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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완 Apr 17. 2021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어령 지음, 정형모 엮음 / 아르테, 정형모 엮음 / 아르테

대한민국의 0.01%의 지성으로 존경받고 있는 이어령 교수가 제시하는 21세기 급변하는 지식의 최전선에서 어떠한 사고와 통찰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S매거진’의 정형모 기자가 인터뷰식으로 진행한 내용을 엮어 출간한 책이다. 그동안 해외 석학의 이론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로 읽어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의 관점에서 미래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며, 어떠한 사고를 가지고 나가야 할지에 대한 부분에서는 소홀히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다. 2016년에 출간된 이 책은 사회적 결합의 중요성과 생명 경제로의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이어령 교수의 생각을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과 같은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대한 우리의 삶에 대한 방식과 변화의 방향성에 대해 이미 이어령 교수는 패러다임의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어령 교수는  ‘Thought를 버리고 Thinking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과거의 사고의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현재 진행형의 능동적 태도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그것이 변화하고 진보하는 지식의 최전선에서 발전하고 진보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전통, 살아온 역사, 그 문화를 잊는 것이 치매 환자이다.

일반적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것에 창조의 가치를 높게 두고 있다. 초가집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은 남들이 앞으로 갈 때 뒤로 가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다른 방식과 방법을 사용해서 가는 것도 창조이다. 전통적인 양식으로 환상적인 미래의 건축물을 최저의 가격으로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은 복고가 아니다. 이것이 창조이다. 세계화 속에서 경쟁력 있는 창조는 전통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대륙 국가 인가, 해양국가 인가…

오늘날의 세계는 국가의 지정학적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의 지렛목 또는 다리와 같은 위치에 있다. 따라서 국제관계 속에서 한국이 추구해야 하는 최적의 상황은 해양 국가 체계와 대륙 국가 체계의 통합이다. 지렛목이나 다리는 위험이 따른다. 대륙과 해양의 양 체제가 한국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한국에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정치라는 험난한 바다를 헤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해양 국가이자 대륙 국가인 반도 국가에 파생되는 지정학적 의미와 함께 대륙과 해양의 양쪽에 대한 지정학적 지혜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반도의 분단은 북한은 대륙 국가 영역으로 한국은 인공적인 섬의 형태로 강제적으로 해양 국가 영역으로 속해지게 된다. 이것은 한민족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의 지정학적인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한국이 과연 반도 국가로서의 지정학적 위치에 띠른 역할에 주목해야 할지 해양 국가로서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역할에 주력해야 할지 이 또한 한국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5가지 위협요소와 모성애적 리더십

한국은 뚜렷한 처방전이 없는 5가지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북한 변수이다. 북한은 한국에 있어서 언제나 불확실성이 높은 위협 요인이다. 둘째. 저출산에 의한 잠재 성장률의 저하. 저출산은 고령화 현상을 일으킨다. 그것은 일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셋째. 구조적인 내수 취약성. 한국은 전형적인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내수기반이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저출산에 의한 인구 감소는 내수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비정규직 고용의 증가와 분배상의 양극화 현상 확대. 부의 편중에 따른 양극화의 심화는 경제 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심화되고 있다. 마지막 다섯째. 소득 불안정 및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투자, 주식 투자의 상당수는 저금리에 힘입어 을 내어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금리라는 도화선에 불이 붙는 다면 엄청난 충격이 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다섯 가지의 위협 요소에는 뚜렷한 처방이 없다. 단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을 통합하고 그 갈등을 보듬어 주기 위한 모성애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동안 산업화와 번영을 이끌어 온 것이 가부장적 남성들의 하드 파워였다면 그것들을 통해 드러나는 부작용과 갈등을 해소하고 그 결과물에 사랑과 생명을 불어넣은 소프트 파워는 여성들의 감당해야 할 몫이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전염병(이어령 교수가 메르스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상황을 보며 의견을 제시한 내용임)은 인간과 인간의 접촉에서 나온다. 우리가 혼자 사는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타인의 슬픔이나 가난은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전염병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현재 어떠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 준다. 낙타 한 마리 없는 우리나라가 낙타로 인한 전염병으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다. 이것이 국제화의 역설이다. 현시대의 장점이 무서운 약점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개방된 세상 속에서는 다른 사람을 돌아보는 것이 우리의 이기적 욕심을 채우는 중요한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연결의 힘

