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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Nov 05. 2021

육아고민해결사를 찾습니다

나는 누구에게 정답을 물어야 하나


나는 여전히 아이 키우는게 어렵다.

지금도 가끔 코박고 싶을 만큼 내 못난 꼴을 보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과연 내가 엄마 자격은 있는 것인지 하늘에 대고 묻고 싶을 때가 많다.


왜 나는 여전히 아이를 피해다니고만 싶고,

왜 나는 여전히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어야만 할 것 같고,

또 왜 나는 여전히 아이를 믿지 못하는 것 같은지 괴롭기만 하다.


아이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것이 나인듯 느껴질 때도 있고,

아이를 가장 선두에 서서 믿어주지 못하는 사람이 나인듯 느껴질 때도 있다.


누군가 아이의 부족한 점을 지적이라도 하면,

아이를 앞에 대 놓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바로 엄마인 나이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아이의 단점을 지적하는 나라는 엄마.

그래,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여전히 그러한 모습을 지닌 엄마가 바로 나이다.


왜 그랬을까.

나만은 아이의 편이자고 그렇게 다짐을 했었는데,

나도 그 옛날 엄마가 했던 것 처럼 아이를 앞에 두고 

아이를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라는 말은 어쩌면 아이에게

'엄마도 너를 부족하다고 생각했어'

혹은 

'너는 엄마인 내가 인정해도 쫌 별로야'라는 말의 

확인 사살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 

여전히 나는 내 상처를 떨치지 못해 

그 상처의 경험을 기반으로 아이를 판단하는 엄마이다.

내가 외롭게 학교 생활 했던 그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해,

아이가 조금이라도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된것 처럼 느껴지면

바로 스토리를 쓰는 사람이 나이다.


내 어린시절의 외로움을

아이에게 복사하고 붙어넣기 하는 사람.

그리고 예전에 나를 판단했던 시선

- 못난이, 찐따, 외톨이 따위 등 -으로

지레 판단하는 사람이 바로 엄마인 나이다.


이렇게 헛발질는 엄마이지만, 

그래도 내게는 믿는 구석이 있다. 

내가 미친듯이 삽질하고 있을 지라도,

내게는 완전한 정답,

그 완전한 정답을 제시해줄 단 한명이 존재하다.


바로 아이.

내가 찌질한 나로 오해하고 바라보는

아이라는 '당사자'.

아이의 마음.

아이의 대답이 내게는 해결책이고 나아가야 할 완전한 방향이다.


나는 무조건 아이에게 물어본다.

내가 아이에게 상처를 준건 아닐까 염려되는 모든 행동들을,

내가 아이에게 하는게 맞는지 아닌지 고민되는 모든 행동들을,

내 입으로 묻고 다시 아이의 입으로 다시 듣는다.


'이렇게 해도 돼?'라고 나혼자 전전긍긍하며 

스토리를 쓰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물어보고 

아이에게 정답을 얻는다.


나의 문제가 아닌

아이 본인의 일이기에. 

도저히 나의 스토리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아이에게 물어본다.


예전에는 소위 권위자를 찾아가 아이의 답을 묻곤 했었다.

'우리 아이가 이러이러한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게 맞는걸까요?'

'제발 정답을 좀 알려주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나는 아이의 마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이가 정답을 알고 있을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이는 그저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내게 속한 존재로만 여기었었기에

아이가 생각하고 대답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임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왜 내 아이의 정답을 내 아이의 얼굴도 모르는 

생판 남에게 물었는지 모르겠다.

왜 내 아이의 정답을 내가 아닌 다른 엄마가 키운 

남의 자식에게서 찾아 헤매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전문가의 조언은 때때로 필요하다.

하지만 내 아이의 마음이 주체가 되지 않은 조언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오히려 내 아이를 키우는 가장 큰 장애물일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지만,

그 행동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 때 그건 나의 최선이었으므로.

어쩌면 지금도 나는 그런 짓을 하고 다닐지도 모른다.


지금은 내 아이의 정답을 남에게 묻지 않는다.

그저 다른 사람의 답을 참조만 할 뿐이다.


지금 이글을 읽는 누군가의 마음에

'아이에게 해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

머리속 그 질문 그대로 아이에게 물어보기를 바란다.


아이에게 물어보면,

척척박사처럼 모든 답을 알려줄 것이다.

단, 본인이 원하는 답을 정해놓고 묻는다면

아이는,,,, 아마도 입을 닫아 버릴지도 모르겠다.


아이에 관해 고민이 된다면,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아이에게

고민상담을 요청해보기를 바란다.


"엄마 진짜 고민이 있는데 들어줄꺼야? 엄마 진짜 너무너무 고민이 돼~~~~~"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상담사에서 본인의 고민 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상담사의 말 안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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