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대중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많은 키워드가 있지만 필자는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로 주저 없이 “초연결(High Connection)”을 꼽는다. 그 이유는 초연결은 사회와 경제, 문화,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근원적인 변화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Next Age가 아니라 Another Age라고 일컫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연결이 사회, 경제, 문화, 정치에 있어 어떠한 근원적인 변화를 이끌어 올 것인가에 대해 간략히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연결된다는 것인가? 그것은 정보와 데이터이다. 과거로부터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곧바로 힘이 있다는 것을 상징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보면 정보를 가진 자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일반 대중은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정보를 많이 가진 자에게 예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정보를 많이 가진 자들에 의해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대중들은 이에 철저하게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시민혁명 등을 통한 민중봉기가 일어났으나 이러한 정보의 편중성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는 그리 많지 않았으며, 이러한 개선되지 못한 정보의 편중성은 대중들의 위상 변화에 있어 한계에 부딪히는 주된 원인이 되었다. 근대에 들어와서 대중매체의 발전은 정보의 편중성을 다소 완화를 시켜주었다. 그래서 과거와 같은 예속적인 형태의 사회구조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지만, 대중매체는 소수의 제한된 영역에 있어 일정 부분 대중의 연결에 대한 기반을 제공하였고, 대부분은 정보의 공유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공유되는 정보의 양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로 증가하게 되면서 대중들의 이에 따라 위상도 차츰 올라가게 되었고 대중의 연결성도 점차로 확대되는 현상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확보하고 있는 정보의 양과 일부 정보에 대한 독점성은 일부 계층에게 편중되는 여전히 지속되었으며, 이로 인한 대중은 그 정도만 다소 완화되었을 뿐 과거의 큰 구조적 특징을 바꾸어 놓지는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1980년대까지 이어져왔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흔들게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바로 인터넷의 등장이다. 1990년 대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된 인터넷은 온라인이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였다. 온라인 세상은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게 만들었으며, 이 점 통해 사람들은 하나, 둘 연결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을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채널들이 온라인 상에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러한 채널은 플랫폼이란 하나의 가상세계 상에서의 커뮤니티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연결성을 가속화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후반부터 대중의 힘의 형태로 그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전에 정보를 독점하다시피 해왔던 기존의 기득권 세력에게 대해 견줄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파워를 갖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시대에 있어서 이러한 대중의 힘은 산업과 사회, 정치, 문화 영역에 있어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에는 일부 계층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과 대중(엄밀히 말하자면 대중 내 각 개인이)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은 상당한 비대칭성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정보를 가진 자가 갖지 못한 자에 대해 배타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끔 만들었다. 즉 대중이 월등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계층에 대해 거의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함에 따라 정보의 기득권자들은 굳이 대중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배타적 관계는 의사결정 독점성과 주요 자원에 대한 중앙 집중 형태의 관리체계를 형성해 왔다. 이것이 필자가 주장하는 정보와 사회의 구조적 관계를 나타내는 이론이다. 요약하자면 정보의 비대칭성은 배타적 관계를 형성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결국 중앙 집중식 운영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시대가 도래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 부분은 개인 간의 연결성에 기반한 정보의 연결과 공유로 인해 상당 부분 완화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개인의 연결로 이루어진 대중의 네트워크는 정부와 기업 등 과거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대중에 대한 배타적 관계를 유지해 왔던 기존의 기득권 계층이 대중을 끌어안지 않으면 더 이상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배타적 관계가 아닌 포용적 관계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결된 대중의 힘은 전혀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이것을 “창발”이라고 한다. 