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 욕구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최후 보루이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 이에 따라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고 변하는 가치가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성공하는 비즈니스는 변하지 않는 것에 기반하여 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비즈니스야 말로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이야기 인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욕망의 속성은 바뀌지 않는다. 단계적으로 진보해 나갈 뿐이다. 사람은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의 욕구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 보다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해 나가 길 원한다. 이것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이것을 가장 잘 정리하여 표현한 이론이 널리 알려진 “매슬로우의 인간욕구의 5단계”이다. 인류 문명, 기술 그리고 경제의 발전은 인간 욕구의 5단계에 의해 발전해 왔다고 해도 절대 틀린 주장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패턴을 통해 인류는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 새로운 환경을 이해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욕구가 어떻게 기술과 경제 그리고 나아가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왔는지에 대해 간략히 생각해 보기로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구를 5단계로 구분한 이론을 제시했다. 5단계의 욕구의 구분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생존과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정신적인 영역의 욕구로 발전해 가는 형태로 구분을 했다. 가장 근간이 되는 첫 번째 욕구는 먹고살기 위한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이다. 다음 단계의 욕구는 먹고사는 욕구가 어느 정도 채워진 다음에는 현재 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채집이나 수렵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왔던 인간들이 농경사회로 전환하게 되는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인간의 안정적인 욕구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렵과 채집은 떠돌이 생활이다. 떠돌이 생활은 불안정한 생활을 의미하는 것이고, 결국 인간은 농업을 통해서 정착이란 안정적 욕구를 실현하게 된다. 세 번째 인간의 욕구는 사회 귀속의 욕구이다. 사회 귀속이란 공동체 형태의 삶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 살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인간은 외로움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안정적 환경하에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시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게 되며, 그들과의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는 지역기반 사회를 이루게 되고 나아가서는 국가를 이루게 되는 기반을 만들게 된다. 네 번째 단계는 명예의 욕구이다. 명예의 욕구는 공동체, 사회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존중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위와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초기 전쟁은 식량과 안정적인 생활을 위함이었다면 중세 이후부터의 전쟁은 왕족이나 귀족 등의 권위를 위한 전쟁으로 변모되었다. 명예의 욕구는 계층적 사회구조가 생겨나고 일부 권력층에 의해 발현되었으며, 이는 수많은 피지배층의 희생을 불러일으키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인간욕구의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는 인간들이 스스로의 존재가치에 대해 묻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삶의 방식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내어 놓기 시작한다. 이러한 욕구는 종교와 철학을 그리고 정치, 사회적 사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인간의 욕구와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의 5단계를 역사적 흐름에 맞추어 정리해 보았다. 이러한 매슬로우의 단계 별 인간의 욕구는 인류의 역사를 하나의 사이클 관점으로 해석함에 있어 다양한 관점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은 산업혁명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한국 창조경제 연구회(KCERN) 이민화 이사장은 “인간의 욕구와 기술의 발전은 공진화(共進化)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욕구와 기술의 발전은 상호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작용을 통해 함께 진화한다고 하는 의미이다. 이에 대한 내용을 매슬로우의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해 보기로 한다. 앞서 매슬로우의 이론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정리해 보았으나 이는 역사적 흐름 관점에서의 해석이지 실질적인 인류의 삶과 욕구의 관점을 반영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제 이 부분에 대해 인간의 욕구와 기술발전의 차원으로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도록 한다.
