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라이제이션에서 로컬라이제이션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가 바뀐다.

by 김태완

1990년대 후반부터 대부분 기업의 비전과 경영목표에 글로벌라이제이션, 세계화 등의 용어가 반드시 포함되어왔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업들은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해외진출 전략을 핵심사업 전략으로 삼아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세계화만이 미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시장삼아 현지화 전략을 추진했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리고 2000년대부터 급속도로 발전한 정보통신 기술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한계로 간주되어온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최소화시켰다. 이러한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시켰고 유사한 맥락에서 기업 공급망은 최적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점점 더 장거리화 되어갔다. 그러나 성장이라는 단면만 바라보고 달려온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한계에 대해 사람들은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한 뉴노멀이 형성되기 시라한 것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공급망의 경제성 원칙”이다. 철저하게 돈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전략이다. 이 때문에 선진 국가들은 경제성이 낮은 영역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을 가지고 있는 지역은 현지화 전략을 수립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기업의 성장에 큰 견인차 역할을 했음에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업적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화 전략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태국의 대홍수를 통해 그 효용성에 대한 한계를 드러냈다. 글로벌 공급망의 예기치 못한 자연재난으로 인한 중단은 전 세계 제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나타냈으며, 이로 인해 공급망에 대한 위기관리 대응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또한 선진 국가를 중심으로 일자리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신흥 공업국가의 인건비 상승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이 국내로 회귀하는 이른바 리쇼어링 현상이 2015년 이후 점진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거에는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치던 국가들은 리쇼어링 정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현상은 여전히 경제성의 원칙이 기반이 되었으며, 글로벌라이제이션은 기업의 성장 전략에 가장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2021년, 그동안 인류는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사태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전에도 역사적으로 팬데믹은 여러차례 인류의 삶을 위협해 왔다. 그러나 그 당시의 시대적 환경과 여건은 현재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21세기에 발생된 팬데믹은 인류가 자랑해 왔던 과학기술 결과물들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렸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들의 봉쇄와 통제 조치는 현재의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나게 만들었다. 수익성에 기반을 둔 선진국가의 경제구조는 자국 내에서 마스크 한 장을 제대로 생산할 수 없음을 자각하게 만들었고, 중국에서의 화장지의 원료 수입이 힘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마자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의 화장지는 순식간에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장거리화 된 글로벌 공급망은 이러한 여건 속에서 그 속도가 예전에 비해 현저히 느려지거나 아예 공급망 자체가 중단되는 현상을 일으켰다. 이는 국가들의 가장 기본적인 위생용품과 생필품의 부족 현상을 비롯해 특히 제조업 전반에 걸친 생산중단을 야기시켰다. 앞으로 기후변화 등 생태계의 파괴로 인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발생빈도가 높아질 것이란 예측은 현재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근본적인 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여기서는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개념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주된 핵심인 글로벌 공급망은 거리와 시간의 제약성을 넘어서는 것이 주된 핵심역량이었다. 그러나 팬데믹과 같은 충격은 현재의 거리와 시간의 제약성을 넘어서는 것에 대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급망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기술과 자본, 천연자원 그리고 인적자원이 바로 그것이다. 공급망은 이러한 세 가지가 조화롭게 구조화되어야 한다. 팬데믹 이전에는 이러한 세 가지 요소의 조화가 경제적 이해관계뿐 아니라 정치적 상황 등이 고려되어 형성되어 왔다면 앞으로는 정치적 요소보다는 철저한 실리적 차원에서 공급망이 형성될 것이라는 것이 여러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제시된 주장이 ‘로컬라이제이션, 즉 로컬 공급망’의 개념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향후 공급망은 최단 거리로 묶임으로 환경변화와 충격에 대비하고자 하는 형태로 구성될 것이며,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세 개의 로컬 공급망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것이다. 세 개의 로컬 공급망은 앞서 언급한 기술과 자본, 천연자원 그리고 인적자본(노동력)을 기준으로 형성될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기술과 자본, 천연자원) 그리고 멕시코(노동력)가 중심이 되는 아메리카 공급망, EU(기술과 자본), 러시아(천연자원) 그리고 동유럽(노동력)이 중심이 되는 유럽 공급망, 그리고 한국과 일본, 중국(기술과 자본, 천연자원), 동남아시아(노동력)이 중심이 되는 동북, 동남아시아 공급망이 바로 3대 로컬 공급망이다. 이들 공급망은 각각 충분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경쟁력을 기반으로 상호 간 경쟁구조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들 로컬 공급망의 안정화가 되면 해당 지역에서 공산품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급자족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물류영역에서 적지않은 구조적 변화를 수반하게 될 것이다. 국제 교역은 식량과 천연자원이 중심이 될것이며, 공산품 중심의 교역 측면에서는 물류경로의 단축과환적 물동량의 감소 등의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또한 이들 3개의 로컬 경제권은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아직 자체적인 로컬 공급망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권을 형성하기에는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만약 중국과 인도가 하나의 로컬 공급망 기반의 경제권을 형성한다면 이는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인도는 엄청난 규모의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웬만한 외부의 경제위기에 버틸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의 수는 당분간 높지 않아 보인다. 이는 인도의 금융시장이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에 안전한 투자기반의 지본시장을 형성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글로벌 경제구조는 로컬라이제이션 기반 하에 재편될 것이며, 이들 3개의 경제권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구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아메리카 공급망 중심의 경제권은 국가 간의 큰 정치적이나 군사적으로 큰 문제가 없지만 유럽과 동북, 동남아시아의경 우에는 국가의 정치적, 군사적 그리고 나아가 역사적 이해관계는 로컬 공급망의 효용성 측면에서 넘어야 할 여러 이슈들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아메리카 로컬 공급망에 편입되길 원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현실적 문제이며, 가장 시급히 선결해 나가야 할 현안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들 지역에서 로컬라이제이션화로의 전환은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추진해 왔던 글로벌 전략의 실효성에 대해 다시들여다 보아야할 시점이다. 그리고 로컬라이제이션화 되어가는 글로벌 경제구조 속에서 우리 기업의 어떤 태도를 취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글로벌 전략에도 뉴노멀이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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