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기준이 바뀐다

생명경제의 성숙도가 선진국의 기준이 된다.

by 김태완

선진국이라고 하면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경제, 사회, 문화적 시스템이 잘 갖추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의식이 잘 갖추어진 나라, 그리고 문제 발생 시 이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어 기반이 되어 있는 나라를 생각한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우리는 선진국이라 칭하였고 많은 저개발국가들의 국민들은 이를 부러워했다. 미국과 서유럽, 호주, 캐나다 그리고 일본 등이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부러움의 대상인 나라들이다. 그러고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이러한 선진국들과 그렇지 못한 국가 간의 격차는 더욱 커 질 것으로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예상을 했다. 갑작스럽게 인류의 삶과 구조에 들이닥친 팬데믹은 그동안 우리가 지녀왔던 고정관념들을 하나, 둘씩 깨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선진국이라는 기준도 바로 그 가운데 중의 하나이다. 팬데믹 이후의 재편되는 뉴노멀의 기준 하의 선진국은 과연 이전과는 어떤 기준으로 재설정될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체계적인 방역 및 의료구호 체계, 필요한 방역물품의 원활한 공급, 정부의 신속한 관련 대책 수립 및 실행과 투명한 정보공개, 성숙한 시민 의식을 통한 안정적인 방역지침 준수를 통한 질서유지 등등... 우리는 일반적으로 팬데믹과 같은 예기치 못한 혼란한 상황 속에서 선진국가라고 하면 앞서 언급한 모습을 모일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실상 우리가 매체를 통해 보고 들은 것은 우리가 생각한 부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마스크 한 장을 제대로 만들어 공급이 어려웠고, 산소 호흡기의 부족으로 제대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사전 대응보다는 이른 시일 내에 코로나는 안정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통해 사회적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부분에 노력을 기울였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중국에서 화장지 원료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뉴스로 인해 미국 내 슈퍼마켓의 모든 화장지는 사재기로 인해 순식간에 동이 나버리는 등 가장 기본적인 생필품과 방역품들의 원활하지 못한 공급은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혼란을 가져왔다. 이러한 초기 대응의 미흡은 코로나19의 확산에 가속도를 붙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최첨단 선진 의료체계를 자랑해 왔던 서구의 의료체계는 붕괴되고 말았으며, 국민들의 삶의 기반 역시 붕괴되고 말았다. 결국 선진국이나 그렇지 못한 공히 국가나 20세기에는 생각해 보지도 못한 ‘봉쇄’라는 정책이 코로나19에 대한 유일한 대책이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한 경제적 이미 손실은 수 조 달러에 달했으며, 21년으로 이어진 코로나19에 대한 영향은 앞으로 몇 배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많은 경제 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상당 수의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면 글로벌 경제 구조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자국 내의 무너진 경제를 되살리기 소위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 보호 중심적 경제 정책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고 이는 추후 민족주의적 이념이 다시 부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세계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현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 양극화의 문제는 예기치 못한 사회와 정치 문제로 드러나게 될 것이며, 이는 지역적 분쟁을 넘어 양극화 국가 간의 큰 충돌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이는 글로벌 경제문제로 다시금 연결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상당 수의 경제학자들은 2023년~2024에 대공황과 같은 재앙적 경제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민족주의 이념의 대두는 향후 인종 간의 문제로 확대될 여지가 크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 아시아계 인종에 대한 혐오에 대한 행위로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더 이상 그동안 우리가 벤치마킹을 하고 동경해 왔던 선진국들이 이전의 그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렵게 될 것이다. 뉴노멀 시대에는 선진국에 대한 인식과 기준이 바뀌게 될 것이다. 국가가 중시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국가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국가가 다른 나라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뉴노멀 시대에는 생명이 존중받는 나라가 선진국의 위상에 오르게 될 것이다. 성장 일변도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국민들의 생명과 연결된 보건복지의 예산을 감소시킴으로 겉만 번지르했던 보건 시스템이 팬데믹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생명의 국가의 핵심자산이자 자본으로 간주하고 이를 높은 비중을 두고 노력하는 나라가 선진국이 된다는 의미이다. ‘클라우드 슈밥’ 교수는 그의 저서 ‘위대한 리셋’에서 팬데믹 이후에는 국가와 국민들 간의 ‘사회적 약속’이 정치, 경제에 있어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하는 ‘사회적 약속’은 안정적이고 존중받으며, 위험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삶에 대한 국가와 국민들 간의 약속이다. 많은 국민들이 팬데믹을 통해 ‘사회적 약속’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었으며, 국가와 국민 간의 신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되었다. ‘사회적 약속’이란 궁극적으로 앞서 국민의 생명에 대한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경제정책도 이전의 성장에 모멘텀을 두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중시하는 생명경제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자크 아탈릴 교수는 그의 저서 “생명경제로의 전환”에서 생명경제란 인간의 삶을 안전하게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경제활동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위상과 처우를 향상시킴으로 삶의 본질적인 질을 높이데 비중을 두고 있는 경제구조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생명경제의 핵심은 크게 세가지 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환경보존에 최우선을 두고 있는 경제정책이다.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환경파괴라는 공통된 인식을 경제정책에 직접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의 생명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산업에 대한 육성이다. 기본적인 방역물품이나 생필품을 생산하는 기업들과 이에 대한 공급망에 대한 국가차원의 관리와 ‘청결’,‘위생’,‘방역’,‘구호’ 등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게 평가된 영역에 대한 그 중요성을 재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체계로 보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단지 자국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에 대한 글로벌 차원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불과 한 달도 되지 못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는 것은 우리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일깨움이다. 세계는 이미 너무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어느 한 곳의 취약성이 다른 곳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따라서 취약한 국가를 돕는 일은 바로 자국을 위해서 반드시 가져야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기후변화 협약 탈퇴와 WHO에 대한 지원금 철회 등의 정책을 시행한 것은 궁극적으로 생명경제에 대한 책임을 무시해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팬데믹 이후 미국과 중국은 세계의 최강국으로서 위상과 영향력이 매우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국가가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자국을 넘어서 인류의 생명을 존중하고 이를 위해 기여하는 국가들이 존중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 국가들이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생명경제의 성숙도가 새로운 선진국을 구분 짓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것이 뉴노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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