1차 산업혁명을 생각해 보자. 1차 산업혁명 이전에는 사람들은 일부 권력층 등을 제외한다면 늘 결핍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왔다.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자는 부족했으며, 돈이 있더라도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어 이러한 물자들은 일부 지배계층의 욕구를 채우는 데 늘 우선적으로 공급되었다. 1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결핍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환점을 제공해 주었다. 제한적인 인간의 노동이나 가축의 힘이 아닌 기계의 힘을 통해 대량으로 물자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짐으로 인해 생산된 물자에 대한 거래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임금이란 형태의 자본의 분배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일반 서민들의 의식주는 이전보다는 나은 상황으로 발전해 나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물론 1차 산업혁명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갈등구조를 만들었으나, 인간의 욕구 차원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1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사회는 풍족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노동자나 일반 서민들에게 어느 정도 생리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기반이 제공되었다. 그러나 인간들에게 제공되는 노동의 환경이나 생활의 환경은 사람들로 하여금 늘 불안과 위험에 대한 위협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는 동인이 되고 만다. 이러한 시점에서 2차 산업혁명이 도래된다. 특히 전기의 발명은 인간이 느끼고 있는 불안정성을 상당 부분 해소시켜 주었다. 전기는 공장에서 사람의 힘에 의존되었던 여러 유형의 고된 작업을 설비를 통해 실행될 수 있는 작업환경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기는 밤을 밝혀주는 전등의 발명과 보급으로 획기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어둠 속에서는 늘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를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전기를 통한 전등의 보급은 인간을 심리적으로 안정감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렇듯 2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는 인간의 안정의 욕구를 해소시키는 데 기반하여 그 효용성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어질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즉, 인간은 상호 간 교류하며, 공감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귀속되고 싶은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세 번째 단계의 욕구는 사회 귀속의 욕구이다. 이러한 사회 귀속의 욕구는 3차 산업혁명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정보화 혁명의 시대가 도래된 것이다. 컴퓨터가 산업영역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인터넷의 상용화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귀속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부족함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간은 물리적 한계로 인해 개인 귀속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인터넷은 이러한 인간이 귀속될 수 있는 사회적 범위에서 물리적 제한을 없애 버리기에 충분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회 귀속의 욕구가 본격적인 실현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정보화 혁명으로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의 시작과 같이 한다고 해도 결코 과장된 주장은 아니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새로운 시대의 전환기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욕구를 한 번 살펴보자. 이 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개인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의 흐름을 보았을 때 인간은 늘 희생을 강요받아 왔다.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회사를 위해 그리고 국가를 위해… 그런데 현재의 시대는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들이 가지고 있던 1,2,3단계의 욕구들이 어느 정도 채워져 왔기 때문이다. 이젠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의미를 두고 가치를 두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기반이 되는 자아를 중요시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는 모든 것을 자기 자신에게 맞추기를 원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제공받기 원하며, 가장 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 주는 대상과 함께 하길 원한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이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인간이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받기 원하는 욕구, 즉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4단계인 명예의 욕구이다. 필자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명예의 욕구보다는 존중의 욕구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필자는 매슬로우와 같은 석학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의 욕구를 존중의 욕구로 바꾸어 주장할 수는 없지만 존중의 욕구가 명예의 욕구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석학의 이론을 인용해 이야기를 지속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명예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연결의 시대이며, 데이터의 시대이다. 연결은 데이터라는 흔적을 남기게 되고 그 흔적은 개개인의 인간이 원하는 유무형의 요구를 맞추어 주게 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스스로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또 한 가지 SNS와 같은 소셜 미디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명예의 욕구를 확실하게 해소시켜주고 있다. 개인이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에 올린 콘텐츠들이 수많은 조회수와 수많은 “좋아요”를 만들어 내는 데서 명예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던 대중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기반이 제공된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명예의 욕구와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술발전의 공진화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진행되고 있음을 우리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 욕구 5단계의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는 어떤 기술과 공진화가 전개될 것인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주장이나 언급은 이루어지질 않고 있다. 필자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기술적 공진화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생리적 욕구, 안정의 욕구, 사회 귀속의 욕구 그리고 명예의 욕구는 개인 스스로의 해결할 수 있기보다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 경제, 산업 그리고 기술환경의 변화에 의해 충족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면 자아실현의 욕구는 개인 스스로의 내면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내면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상업적인 관점에서 간접적으로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가상현실 기술이다. 현실 세계에서 충족할 수 없는 욕구를 가상의 세계 속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간접 체험방식이다. 이것은 지극히 위험하고 개인과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현실 세계에 만족하는 사람은 지극히 극소수이다. 대부분은 현실보다는 이상을 원한다. 만약 이러한 가상현실 속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 제공된다면 상당 수의 사람들은 가상현실 속에 묻혀 살기를 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산업, 사회의 상당한 영역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기술로 충족이 되지 않는 가장 가치 있는 욕구이다. 기술과의 인간 욕구와의 공진화는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과 동기화되어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인간의 자아실현의 욕구만큼은 기술과의 공진화를 원하지 않는다. 인간이 기계보다 우월한 존재임을 나타낼 수 있는 자아실현의 내면적 가치까지 기술에게 충족시키려 한다면 더 이상 인간은 그 존재가치가 기계보다 우월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와 산업혁명과의 관련성을 생각해 보았다. 4차 산업혁명 인사이트에서 이 부분을 언급한 이유는 지금까지 인간의 욕구는 기술 발전을 통해 충족되어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술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의 최후의 보루 하고 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기술에 의존한다면 이는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매트릭스”와 같은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아실현 욕구는 개개인의 생각과 관점, 사회적 관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성취될 수 있는 과정과 진리는 절대로 기계에 의존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