인의 성과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보인다는 결과를 내었으며, 그 이유는 다양성의 결합이라는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한다. 다양성을 어떻게 구분하고 분류하며, 이를 결합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것인지가 앞으로 좀 더 깊이 연구해야 할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세상은 한 두 사람이 규정하기에 너무 다양성이 너무 크다. 그것이 다양성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8.       견고함보다 회복력

변화가 극심한 시대에서는 완벽함을 추구할 수 없다. 앞서 안전보다는 리스크라고 언급했다. 리스크는 언제라도 실패에 직면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이 바로 회복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회복력을 정확히 정의하자면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며 “리질리언스”라고 한다. 회복탄력성이 주목받은 것은 SCM(Supply Chain Management)에서 공급망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얼마나 빠르게 공급망을 정비하여 정상화 상태에 이르게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실제로 일본의 후쿠오카 대지진이나 태국의 대홍수와 같이 천재지변에 의해 공급망이 붕괴되었을 때 이러한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은 매우 크게 주목을 받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이에 대한 대응체계 확보를 위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회복 탄력성은 단지 SCM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변화의 속도는 예측을 할 수 없으며, 기업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반하여 운영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발생될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가득 차 있는 현재의 비즈니스 구조이다. 과거에는 수직계열화와 같은 비즈니스 구조의 견고함이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으나 구조의 견고함은 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으며,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견고함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신속한 대응력을 갖출 수 있는 유연성과 실패가 발생할 경우 빠르게 이를 정상화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 확보에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9.       대상보다 시스템

과거에는 필요한 대상에 집중을 했다. 기업의 약점으로 보이는 영역이나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할 타깃 고객이나 특정 대상을 선정하고 이를 기업에 유리한 상황으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도출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혁신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모든 것이 배타적 관점에서 모든 경영시스템이 작동을 해왔다. ERP를 통해 배타적 경영시스템이 통합이 되어 기업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포용성을 갖추고 있지만 기업 외부적으로는 배타적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현재의 시대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이며, 기업이 내, 외부적으로 포용성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다 달았다. 포용성이란 현재 우리의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확대됨과 동시에 과거의 유명무실했던 산업 생태계가 진정으로 시스템적으로 묶이게 됨을 의미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제 특정 대상만을 바라보는 단편적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확대된 시스템은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부각하며, 전체 생태계에서의 역할의 명확화를 통해 전체 생태계를 고려해야 하는 기업의 책임의식을 표면화시키게 될 것이다. 시스템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기업의 포지셔닝과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인식을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기의 9가지 이론은 “나인”에서 제시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필자의 생각을 일부 반영하여 정리하였다. 본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그동안 우리 현실 앞에 다가왔지만 애써 외면해오고 있는 전환의 대상들에 대해 직면하면서 새로운 인식의 전환과 함께 현실적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이미 지나고 있지 않고 있는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 아직도 과거의 패턴과 생각과 이론에 얽매어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의 너머를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우리는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그러나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실은 무엇인가 지속적이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에너지원이 증기에서 전기로 바뀔 때 당시 성공적으로 사업을 지속한 대형 기업은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증기 동력원의 대체로서 전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성공한 10%의 기업은 전기를 동력원의 대체로 본 것이 아니라 생산구조의 변화로 보았고 이를 실행에 옮겼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많은 기술의 진보를 하나의 대체로 보고 있지 않은가? 기술의 진보를 어떠한 관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인”은 그러한 질문에 나아가야 할 답을 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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