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을 마주한 나, 그리고 교훈
스타벅스를 합격 후,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었고 인생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난 워홀까지 와서 도대체 무엇을 원했을까? 실패를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 실패를 통해서 무엇을 얻고 싶었던 걸까?
솔직해지다.
스타벅스 합격하고 출근하기까지 3주라는 시간이 있었다. 밴쿠버에서 알바라도 드디어 직장을 구했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안정되었고 안정감이 드니 미뤄왔던 다른 생각들이 머릿속에 밀려들었다. 그중 '난 뭘 위해서 한국의 안정적인 직장을 때려치우고 워홀을 온 걸까?' 라는 생각이 제일 크게 다가왔고 지난 며칠간 그 생각에 대한 정리를 했다.
워홀을 오기 전, 아무런 생각 없이 온 건 아니었다. 계획을 구체화시키진 않았지만, 이미 성공사례가 있는 인생계획을 생각해 왔고 실천하려 했다. 하지만 내가 찾아본 게 아니라 남이 찾아본 사실들을 그냥 믿어버리는 것에 불과했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지도 않았다. 그렇게 3개월 이내에 원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으면 한국에 돌아올 결심만 하고 캐나다를 떠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성공 사례가 있어도 실패할 걸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실패로 인해서 무언갈 얻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캐나다의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고, 개발자 직장을 구하며 벽을 느껴 버렸다. 막상 현실을 경험해 보니 실패를 원한다는 말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젠 솔직해지자. 만들어진 실패를 통해 얻고 싶은 게 단순히 열심히 살아갈 동력이었을까? 아니었다. 그냥 인생의 한 자락에 이런 실패를 해봤다는 일화를 얻고 싶을 뿐이었다. 자기계발 서적의 한 켠에 있는 성공의 발단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워홀을 통해서 얻은 교훈이 있을까? 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현재를 포기하며 미래를 그리지 말자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원하는 걸 얻은 것 같다. 만들어진 상황이지만 뒤로 돌아갈 선택지가 없어진 순간 나에게 솔직한 순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무식하게 만들어진 실패가 시간을 많이 소비할지언정 인생에 대해 많은 고찰을 해줄 수 있었기 때문에 나쁘게만은 볼 수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렇다고 해서 굳이 실패로만 알 수 있는 사실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마다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하는 만큼 신중하게 택하는 건 필요하다. 완벽한 인생을 살 순 없지만 완벽하지 않은 인생을 굳이 살 필요는 없으니까.
한국행 비행기를 예매하다.
이젠 돌아갈 시간이다. 정들었던 3개월의 시간을 제쳐두고 다음 주 토요일 밴쿠버를 떠난다. 인생에 있어 여러 일들이 있겠지만, 밴쿠버에서 살았던 3개월은 사람 자체에 대해 성장시켜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더라도 이런 경험을 인생에서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이 들고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란 생각이 든다.
모든 걸 포기하고 왔던 것이 아깝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일거다.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경험을 했으니 아쉬워하되 후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제로베이스로 현재를 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