상호 관련성이 없는 정보와 역량을 가진 개인이 연결되어 하나의 네트워크 차원의 집단이 만들어지면 그 집단은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창발”은 이제 산업뿐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기업에서 대중을 연결시키고 그 네트워크 공동체에서 창출되는 파워와 아이디어를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 비즈니스를 강화하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형성함에 있어 주요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현시대의 모든 영역의 조직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단순성이 아닌 매우 복합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의 문제들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성보다는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성은 원인 분석보다는 도출된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을 통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조직 내 인력은 아무리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조직의 비즈니스 영역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시각을 갖는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성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편중되지 않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대중의 힘을 빌려오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의 관점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동일한 문제에 대해 매우 다양한 접근을 해 온다. 이러한 대중의 다양성은 기업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문제점뿐 아니라 기업혁신에 있어서도 상당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과 크라우드 소싱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기업은 대중을 더 이상 지갑을 열어 수익을 안겨주는 대상인 고객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과거와 같이 기업이 대중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이를 통해 대중들이 원한다고 기업이 판단되는 것을 제품화하여 시장에 공급하는 일방향적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중이 필요한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기업과 소통하고 제품화하는 과정에 개입하고 참여하길 원하는 양방향적 관계 시대라는 것이다. 이것이 정보의 대칭성에 기반한 기업의 포용적 전략이 되어야 한다. 미국의 “Quirkys 닷컴”의 경우 제품 개발 플랫폼을 통해 개인 또는 그룹의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이를 대중의 투표를 통해 선별하여 제품화를 한다. 그리고 제품화가 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수익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는 대중의 연결성을 기반으로 대중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포용적 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의 힘은 소비자 관점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은 소비자를 하나의 개별적인 존재로 취급했다. 그러나 현재는 소비자 한 명을 하나의 개별적 존재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그 소비자가 어떠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개별 소비자의 힘은 개별적 존재로써 힘이 아니라 연결된 네트워크의 힘이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단계는 물론 구매 이후 단계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필립 코틀러 교수가 “마켓 4.0”에서 기업은 앞으로 마케팅 관점에서 일방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이를 추진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대중의 “구매 경로”에 직접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nsight 7. 마케팅의 역할을 재정의 하라” 참조) 이는 기업이 대중을 포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속으로 포용되어야 함을 의미하고 있다.
연결성의 힘은 기존의 비대칭성을 대칭성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기존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세력과 상호 포용적 관계를 형성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연결 도구의 발전은 기존의 경제적, 사회적 구조조차도 완전하게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존 구조의 해체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바로 “블록체인”의 등장이 이것이다. 블록체인은 쉽게 이야기하면 연결성의 새로운 도구이다. 이 새로운 연결성의 도구는 연결성에 있어 가장 큰 문제로 언급되고 있는 신뢰성의 문제를 해결했다. 신뢰성을 바탕으로 중앙집중식 관리체계의 운영을 통해 배타적 우월성을 누리고 있던 대상들에게 있어 신뢰성이 확보된 연결 도구는 이제 더 이상 중앙집중식 관리의 유용성을 거부하게끔 만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중앙집중식 관리체계는 당장은 어렵겠지만 서서히 해체 수순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며, 국가 또한 상당 수의 국가 기능의 해체를 통해 국가의 통제기능이 약화될 것이다. 이는 정치적, 사회적인 구조에 일대 변혁을 가지고 오게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많은 기술적, 윤리적 사안들이 존재한다. 필자는 기술적 사안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윤리적 사안은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해결해 나가야 할 사안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합의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기득권 세력과 이를 해체하고 분해시키기 위한 새로운 세력과의 많은 갈등적, 대립적 상황이 새로운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대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힘은 관리되고 통제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대중의 권리와 힘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되어갈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경제, 정치, 사회구조는 상당한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며, 새로운 사회적 구조, 경제적 구조와 정치적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다.
대중이 연결성은 기존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연결성은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게 될 것이며, 이렇게 형성된 집단 간의 이해관계 충돌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연결성의 시대에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기술의 변화만을 바라보는 것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자세가 아니다. 이를 통해 도래되고 있는 근본적인 경제, 사회, 정치의 구조적인 질서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이에 대해 깊은 통찰과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대해 준비를 하는 사람, 기업, 국가가 최종적인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