대륙 세력은 전쟁으로, 해양 세력은 무역으로 세계를 제패하려고 했다. 그러나 무역에 혁명을 일으킨 것은 거함이나 거포가 아니라 바로 알루미늄 상자인 컨테이너의 발명이다. 컨테이너는 트럭과 배, 나아가 육지와 바다의 갭을 없애 린 새로운 연결의 힘이었다. 전쟁 또한 마찬가지이다. 육군과 해군, 공군의 구분이 아니라 바다와 육지를 연결할 수 있는 해병대의 역할이 현대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간극을 결합해야 한다. 인터페이스를 바꿔야 한다. 결합점을 찾고, 접속점을 추적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힘이 되는 세상이다.

생명이 자본이 되는 시대

산업, 금융을 자본으로 하는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신대륙을 발견하여 신대륙의 금은보화를 실어다가 최고의 번영을 누린 스페인이 망하게 된 원인은 노동하지 않고 벌어들인 부를 통해 평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자본주의가 만연했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노동 없는 풍족한 삶은 돈의 가치를 하락시켰으며, 돈의 자본력이 상실됨으로 인해 국가 전체가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업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는 쇠락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이제는 산업이나 금융이 번영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새로운 자본으로 하는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는 공감의 힘, 생명을 지키고 키우는 건강과 매력적인 영역, 이를테면 지금까지 투자자들이나 외면해 왔던 병원(의료), 학교(교육), 문화 예술이 생산과 소비의 원동력이 되는 생명 자본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생명 자본주의 시대에는 로켓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그 로켓에 어떤 이름을 붙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로켓의 이름은 아이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로켓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남의 기술을 빌리지 않아도 되고, 돈도 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생명 자본주의의 실천 방식이다. 생명 자본주의의 시장은 빵이 아니라 생일 케이크가 기본이 되고 자본이 되는 그런 시장이다. 그 이유는 빵은 먹고사는 것에 목적을 두고 생산을 하지만 생일 케이크는 공감, 공생, 공동의 삶에 대한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생명 자본주의는 바로 공감이 자본이다.

무엇이 진정한 정보인가?

미국의 한 대학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매일매일 자신이 먹은 음식 이름과 정보를 기록했다고 한다. 4년 동안 기록하니 이 자료들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통계자료가 됐다. 이 대학생이 먹은 음식들을 분석해 여러 유의미한 사실을 추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자료는 셰익스피어, 민주주의 정치 및 선거, 경제와 같은 ‘큰 이야기’를 다룬 어떤 학생들의 자료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많은 단편적인 기록 속의 데이터를 통해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재의 시대는 사상과 이념을 주장하기 위한 ‘대설(大設)’속에서 진실을 찾는 시대가 아니다. ‘소설(小設)’속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는 시대이다. 이것이 빅데이터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1세기 새로운 지의 전선의 시작을 위한 사고법

무엇을 결정할 때 서양 사람들은 동전 던지기를 하고 동양 사람들은 가위바위보로 정한다. 서양은 이항 대립적 사고이다. 즉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동양사람들은 모든 상황은 상대적이란 삼항 순환적 사고이다. 즉 가위는 보자기에게 이기고, 보자기는 바위에게 이긴다. 그러나 바위는 보자기에게 진다. 21세기의 새로운 지식에 대한 최전선에서는 가위바위보와 같은 삼항 순환적 사고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지의 최전선에서 전진할 수 있는 길이다.


이 책의 내용이 2016년에 쓰였다는 것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2016년이라면 4차 산업혁명이 이슈화 되기 이전이었으며, 초연결에 의한 사회적 변화가 본격화되기 이전이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 교수가 2020년에 ‘생명경제로의 전환’에서 주장한 내용들을 이어령 교수는 이미 2016년에 메르스 사태를 기점으로 주장을 했다는 사실은 그의 통찰력에 대한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우리 모두 변화의 최전선에 있음을 의미한다. 변화의 최전선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와 사고를 지녀야 할지…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어령 교수의 통찰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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