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경험이 전략과 상품을 이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기업들은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비즈니스에 임해야 하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는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 게임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 게임에서의 성취한 성과에 연연하여 그 게임의 법칙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은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의 법칙이 어떻게 바뀌었다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과거 비즈니스 게임의 법칙은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낮은 원가로 생산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적절한 시점에 공급하는 것이었으며, 소비자는 원하는 가격과 시점에 이를 소유하는 법칙 하에 비즈니스가 전개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비즈니스의 법칙은 서서히 바뀌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만들고 생산하고 전달하는 비즈니스의 수단의 고도화를 가져오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비즈니스의 법칙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다가올 비즈니스의 키워드는 “경험과 공유”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즈니스 키워드가 경험과 공유가 된다는 것은 기존의 게임의 법칙이 상당 부분 바뀔 수밖에 없다. 과거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와 이에 대한 소유가 경험과 공유로 바뀐다는 것은 비즈니스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비즈니스의 키워드인 경험과 공유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간략히 생각해 보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바로 “초연결”이다. 디지털 기술은 모든 것을 연결시켰다. 기계와 기계는 물론이고 사람과 기계, 사람과 사람… 이러한 연결은 그동안 연결이 되지 못함으로 인해 생성되지 못한 새로운 세상과 기회에 사람들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그리고 생겨나기 시작한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은 사람들 간의 연결을 촉진시키고 이러한 연결은 정보의 교류의 범위를 확대시켜 나가게 되었다. 이러한 정보교류 범위의 확대는 점진적으로 새로운 거래의 형태를 만들게 되었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구분과 경계가 명확했던 시장의 형태가 공급자와 수요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며, 서로가 필요에 의해 수요자와 공급자의 위치가 수시로 바뀌는 형태의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플랫폼 경제이다. 플랫폼 경제는 향후 소유 기반의 거래가 아닌 공유기반의 거래를 급속도로 발전시킬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추후 시장경제는 공유기반의 경제의 비중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유경제는 기존의 경제원칙을 떠 받치고 있던 소유 기반의 경제의 법칙이 바뀌고 있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 법칙이 바뀌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현상이 있다. 그것은 이제 기업들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건이나 서비스는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하나의 매개체로서 기능을 갖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경험이라는 것은 지극히 감성적인 영역이다. 고객은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경험을 갖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경험에 대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그리고 그 경험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SNS 등을 통해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고객 경험은 단지 B2C 형태의 비즈니스뿐 아니라 B2B 형태의 비즈 니스에서도 크게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객 경험을 비즈니스 핵심가치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는 단지 음료 판매가 아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효용성을 갖는 공간에서 스타벅스만이 제공해 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고객은 제공받는 경험에 만족할 경우 해당 브랜드에 본인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된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다른 동종업계 커피전문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객 경험의 또 하나의 특징은 경험은 연속성을 가질 때 그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객에게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가 종료되면 더 이상 고객과의 관계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즉 고객 경험이 단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에게 판매한 물건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지속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는 사업 모델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형태는 이미 우리의 경제구조 속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기존의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하던 비즈니스 법칙들을 하나, 둘씩 바꿔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즈니스 법칙이 바뀌어 가는 환경 속에서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고객이 원하는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어서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시장환경을 분석하고 내부의 역량에 대한 고민을 통해 제품 개발,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전략을 수립한다. 즉 전략과 상품(서비스)이 기업의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 핵심 요소들이 비즈니스 법칙이 바뀌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지금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전략과 상품(서비스)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전략과 상품(서비스)이 비즈니스의 중심에 있지 못하다면 비즈니스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오랜 기간 동안 컨설팅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해 볼 때 전략과 상품(서비스)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기업문화와 고객 경험이다. 다시 언급하자면 기업문화가 전략보다 중요하고 앞서도 언급했지만 고객 경험이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감성적인 부분이 중요시되는 시대이다. ( Insight 16. 우뇌의 시대가 온다. 참조 ) 즉,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가 진행되었던 과거의 환경과는 그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과의 감성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소유라는 단편적인 만족감이 아니라 개개인의 생각과 기준에 부합되는 만족스러운 경험이란 무형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러한 고객의 감성적인 소통과 경험이란 무형의 가치를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계산적인 전략과 잘 만들어진 높은 품질과 적절한 가격으로 포장한 상품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러한 부분들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성적인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려면 기업의 감성적인 영역이 이를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감성적인 영역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이 바로 기업문화이다. 필자는 기업문화야 말로 기업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라고 확신한다. 전략은 모방이 가능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전략은 그 틀은 대동소이 하다. 일부 영역의 차별화 포인트와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성패를 좌우하지만 경영전략의 틀은 과거부터 내려온 기본적인 프레임에 의해 수립되는 것이므로 전략에 대한 차별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기업문화는 다르다, 기업문화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부분이 아니라 감성적 영역이다. 감성적 영역의 핵심은 공감력이다. 이러한 영역은 모방이 불가능하다.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표면적으로 보이는 일부 영역에 대해서만 가능할 뿐 근본적인 기업문화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의 혁신과 변화는 바로 기업문화에서 나온다.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이고 글로벌 유명 컨설팅 펌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했다고 하더라도 기업문화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 전략은 유용성을 가질 수 없다. 기업문화는 자발성과 능동성을 유발하며, 기업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힘이다. 변화되고 있는 비즈 니스 법칙을 단지 훌륭한 전략 수립을 통해서만 대응한다는 것은 결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기업 내에서 감성적인 소통과 공감이 이루어지질 않는다면 과연 고객들과 감성적인 소통과 공감을 이룰 수 있을까? 필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감성적 공감과 소통도 해본 사람들이 가능하다. 이것은 전략 수립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어떤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가의 문제인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을 수립하여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에 임하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전사적으로 변화에 공감하고 이를 통해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게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고객 경험이 곧 상품이어야 하고,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품질이 우수하고 적정한 가격을 가진 제품과 서비스라고 할 지라도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현시대의 고객은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기꺼이 높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좋은 품질, 적절한 가격은 경쟁요소가 될 수 없다.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소확행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찾고 거기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는 고객들은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몇 가지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를 일반적으로 “구매 여정”이라고 한다. 고객 경험은 이 구매 여정의 단계 별로 제공되어야 한다. 구매 여정의 경험이 결국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의사결정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은 고객의 구매 여정을 단계 별로 모니터링하고 단계 별로 고객에게 어떠한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이를 충분히 가능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가? 그리고 경험을 어떻게 상품화할 것인가? 그리고 고객들의 긍정적인 경험을 어떻게 다른 고객에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인가? 경험 또한 감성적인 부분이며, 이러한 고객 경험 기반의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고객과 소통하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앞서 소개한 “스타벅스”가 바로 이러한 기업문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법칙은 앞으로 더욱 변화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로봇이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 이로 인해 비즈니스 법칙은 다시금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비즈니스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만드는 요소가 있다. 어떠한 변화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훌륭한 전략도 아니고,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도 아니다. 모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감성적 공감대가 형성된 기업문화이며,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상품화하여 제공해줄 수 있는 통찰력이다.
“문화와 경험이 전략과 상품을 이긴다.” 새로운 산업환경 속에서의 비즈니스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