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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완 May 19. 2019

제로 시대

살아남는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 김남국 / 비즈니스 북스

제로 시대

살아남는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 김남국 / 비즈니스 북스


개인적으로 “동아 비즈니스 리뷰(DBR)”의 김남국 편집장의 Insight에 많은 공감을 가지고 있다. 그는 편집장으로서 경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통찰로 여러 이슈에 대해 쉬우면서도 강한 임팩트를 제시해 주고 있다. 그가 저술한 “제로시대”는 제로에 수렴해 가는 금리와 경제 전반의 성장이 일상화되어 가는 시대로 정의하고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해법을 제시해 주고 있는 책이다. 이전의 경영환경은 기업이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여건을 제시해 주었다. 그리고 기업은 그러한 환경 하에서 성장 일변도의 경영목표를 설정하고 공격적인 경영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경영환경은 더 이상 기업이 성장을 목표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로 대변되는 “뉴 노멀”은 새로운 경제적 표준을 설정하도록 경제환경을 유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김남국 편집장이 저술한 “제로시대”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트렌드를 선도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여 성장동력을 확보해 가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기반으로 현재의 변화무쌍하며, 불확실성이 높은 여건 속에서의 새로운 관점의 경영전략 키워드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시대의 새로운 표준 –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고위험

더 이상 호황이라는 용어는 우리 경제에서 사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이야기는 현재는 불황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상황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이며, 불황과 호황의 사이클에 의해 현재의 어려움은 조만간 다시 호황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설령 좀 더 나아진 경기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같이 5% 이상 성장하는 활황국면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이며, 3% 정도의 성장이면 대단히 성공적인 경기 상황이 될 것이다. 이는 단지 한국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기 상황은 뉴 노멀(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고위험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설정되는 표준) 현상이 본격적으로 경제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를 “제로시대”라고 명명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제로 성장률의 시대, 자산과 가치가 제로가 되는 시대 그리고 한계 생산비용 제로의 시대 등의 세 가지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에서 제로 금리를 선언함으로 더 이상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경제활동의 시대가 되었음을 선언했으며, 기업의 성장을 담보했던 기업의 유형자산의 가치는 제로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채무화로 변환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반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친환경 에너지의 상용화는 생산비용의 한계비용을 제로에 수렴시킴으로 기존의 생산성 개념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제로시대”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세 가지 관점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경영활동에 대한 패러다임의 재정립이 시급하다. 


제로 시대는 무엇이 다른가?

첫째. 제로 시대는 승자독식의 시대이다. 인터넷 기술은 모든 사람에게 정보의 평등성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인터넷 기반으로 조성된 디지털 세상은 오히려 승자 독식의 여건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과거의 비즈니스 법칙은 파레토의 법칙이나 롱테일의 법칙과 같은 일정 비율에 기반한 이론을 제시하였지만 제로 시대는 이러한 법칙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제로 시대의 비즈니스는 승자독식 구조로 움직인다. 이것은 비즈니스는 구조는 양극단 만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둘째. 모든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경계에 기반을 둔 카테고리적 사고에 기반한다. 산업구조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산업의 경계 속에서 각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해당 산업 내에서 산업의 정체성 기반 하에 경쟁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산업 간 상호 보완 작용을 통해 각 산업은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해 왔다. 그런데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산업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 기업들이 경제구조를 주도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IT기업의 협력사로 그 위치가 바뀌어 가고 있다. 전자 상거래 기업이 전 세계 최고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직접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운수기업과 숙박업소로 그 이름을 높이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도대체 이들 기업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이들 기업을 기존의 산업구조 분류체계에 의해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가? 이제 산업의 경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다. 

셋째. 핵심자산은 더 이상 가치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과거 은행은 얼마나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그 은행의 경쟁력이자 해당 산업군에서의 위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적으로 직접적으로 연계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온라인 상에서 고객들이 모든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끔 환경을 바꾸어 놓았다. 이는 은행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은행 지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을 대폭적으로 줄어들게 만들었다. 이제 은행의 지점들은 더 이상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가 아닌 경영의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지점은 핵심 경쟁력에서 핵심 경직성으로 은행 내의 위치가 변하게 되었다. 자동차 회사가 전기 자동차를 바로 생산하지 못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먼저 만드는 이유는 생산설비 등 기존 자산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규모 투자에 기반한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기존 자산에 대한 부담감이다. 기존에는 자랑이었고 자부심이었던 자산이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있어 큰 방해요인이 되고 있다. 


