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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Jun 15. 2020

아내의 대화 속 등장인물 파악하기

공감능력 키우기

 아내가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거나, 많아졌을 때는 상황에 맞는 긴장을 해야 한다. 민감한 것이 아니라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게 한,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상대방의 관계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신호다. 말 수가 줄어들었을 때는 걱정거리가 있든지, 몹시 피곤한 상태이다. 다른 경우도 있지만 두 가지 이유가 대부분이다. 말 수가 많아졌을 때는 분노를 일으키게 한 사건이 있든지, 컨디션이 좋은 때이다. 이것도 두 가지 예가 대부분이며 관계에 의한 것이다.

 아내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끼어들기 위해서는 관계를 이루고 있는 장소와 몇 명 되지 않는 사람들의 이름 또는 직함, 특징 등을 자세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다. '○○ 있잖아!, 그 사람 나한테 이런 말을 하더라', 이런 식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말에 등장인물들의 특징을 끄집어 내어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야 한다.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는 소설책을 읽을 때, 잠시 잊고 있었던 인물이 느닷없이 나타나 사건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순간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시 앞 페이지로 되돌아가 그 인물이 가진 비중을 따져보며 이야기의 흥미를 되찾아 가곤 했다. 소설이든 현실이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관계로 얽힌 사람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 상태로 대화를 하면, 김빠진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이야기의 흥미가 맹숭맹숭해질 수도 있다. 그러면 같은 공간에서도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게 마련이다. 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에 의해 채워지는 현실 속 이야기도 소설책 등장인물처럼 복잡, 다양했고 생동감 넘치는 사실로 쓰이고 있었다.

 읽고 덮어버리는 소설책이 아니기에 끝까지 흥미를 잃지않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같이 사는 이유는 같은 편이라는 공감을 유지하는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공감능력이 충만해지면 각자의 일과 그 일로 얽힌 사람들에게 느끼는 오해와 질투심을 사라지게 한다. 그것은 나와 관련 없는 상대방의 관계까지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연애기간은 상대방의 관계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 서로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한 시작이자 하나의 과정이었다. 연애 밖의 환경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오직 너만을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만남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사람만을 좋아하기에는 방해하는 연애 밖의 환경은 참으로 다양하다.

 가족, 친구, 일등으로 얽힌 다른 관계에 대한 질투, 특히 일로 얽힌 다른 관계에 대한 질투는 서로에게 참으로 묘한 휘둘림 거리였다. 나와 관련 없는 상대방의 관계를 인정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용력이 넘치는 무한 긍정주의자라고 떠들어 대면서도, 이성에 의해 조정되지 않는 감정의 오류는 상대방의 관계를 느닷없이 링 위로 올라오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맺고 있는 호감이 공감능력 부족에서 나타나는 질투심이라는 허상에 의해 휘둘린다는 것은, 나와의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그럴 땐 최대한 빠르게 펀치를 날려서 오해와 질투라는 허상을 링에서 쓰러트리고 내려와야 한다. 사랑으로 채우기도 부족한데 오해와 질투로 시간을 허비할 일은 아니다.

 연애 밖의 관계, 상대방이 지금 맺고 있는 다른 관계들을 굳이 링으로 불러내 코피 터지게 싸울 필요가 없다. 그런 무의미한 오해와 질투의 반복은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다른 관계들을 인정하지 않고 밀어내려는 순간부터 만남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대방이 누구를 만나든지 비즈니스로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

 연애기간도 서로를 다독이고, 연애 밖의 관계들까지 이해하는 감정노동의 고역을 거뜬히 이겨내는 기간이 필요했듯이, 상대방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건과 등장인물을 파악하는 것은 결혼생활에서 당연하고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상대방이 등장인물을 소개할 때 주의깊게 듣지 않거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또 다시 자신을 링으로 불러내 무의미한 싸움을 해야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기까지 공감능력의 부족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솟구치는 서운함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워했었나. 영혼 없이 내 뱉는 '미안해'라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고, '좋아해, 사랑해'라는 감정이 서로에 대한 공감능력으로 변하는 순간, 고마운 마음과 함께 연애는 같이 사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연애의 감정이 결혼생활이라는 현실로 바뀌면서 서로의 마음을 형식적(?)으로 메우는 단어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 강력한 서로에 대한 공감능력이 생겼기 때문에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라는 단어들은 이제는 까마득하게 지워진 과거였고 현재는 말없이 통하는 것처럼 공감으로 채워진 진공상태처럼 살아가고 있다.

 진공상태는 불필요한 감정의 작용이 억제되고, 굳이 지난날의 단어를 끄집어 내지 않아도, 원래의 느낌 그대로의 마음을 간직하는 상태로 살아가게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서로가 잘 알고 있는 상대방의 관계나 일에 대해서는 어설프게 상대방을 가르치려 하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단지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고마움과, 같은 편이 되어 '나는 당신의 상활을 알고, 당신의 기분을 이해한다'라는 감정에 의해 살고 있다.

#공감 #감정 #공감능력 #사랑 #상대방 #아내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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