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하는 노동이란?
이번에 가짜 노동이라는 추천받아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가짜 노동의 범위를 너무 크게 잡았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해결책에 대한 내용은 너무 대중적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여러 사례를 통해 가짜 노동과 진짜 노동의 경계선을 독자가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았던 책이다.
상반된 경험
이 책의 첫 챕터는 노동시간의 줄어듬이 어떻게 되어갔는지 역사를 통해 보여주며 실제와 예상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실제 가짜노동이 무엇인가를 파헤친다. 저자는 많은 부분을 가짜노동이라 칭하지만 사실 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 왔던 경험과 상반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가짜노동의 범위를 너무 크게 잡았다. 잘못된 감시나 관리, 업무지식의 복습, 회의 잡담 등이 모두 가짜노동이라고 한다. 이게 왜 가짜노동일까?
먼저 잘못된 감시나 관리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일을 시작할 때, 모두 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해당 일에서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가 쌓여 점점 실무자로 거듭난다. 감시나 관리도 같다. 처음부터 감시와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 어딨을까? 하다보면 경험이 쌓이고 업무능력이 늘어나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성장할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감시나 관리는 다음 스텝을 위한 발판이며, 이 또한 노동이라 생각한다. 업무지식의 복습도 같다. 우리가 업무지식을 한 번 배운다고 잘 할 수 있을까? 이 업무를 반복해보고 따로 복습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회의 잡담은 사실 나도 3년 전까지만 해도 가짜노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다. 우리는 혼자서 일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는 과정에선 필연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계가 거쳐진다. 이전 회사의 팀장님이 말씀하신 말이 있다. 내가 회의를 할 땐, 딱 일에 관한것만 하고 끝내면 되는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팀장님은 내생각을 읽은 듯이 한 마디 해주셨다. 회의를 바로 시작하지 않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시작하는 것은 회의의 분위기와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회의의 초석이라고. 과연 이러한 일들이 가짜 노동일까?
업무를 대하는 태도와 효율적인 노동의 모순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사례가 나오는데, 각 사례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밑의 이야기를 한 번 보자.
Tony라는 사람의 업무는 기계적인 업무이다. 이 때, Tony는 이 기계적인 업무를 자동화하여 다른 사람들이 8시간 일해야 하는 일을 10분 세팅, 10분 마감 하고 끝낼 수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이를 알리지 않고 업무시간에 놀게 된다. 그리고 5년 뒤, Tony는 회사에서 놀았던 것이 들키게 되고 회사에서는 해이한 업무태도 때문에 해고당한다.
이 이야기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난 처음엔 업무태도와 업무능력 중 무엇이 중요한 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업무태도적인 면에서 본다면 해당 직원의 업무적인 태도는 잘못되었고, 주변 사람들의 일에 대한 허탈감을 방지하기 위해 해고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업무능력적인 면에서 본다면 회사는 인재를 한 명 잃어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기계적으로 일한 이유는 해당 업무를 회사에서 자동화하지 못 했던 것인데, 이를 자동화시킨 인재를 해고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짜노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합당한 해고였다. 저자는 여기서 7시간 40분을 가짜노동을 했다고 표현한다. 지금 회사는 8시간짜리 업무를 위해 한 사람을 고용하였다. 하지만 실제 일한 시간은 20분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노동시간 감소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고, 이는 가짜노동 시간동안 새로운 업무를 해내든지 아니면 우리 현재 사회 자체가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저자의 관점과 일치한다.
벌처버라는 사람의 이야기도 한 번 보자.
[벌처버 said]
93년부터 98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직장에 있었는데 할 일이 정말 없어서 힘들었어요. 복도를 많이 걸어다니고 증권거래소에서 시장동향을 살피고.. 사무실밖에서 회의를 하다보니 사무실에 없어도 되는 구실이 있어서 그냥 돌아다니기도 하고... 여행갈때 4시간 반 기차탈 때, 움직이고 싶어서 미치잖아요. 근데 9시간을 아무것도 할 일 없다고 생각해봐요. 진짜 미치는거죠. 그래서 전 퇴사하고 "산송장"이라는 책을 썼어요. 당연히 기업입장에서는 이런 책을 쓴 사람을 안 좋아하죠. 그 이후 취업도 잘 안 되었어요.
책의 벌처버가 말한 내용을 요약해서 써보았다. 근데 이 글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이 벌처버라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된다. 이건 이 사람이 너무 패시브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액티브적으로 자기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없다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산송장"이라는 책을 썼는데, 어떤 기업이 좋아할까? '너의 생각이 너무 멋있어! 정말 거기서 힘들었겠구나, 우리 회사와서는 잘 해볼래?' 라는 기업이 어디있을까?
그러나 이 "산송장"은 가짜노동의 관점에서는 노동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된다. 가짜노동은 범위를 너무 크게 잡았지만, 현재 사회에서 노동의 시간은 크게 필요하지 않으며 필수적인 노동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벌처버의 말은 탁월한 근거가 되겠지만, 이런 패시브적인 사례는 넣지 않는게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는 컨설팅, 정치 시스템, 사회 복지사, 가짜노동에 대해 맞설 용기 등 여러 사례와 이야기를 담아서 가짜노동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는 노동의 필요시간이 너무 많다고 하며 필요없는 노동의 제거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그 가짜노동의 범위를 조금 좁혔으면 책을 읽는데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