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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백수와 동거

어쩌다 보니 동거

by 두집사라이프

나는 브런치에서 다소 생뚱맞을 수 있는 '같이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분명 이 사람과 사랑하기 때문에 같이 사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포장지 안에 '인내' '포용' '희생' 이딴 것들이 들어있는지 몰랐다.

같이 삶은 연애와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동거 중이다. 동거의 뜻은 한자 그대로 '한 집에 같이 산다'는 말이다.

'같이 산다'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

만나면 밥 카페 공원 밥 카페 공원 간혹 가다 여행.

보통 커플이 그렇듯 우리도 똑같이 연애를 했다. 밖에서 보던 그는 점차 우리 집에서 보는 날이 늘어갔다.

그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우리 집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렇다. 나는 당했다.


2년 전에 그는 숙소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회사 근처 1.5룸을 얻어 살고 있었다.

우리 집에 놀러 와보더니 퍽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찾아오는 횟수가 늘어갔다.

우리는 만난 지 몇 달 되지 않은 연애 초기커플로 아주 불꽃이 팡팡 튀길 때였다.

초반에는 그가 오는 것이 솔직히 반가웠다. 흐흐흐 그런데 나는 그가 어느 정도 되었으면 이제 집에 갈 줄 알았다.


어느 날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여기 우리 집 아냐? 너무 편한데?"


이 말이 장난인 줄 알았다.

퇴근하면 그가 있고, 다음날 퇴근해도 그가 있고, 또 다음날에도 그가 있었다.

'대체 이 사람은 언제 집에 가는 거지?' 슬슬 궁금해질 무렵 그는 나의 집을 장악했다.


빨래가 널려져 있고, 다음날은 설거지가 되어있었다.

우렁각시가 따로 없다. 아참, 각시는 아니고 우렁신랑이라고 해야 되나.

그 무렵 나는 정말 너무 바빠서 잠잘 시간도 없었는데, 그는 마침 한가했다.


그렇다. 그는 당시 백수였다.

처음 연애할 때까지만 해도 백수는 아니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상황이 안 따라 줄 때가 있지 않은가.

나는 백수를 먹여 살려야 했다. 제대로 호구 잡혔다.


이놈의 우렁신랑은 집안일을 참 잘했으나 참으로 많이 먹는 대식가였다.

라면을 5개씩 끓여야 했으며,

한번 외식을 하면 고기 1kg를 거뜬히 해치우는 어마무시한 위장을 가졌다.


하... 당시 야근을 매일 했는데 나는 저승사와 하이파이브 직전이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집안일을 깨끗이 해놓고 그가 반겨줬다.

저승사자 대신 그와 밥을 먹어야 하니 몸이 부서져라 요리를 했다.

문제는 요리의 양 자체가 어마무시했기 때문에 더 골병이 들었다.

아참 우렁신랑은 요리하는 재주가 없었다.

그렇게 2달이 지나고 한 달의 식비만 100만 원이 넘어갈 무렵 결국 나는 병이 났다.


아 죽으라는 법은 없던가. 다행히도 그는 새로운 직장에 스카우트가 되었다.

내가 진짜 죽기 직전에 그는 직장을 구해 나갔다. 야호.


나는 동거를 해라 마라 권유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말리고 싶지도 않다.

다만 연인과 같이 살면 알게 되는 것이 정말 많아진다.

희로애락 감정부터 현실적인 문제까지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연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미묘한 지점이 있다.

그놈의 '사랑 애'자가 섞이는 순간 다소 불편해지기도 하고 더 끈끈해지기도 한다.

사랑 애자는 참 오묘한 글자다.


연인과 함께 살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부터 이미 같이 살고 있는 사람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같이 삶'에 고민 있는 이들에게 생각할 것들을 던져주고

한편으로는 공감이나 위로가 되면 좋겠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므로 각자 감당이 가능할 정도로만 살면 된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르고, 그 책임은 내 몫이다.


아차, 그래서 동거는 끝났냐고?

자 이제 시작하자. 버라이어티 한 동거 라이프.


ps. 글을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유튜브로 와주세요!

아직 편집 초보라 완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노력 중이랍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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