제로 시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제로 시대에는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기업의 성장과 번영을 보장해 주었던 기존의 역량들이 더 이상 시장에서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저성장은 소비를 위축시킨다. 이것은 고객들은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제품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제품에 고객이 만족한다면 고객은 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이제는 고객들에게 우리 제품을 알리는 과거의 마케팅 전략은 유효성을 잃어가고 있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으며, 유사한 기호를 가지고 있는 다른 소비자들과 이를 공유하게끔 만들었다. 제로 시대의 소비패턴은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의 핵심역량에 기반한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에는 수심 100m에서도 방수 기능이 있는 시계라고 광고를 하면 소비자들은 이를 선호했다. 그러나 실제로 수심 100m까지 시계를 차고 잠수를 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100m 방수는 제조사의 가치이지 소비자의 가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DVD 배달 사업을 접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도했다. 이것은 회사의 가치보다는 소비자 측면에서의 가치에 집중한 사례이며,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라는 회사 중심의 가치에 집중되어 있었던 거대기업을 침몰시켰다.  고객중심의 가치로 전환할 수 있다면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고객이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가치를 얻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모델의 5단계 변화

제로 시대에는 이에 맞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해야 한다. 유통업은 소비자들과 제품을 연결시켜주는 접점이다. 따라서 가장 소비자의 성향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며, 이를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들과 소통을 통해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통업의 진화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유통업 1단계는 롯데닷컴, 11번가 등과 같이 자체적으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배송망도 구축하여 고객에 대한 대응체계를 운영하고 있던 단계이다. 글자 그대로 닷컴 기업들이 존재했던 시기이다. 2단계는 오픈마켓이다. 기존의 유통업체와는 달리 누구라도 입점해서 점포를 낼 수 있는 형태로 기존의 대형 유통업체들의 소위 갑질에 대한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경쟁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 형태의 마켓이다. 3단계는 SNS를 기반으로 연결성에 주력하는 형태의 마켓으로 쿠팡, 위메프와 같은 기업이 바로 이와 같은 형태의 유통기업이다. 그리고 4단계는 진정한 플랫폼 형태의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유통기업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 플랫폼 기업이다. 그리고 5단계는 사람중심의 플랫폼 기업이다. 예를 들어 신세계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타필드는 사람을 모으고 거기서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머물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제트 닷컴의 경우에는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타 유통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할 것을 요청하고 제트 닷컴은 고객들에게 연회비를 받아 운영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임으로 인해 수익이 창출되는 것이다. 이렇듯 제로 시대에는 고객들의 패턴과 성향에 따라 비즈니스 성격과 구조를 변화시킴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다. 


제로 시대의 성장전략

모든 것은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고객이 만족하고 성공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고객은 똑똑해지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많은 정보와 접촉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있다. 이러한 고객의 정보력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또한 기업들은 고객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있는지에서 무관심해서는 안된다. 고객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성공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 이것을 통해 고객들은 단순한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우리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얻게 되며, 이는 고객과 접촉하는 다른 잠재적 고객들을 수면 위로 올라오게끔 만드는 현상을 일으킨다. 고객을 중시하고 고객을 만족하게 하며,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고객의 감정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을 다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인지해야 한다.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고객을 향한 기업의 가치이며, 변해야 하는 것은 환경변화에 따른 고객에 대한 접근방식이다. 에르메스는 최고급 가죽과 수작업을 통해 최고의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치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제품을 만드는 방식과 디자인은 상황과 여건에 따라 고객관점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를 주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획일성과 보편성은 더 이상 고객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성이 중요한 기업의 경쟁요소가 되고 있다. 기업의 개성은 그 기업이 고객들에게 인지되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은 개성과 차별화를 혼동한다. 개성은 그 기업의 내부에서 발현된 그 기업의 독특하고 일관성 있는 특징을 이야기한다면 차별화는 경쟁자에 대한 비교우위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화한다. 따라서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업의 개성이 명확해야 한다. 개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기업문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훌륭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강제적으로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문화는 일상적인 말과 언어 그리고 행동에서 그 모습을 찾아야 한다. 

이제 기업은 과거의 경기 사이클의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과거의 성공체험과 경영이론에 의거해서 전략을 수립해서는 안된다. 상황에 민감해야 하며, 시장 인프라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들의 생각도 이전의 것들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제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태도를 지녀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인지해야 한다. 


필자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강의를 할 때 강조하는 부분이 “4-No”이다. No-Identity(정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No-Prediction(예측할 수 없다.), No-Sustainability(지속성이란 없다.), No-Disconnection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다.) 금번 “제로 시대”를 읽으면서 4-No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상당 부분 느낄 수 있었다. 향후의 비즈니스는 단 하나만의 진리만이 명확하게 존재한다. 이것 만을 바라보면서 나아가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란 것이 이 책의 최종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 고객의 가치에 집중하고 모든 것을 고객 가치 실현을 위해 바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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